Abductees List
[설왕설래]납북자 명단
세계일보 2001-01-23 02면 (종합) 40판 칼럼.논단 1021자
`납북자`는 납치되어 북으로 끌려간 사람을 말한다. 흔히 어로중 북으로 끌려간 동진호 등 납북어부를 연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조금 내용을 아는 이들은 외국여행중에 북으로 끌려간 안승운 목사나 고상문 교사 같은 이를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을 모두 합치면 수백명은 족히 될 것이란 계산이다.
1999년초 국정원은 휴전 이후 북한에 납치된 우리 국민이 모두 3756명이며, 이중 454명은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다고 발표했었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6.25전쟁 당시 북으로 끌려간 국군포로중 470명의 신원이 확인되고 그중 231명의 생존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것이 납북자의 전부는 아니다. 사실은 6.25전쟁 당시 강제로 북으로 끌려간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엊그제 민주당 김성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만도 7034명이 거명되었다. 가족들이 신고한 수가 그러니까 실제로는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거개가 북한군이 남한을 점거하던 석달동안에 `반동분자`로 찍혔던 인사들이다. `반동`의 대부분은 이미 처형되고 남은 이들이 국군의 수복에 앞서 북으로 끌려갔다. "당신은 철사줄로 두손 꼭꼭 묶인 채로/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많은 미아리 고개"라는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그래서 유행했다.
이들 가운데 공무원이나 정치인 법조인이 포함된 것은 그럴싸하지만 의외로 농민이나 상인 회사원과 학생이 태반이란 점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납북 인사 가운데는 작가 이광수, 정치인 조소앙과 안재홍, 그리고 고대 총장이던 현상윤과 사학자 손진태 같은 저명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점도 주목된다. 이들이 모두 북에서 곧장 숙청된 것은 아니다. 50년대말까지도 이들중 일부는 북에서 살면서 그나름의 활동을 했다는 증거도 있다.
하지만 이미 5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들은 거의 유명(幽冥)을 달리했으리라 믿어진다. 뒤늦게라도 정부나 국민이 이들의 생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孔鍾源 논설위원
jwgong@sgt.co.kr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