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ident Lee Mi-il's talk on PBS Radio show (June 5, 2002)

평화방송 라디오 방송분.  
이름 : 이미일  날짜 : 2002-06-11  


녹음: 2002. 6. 5. 16:00
방송: 2002. 6. 6. 평화방송 라디오 "뉴스와 세상"(19:00-19:45)
분량: 25분
담당: 서 종빈 기자(2270-2423, 018-249-3689), 강 승권 기자(016-344-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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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소개
2002년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평화방송 라디오 "뉴스와 세상"에서 방송된 이미일 이사장 
과의 대담을 발췌한 것입니다.

1. 오늘은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의 뜻을 기리는 현충일인데요.
어찌보면 현충일에서 소외돼 있는 납북자 가족 대표로서 마음이 착잡하실 것 같은데요 납북자 가족들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6.25전쟁납북자들 중 상당수가 나라를 위해 헌신하시다 납북된 분들로 반세기라는 긴 세월이 흘러 거의 다 작고하셨다고 짐작됩니다.  당연히 현충일에 뜻을 기려야 하는 분들임에도 현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존재조차도 거론하지 않는 실정이라 납북되어 희생되신 분들께 죄송하고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2. 그래도 지난 2월, 6.25전쟁 당시 납북자들의 명단이 발견되고 실체가 파악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주로 어떤 분들이 이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요?
정부에서 전혀 없다고 하던 6.25사변피납치자명부를 저희 가족회가 자료수집 약 1년 3개월만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지난 3월 5일 공개하였습니다.  명부에는 전쟁당시 유명인사들을 비롯하여 사회 여러 계층의 분들이 두루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3. 납북자 명단이 확보됐으니까, 이젠 이 분들에 대한 생사라든가 구체적인 실태 파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까?
명부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면 대한민국정부가 1952년 10월에 실사에 따라 작성한 전국명부입니다.   82,959명의 인적사항이 성명, 성별, 연령, 직업, 소속, 납치일, 납치장소, 주소  8개항으로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분은 국회의원, 공무원, 반공청년단원, 변호사, 학자, 의사, 언론인, 사업가 등 지식인들을 비롯하여 인력조달을 위한 10대 후반의 소년까지 납치해 갔습니다.  
자료가 워낙 방대하여 납치된 가족 확인부터 어려움이 있어 정부에 우선 전산화 작업이라도 해 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아직 프로그램 개발중이라는 답외에는 이렇다 할 결과를 저희에게 통보해 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산작업이 저희측에서는 고마운 자원봉사자에 의해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작업이 끝나는대로 연령별, 직업별, 납치시기별 등으로 분류하여 통계를 내고 유명인사 확인 등 실태파악을 하려고 합니다.  감사한 것은 저희가 입수한 자료로 처음으로 언론계 교수님 한 분께서 자원하셔서 언론계에서 납치된 분들을 발췌하여 정리하신 글이 최근에 발표되었는데 200여분이나 되었습니다.  이처럼 각 분야별 연구와 실태 파악이 계속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전문가의 자원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실태 파악은 저희들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가 해주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4. 그렇다면 현재 납북자 가족들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정부는 북한에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면 납북자는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난감해 하기 때문에 북한과는 상관없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대북한 협상에서 해야 할 것으로 구분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정부가 6.25전쟁납북자를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명단을 기록으로 남겨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바로 세워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2000년 10월방송의 날 대통령 특별대담에서 납북자를 400여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통일부 산하통일연구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에는 수 년째 8만여명의 6.25전쟁납북자에 대해서는 한 줄의 기록도 없이 납북자를 400여명으로 기록해 오고 있으며 2001년도 판에는 납북자를 487명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6.25전쟁납북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해 줄 것과별도의 납북자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대북한과의 협상을 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북한과의 협상에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현행 이산가족차원이 아닌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6.25전쟁납북자의 생사확인을 요청할 것과 생사확인 후 생존자와 유해의 송환을 정부가 추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5. 그런데 저희 통일부 출입기자에게 들으니까, 정부는 현재 이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이유에서 그렇다고 보십니까?
북한이 납북자는 없다라고 공식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8만여명의 6.25전쟁납북자 문제를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조차도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6. 다만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혔듯이 납북자를 이산가족 문제 해결차원에서 접근하겠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그동안 이산가족 문제 해결차원에서 해결된 납북자 문제가 있는지 먼저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납북자 가족들은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한 후 생존 납북
자와 유해가 그들의 나라 자유대한민국으로 송환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2차 3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보았듯이 정전후 납북자 몇 사람이 1회성 만남에서 입북자가되어 납북자는 한사람도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증명해 주었고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기회를 주었을 뿐 송환은 완전히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 것이 정부가 구상하는 납북자문제 해결방안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은 본래 절대 다수의 실향민을 위해 계획된 사업으로 북한에 주소가 있는 사람들이고 납북자는 거주지나 헤어질 당시의 주소 모두가 남한이기 때문에 납북자의 신청서가 북한에 간다해도 북한에서 생사확인 불가라고 할 경우 북한에 문제점을 전혀 제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선전용으로 보여줄 납북자가 없을 경우 생사확인불가라는 답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이루어진 4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정전후 납북자 4명의 명단이 북한으로 갔지만 모두 생사확인불가라고 답하였고 저희회원 중 95세이신 할머님의 아들 두 명이 2001년 2월 생사확인 대상자로 선정되어 북한에 전달되었지만 1957년 북한적십자사에서 평양시 영제동 43반에 거주하고 평양방직공장에 직공으로 있다는 회신을 해준 적이 있는 큰아들도 생사확인불가라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신청서에 의한 납북자 문제해결이라는 정부의 방침은 납북자는 한사람도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증명해 주기만 할 뿐 북한체제에 순응하지 못하고 조국을 그리다 작고하셨거나 험한 삶을 살고 있을 우리 정부가 진정 보호해야 할 피납북자들은 생사조차도 확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저희들은 납북자 전담부서를 두고 별도의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7. 그런데 앞으로 이런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국내에서는 국민적 여론을 얻기 위하여 국내 북한인권단체들과 연대하여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쟁납북자의 실상을 알릴 것입니다.  또 특별법제정에 관한 입법청원과 정부의 역사왜곡과 자료보존 등 직무유기에 관한 법적대응도 고려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는 북한인권에 관심있는 외국NGO들에게 저희들의 실상을 알리고 문제해결에 협조를 부탁하여 국제적 여론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8. 그동안 납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고충이 많았을 텐데요.
  납북자 문제가 왜 해결돼야 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시죠.

요즈음 6.25를 겪지 않은 50대 전의 분들은 전쟁 중 혼란스러워 납북과 월북의 구분이 어려웠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는데 당시는 납북과 월북의 구분이 백과 흑처럼 명확하였습니다.  6.25전쟁 직후 정부는 전쟁 중 납북자 문제를 국가적 피해로 여겼고 8만여명의 명단을 전국적으로 작성하여 휴전협상에서 송환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월북자의 가정은 이웃들의 지탄의 대상이었고 납북자의 가정은 동정의 대상이었는데 북한에서 납북자도 남파간첩으로 보내자 정부는 납북자의 송환 요구는 접어둔 채 오히려 가족들에게 연좌제를 적용하여 감시하고 불이익을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저희가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에 납치되어 있는 분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염려되어 남과 북의 냉전속에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지고 살아야 했습니다.  
전쟁에서 인적피해로 민간인이 죽고 부상당하는 것은 통례이지만 전쟁납북자 문제는 특이한 국가적 피해입니다.  사회의 가장 기초단위인 가정을 파괴하였으며 52년이 되도록 가족의 생사조차도 모르는 현재까지도 진행중인 피해입니다.  개별적으로 민간단체를 통해서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지만 납북자는 북한에 근거지가 없어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자국민을 끝까지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6.25전쟁 중 납북된 분들의 상당수가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해방 후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초석을 다지는데 기여하신 분들입니다.  이 분들을 접어 두고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도 바로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바로잡아 진실을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전쟁 납북자 문제해결 대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납치사건이 우리 후대에서는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이 문제는 묻어 두거나 사실과 다른 각도에서 접근되어서도 안됩니다. 
미국에서는 한국전쟁 중에 전사한 미군들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하여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재원을 들이고 있으며 그리고 성대한 송환식까지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9. 끝으로 국민에게 당부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죠.

현충일을 맞아 바라건대 납북자 문제는 남북한 화해에 걸림돌이 아니라 금강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제 있었던 한국 대 폴란드 월드컵축구경기에서 우리의 숙원이었던 승리를 48년만에 드디어 얻게 되어 온 국민이 흥분하고 기뻐했습니다.  전쟁납북자 문제도 앞으로 정부와 저희단체가 지혜를 모아 국민의 성원속에 해결하는 값진 승리의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합니다.
국민 여러분 한 분 한 분께서 6.25전쟁납북자를 기억해 주시고 따뜻한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전쟁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인권보호 나아가 송환에 큰 힘이 되고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세우는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