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13일(현지시간) 채택된 `한국전 국군포로, 실종자 및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은 초당적 합의의 산물이지만, 납북자 단체와 미국내 `풀뿌리 운동'의 끈질긴 활동이 밑거름이 됐다.

이번 결의안의 첫 출발은 지난 7월21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과 민주당 중진인 찰스 랭글 의원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박 의원은 이날 면담에서 국군포로가 제대로 송환되지 못한 현실과 전시 민간인 납북자에 대해 설명하고 미 의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을 요청했다.

국군포로.실종자.전시 납북자 문제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새삼 알게된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의 랭글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에 놀라워했고 1시간이나 면담이 이어졌다.

랭글 의원은 그로부터 일주일 째인 27일 한국전 정전일을 맞아 이 결의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추수감사절 이전까지 발의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만난지 일주일도 안돼 랭글 의원이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납북피해자 특별법이 제정되는데 적극적 노력을 펼쳤던 이미일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등 납북자 피해가족들도 수차례 방미활동을 통해 미 의원 설득에 나섰다.

지난 10월초 이 이사장 등은 미 의회를 방문해 하원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공화) 외교위 위원장을 비롯, 외교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결의안을 홍보하고 필요성을 설명하고 다녔다.

랭글 의원은 이날 결의안 통과의 의미를 설명하는 의회 기자회견에서 이 이사장을 연단으로 나오도록 요청해 발언 기회를 주는 등 각별한 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미주 한인 `풀뿌리운동'의 대표단체인 뉴욕 한인유권자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가 가세했다.

지난 2007년 미 의회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채택, 지난해 한인 공로 결의안 등의 채택에 산파역할을 한 김 이사는 이번에도 의회 네트워크를 통해 결의안 공동 발의자를 57명까지로 늘렸다.

지난달 30일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 소위가 이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도널드 만줄로(공화) 아태소위원장은 심의 진행과정에서 김 이사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결의안 추진과정에서 미국내 한인단체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결의안 소관 상임위인 외교위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큰 힘을 발휘했고, 심의 관문이었던 만줄로 위원장과 애니 팔레오마베가(민주) 간사도 힘을 보탰다.

인권문제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큰 목소리를 내는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연내 조속한 결의안 채택을 위해 소위에서 채택한 결의안을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상정하는 단안을 내렸다. 하워드 버먼 민주당 간사도 초당적으로 협력했다.

위원회 규정상 이번 회기내 본회의에 의안을 직접 상정할 수 있는 카드가 한장 남았지만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다른 수많은 의안들을 뒤로 제치고 이 결의안을 본회의에 회부하도록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특별법을 만드는데 꼬박 10년이 걸렸는데, 미 의회에서 이토록 빨리 결의안 채택이 이뤄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결의안 채택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진데는 이슈가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반대 명분이 별로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지한파 의원이 늘었고 보이지 않는 의원 외교와 `풀뿌리 운동'이 성공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