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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투데이](20180912)[임미옥의 목요시선] 9월의 편지시인 황금찬
이름: 강혜희기자
2018-09-14 17:04:25  |  조회: 16
[임미옥의 목요시선] 9월의 편지시인 황금찬
  • 강혜희 기자
  • 승인 2018.09.12 15:52



옷장 밑 빼닫이에서 
당신의 신발 한 짝을 내봅니다. 
이것은 당신이 끌려가던 날 새벽 
뜰악에 벗어진 당신의 신발입니다. 

그 후 당신의 소식을 모릅니다. 
첫 아이면서 막내둥이가 된 
영희년은 
벌써 국민학교 3학년이랍니다. 

공백화해 가는 내 창 앞에 
9월이 가져오는 이 편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겝니까. 

같은 하늘 밑에서 산다곤 믿어 안지고 
그렇다고 안 믿기란 믿기보다 어렵습니다. 

혹 영희년이 병이 나면 
아버지를 찾습니다. 
그때처럼 당신이 미운 때는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납치된 이유를 아직도 모릅니다. 
그저 9월이면 하늘같은 사연으로 
편지를 쓸 뿐, 
그러나 보낼 곳이 없습니다. 

손끝도 닿을 내 강토에 
암암히 흐르는 이 강물은 
우리들에게 칠월칠석도 마련하지 않고 
납치의 달 9월은 가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잠든 영희의 머리맡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4292년에 
또다시 9월의 편지를 쓰기 전,  
당신은 소식 주십시오. 


​■출처 : 시선집 '보리고개', 탐구당(1991) 

▲이 '9월의 편지'는 단기 4291년, 그러니까 서기 1958년에 쓰였다. 단제(檀帝)기원 4351년이 된 올해(2018년)로부터
꼭 60년 전의 편지이다. 세월이 이만치 흘렀으니 이 편지의 끝인사대로 '당신은 소식(을)' 주었을까. 그리하여 이
가족은 다시 한 지붕 아래 모여 살게 되었을까. 통탄스럽게도 60년 전 간절했던 피랍자 아내의 바람을 고스란히
 반영한 이 시, '보낼 곳 없는 편지'는 아직도 해마다 '9월'이면 거듭 쓰이고 있다. 1950년 9월. 전쟁 중 황망히
끌려갔던 '당신'은 7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생사의 소식조차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1952년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작성한 자료-6·25사변 피랍치자 명부-에 의하면 전시(戰時) 납북자는 무려 8만 2959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휴전회담 때 정치적인 이유로 의제화하지 못했고, 납치 사실을 딱 잡아떼는 북한의 태도로 인해
이후의 남북회담에서도 다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조차도 월북이니 실종이니 하면서 진실을
희석하는 분위기니 그 가족의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전쟁을 겪었던 분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니까, '당연한 사실'이 '모호한 추정'으로 바뀌는 것에 너무 놀랐습니다.… 2000년대가 되니 역사가
설화로 바뀌더군요. 어느 순간부터 납북 사실 자체가 아득한 세월 속에 방치돼 버린 거죠."(이미일, 6·25사변납북자
가족회 이사장) '당신의 신발 한 짝'을 '옷장 밑 빼닫이'에 보관한 채로 한 해 또 한 해를 기다리던 세월은 어느새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거의 다 앗아갔을 뿐 아니라 통한의 역사 자체를 '공백화'해가는 건 아닐까.
이 모든 아픔을 끌어안고 치유해야할 남북통일의 갈 길이 멀다.

■황금찬(黃錦燦) 

△1918년 강원도 속초 출생, 2017년 영면. 
△1953년 '문예'에 '경주를 지나며' 추천으로 등단.  
△강릉농업고등학교, 서울동성고등학교 교사, 추계예술교 강사, 중앙신학대학 기독교문학과 교수, 한국크리스찬 문학가 협회장, '시마을' 대표역임. 
△시문학상,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등 수상. 
△시집 : '현장' '5월 나무' '나비와 분수' '오후의 한강' '산새' '구름과 바위' '한강' '한복을 입을 때' '기도의 마음자리' '물새의 꿈과 젊은 잉크로 쓴 편지' '옛날과 물푸레나무' '사랑 3' '조가비 속에서 자라는 나무들' '음악이 열리는 나무' '공상일기' '고향의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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