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문가 “올해 6·25 70년
국제사회 납북자 잊지않았는데
우리 정부는 문제 해결 외면”

유엔이 북한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34건의 납북 강제실종 사건에 관해 지난해 북한 당국에 질의서를 보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대다수는 6·25전쟁 당시 납북된 민간인들로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전시 납북자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문제 해결을 사실상 외면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은 지난해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제119회기 회의에서 34명의 강제실종 관련 질의서를 북한에 보내기로 결정했고, 같은 해 11월 질의서를 발송했다. WGEID는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WGEID는 회의에서 9개국 222명의 피해 사례를 새로 발굴해 해당 국가에 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내전으로 몸살을 앓는 시리아가 41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룬디 37건·스리랑카 36건·파키스탄 35건으로 뒤를 이었다. 북한은 9개국 중 다섯 번째를 기록했다.

북한은 특히 강제 실종자의 대다수가 6·25 전시 민간인 납북자라는 점에서 주로 2010년대 이후 실종자가 발생한 다른 나라들과 차이를 보인다. 2000년 이후 납북된 6명의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28명은 6·25전쟁 중에 북한으로 끌려간 납북자들이고, 이 가운데 27명은 가족협의회가 WGEID에 진정서를 보낸 사례들이다. 가족협의회는 그간 여섯 차례에 걸쳐 전시 납북자 150여 명에 대한 진정서를 유엔에 제출해 왔고, 그 가운데 120여 명에 대한 질의서가 지금까지 북한에 발송됐다.

북한 당국은 납북자 문제에 대해 계속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가족협의회가 이전에 제기했던 안찬수(당시 연합신문 부국장) 씨 관련 진정에 대해 최근 북한 당국은 “진정서의 내용은 편향되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 “북한을 음해하려는 적대적 세력이 악랄한 반공화국 인권 소동을 벌인 전형적인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올해가 6·25전쟁 70주년인데, 국제사회가 잊지 않고 있는 6·25 납북자 문제를 우리가 잊어버리고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