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국정에 헌신하시는 대통령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6.25전쟁 납북 인사 가족으로서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6.25전쟁당시 변호사이셨던 저희 아버지 김 점석(金占碩 1913년 1월 20일생)씨는 1950년 7월 8일 오후2시 용산구 남영동 43번지에서 붉은 완장을 단 2명의 청년(1명은 동네청년)이 와서 잠깐 조사할 일이 있다고 용산경찰서로 데리고 간 후 5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습니다.

6.25전쟁 직후 시국이 어수선하여 저희 가족들은 서둘러 피난을 하려 했으나, 노량진까지 갔다가 28일 한강 철교가 폭파되어 미처 건너지 못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를 믿었던 시민이었기에 이승만 대통령의 3일내 서울 수복 한다는 방송만 굳게 믿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결국 저희에겐 아버지를 잃어야 하는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후 저희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정치보위부(현 롯데본점, 당시 국립도서관)로 해서 서대문형무소로 가셨고, 정치보위부에서 장 후영 변호사(작고)와 같이 조사받았다고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당시 장변호사 말씀으로는 아버지께서 1949년까지 검사(서울지검 공안부장 검사)를 하신 것이 문제시 됐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납북되고 난 후 저희 가족 어머니, 여동생 둘(1945년, 1948년 생), 저(1942년 생)의 생활은 참으로 힘든 세월이었습니다. 지금은 병상에 계신 저희 어머니는 전쟁의 고통과 함께 56년을 경제적 어려움과 한으로 얼룩진 세월을 사셨습니다.
저희 가족의 간절한 소망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아버님이 북한에서 어떻게 사셨고 언제 어디서 돌아가셨고 어디 묻히셨는지 알고 싶은 것 뿐 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하도 속이 상해 ‘내가 왜 이 나라에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왜 일찍 이민이라도 못 가지 않았나?’ 하는 회한만 늘어놓을 때가 많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이제는 저희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06년 1월 26일
6.25전쟁 당시 변호사 김 점석의 장녀
김 지 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