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논문자료

논문자료

국제법상의 강제실종 개념은 한국전쟁 중 북한에 의해 납북된 남한 민간인들에 대하여 적용될 수 있는가
이름: 차지윤
2011-03-29 17:35:22  |  조회: 2863


차지윤 (한동국제법률대학원 졸업, 미국변호사)


서 론

한국전쟁 당시 8만이 넘는 남한의 민간인들이 납북되었다. 반세기가 더 지난 지금까지 돌아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납북인사들의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함 속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왔다.

납북사건을 목격한 수많은 증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정부는 지금까지 납북사건 자체를 부정해오고 있다. 이념의 양극화로 일어난 전쟁 속에서 언제나 피해자는 무고한 민간인들이다. 이 연구는 한국전쟁 납북사건을 국제법적 관점에서 강제실종 범죄의 심각성을 통해 재조명해 보려고 한다.

문제제기

I. 국제인권법, 국제인도법, 국제관습법상에 나타난 강제실종의 개념이 한국전쟁 중 납북된 남한 민간인들에 적용 가능한가?

II. 한국전쟁 후에 체결된 국제다자조약도 한국전쟁 납북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가?

III. 한국전쟁 납북사건에 국제법상 공소시효를 적용해야 하는가?

요 약

한국전쟁시 북한군에 의한 광범위한 납북행위는 국제법상 강제실종 개념에 포함된다. 8만여 명의 민간인을 계획적으로 납치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저질러진 이 납북행위는 더 나아가 국제인권법상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한다. 전쟁 중에 지켜야 할 법인 국제인도법상에서도 민간인에 대한 납치는 금하여지며, 이것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납북인사들의 생사확인이나 소식을 알려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납치사실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한의 납북인사 가족들은 고통 속에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런 북한의 납치는 가족들과 납북피해자들에게 두 배의 고문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국제관습법도 위반한다. 강제실종의 금지는 국제사회의 큰 지지를 얻어 왔으며, 수많은 국제 및 국내 조약과 실제판례에서도 강제실종을 심각한 범죄로 처벌하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전쟁 납북사건 이후에 채택된 조약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에 절차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납치의 개념을 포함하는 강제실종은 한국전쟁 당시에도 관습법으로 규제가 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몇 개의 조약은 이미 그 개념을 담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에 강제실종을 금지하는 조약과 관습법이 없었다 할지라도 한국전쟁 납북사건은 이후의 국제법 개념이 적용 가능하다. 행방을 알 수 없는 미해결의 강제실종사건은 국제법상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범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한국전쟁시의 납북행위에는 1968년 북한이 가입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시효부적용에 관한 협약’에 따라 공소시효도 적용될 수 없다.

I. 한국전쟁 당시 8만 여명의 민간인을 계획하에 광범위하게 납치한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국제법상 강제실종 개념에 포함되며 동시에 반인도범죄와 전쟁범죄를 구성한다.

A. 한국전쟁시의 납북행위는 국제인권법(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의 위반이다.

1. 국제법의 강제실종 개념은 한국전쟁 납북행위에 적용 가능하다.

‘유엔강제실종선언’에 나타난 강제실종의 정의는 (1) 사람을 체포, 구금 또는 이들의 의사에 반하여 납치하거나 다른 방법에 의한 이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가 (2) 정부의 다양한 부서 또는 수준의 공무원 또는 정부에 대신하거나 정부의 직접, 간접적인 지원, 동의 또는 묵인 하에 행동하는 조직된 집단이나 사적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3) 이 행위자가 관련된 사람의 운명이나 행방을 밝히기를 거절하거나 이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인정하기를 거절하여 이러한 사람들을 법의 보호 밖에 두는 행위를 말한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도 이와 비슷하게 강제실종을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의 강제실종’이라 함은 국가 또는 정치조직에 의하여 또는 이들의 허가•지원 또는 묵인을 받아 사람들을 체포•구금 또는 유괴한 후, 그들을 법의 보호로부터 장기간 배제시키려는 의도 하에 그러한 자유의 박탈을 인정하기를 거절하거나 또는 그들의 운명이나 행방에 대한 정보의 제공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명시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강제실종의 범죄를 구성한다. 남한 민간인들은 북한 정부의 지시를 받은 자들에게 강제로 체포, 연행되었다. 납북자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납북인사들은 무장한 인민군이나 북한군의 대리인임을 보여주는 완장을 찬 사람에 의에 체포되었다. 강제성에 관한 증거로는 탈출자의 증언에서 보듯이 납치된 사람들은 손이 포승줄에 묶인 채로 북으로 강제연행 되었으며, 항상 군인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 공력을 사용한 체포였으며, 인민군들은 무장을 하고 있었고, 숨어있었던 경우에도 연행해갔던 것을 볼 때, 본인의 의사에 반한 연행이 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쟁 중 납북사건에 대해 전쟁의 혼란한 틈을 타 월북을 했다는 논의도 있다. 하지만 납북자들의 개인사상의 배경이나 특수한 시대상황을 볼 때 월북에 대한 주장은 논점이 없다. <6&#8226;25전쟁 납북자 실태의 실증적 분석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많은 수의 납북인사가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초에 공헌한 국회의원, 판사 등 정부관련 공무원임을 볼 때, 공산주의에 반대하여 민주주의 정부를 세운 인물들이 전쟁이 나자 공산주의자가 되어 스스로 북으로 올라갔다는 설은 신빙성이 없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경우, 실제로는 전쟁이 나자 공산주의에 반대했던 자신들의 신변의 위협을 느껴 숨어 지낸 경우가 허다했다.

더욱이 상당수의 납북되었던 자들은 북에서 공산주의를 경험한 후 전쟁 전에 남한으로 이주했던 사람들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세워지고 한국전쟁이 나기까지 38선을 통한 이동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양극화된 두 정부를 경험하면서 국민들은 본인들의 기호에 따라 정부를 선택하였다. 완전히 다른 두 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지난 후에 한국전쟁이 일어났으므로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당시는 북인지 남인지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그러므로 공산주의를 떠나 민주주의 진영에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다시 공산주의 국가로 돌아갔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납북인사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서울에서 북한군을 피해 숨어있다가 잡혀간 사람들이 많았다. 스스로 원해서 북한으로 갈 사람들이었다면 북한군으로부터 숨어있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증언자료에 의하면 서울을 떠나 더 남쪽으로 피난을 갔다가 서울에 두고 온 가족들 걱정에 다시 서울에 잠시 들렀던 때에 납북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목숨을 걸고 가족을 위해 서울에 온 사람이 가족들을 다 버리고 혼자 북한으로 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제실종개념을 구성하는 마지막 요소인 납치정부의 태도 또한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만족한다. 남한민간인들에 대한 납치를 자행한 북한정부는 납북자들의 행방이나 생사확인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납북사건 자체를 부정해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에도 로동신문 2006년 9월 5일자의 논평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가장 귀중히 여기고 그것을 최상에서 보장해주고 있는 우리 공화국에는 애당초 납북자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강제연행, 납치와 정부와의 관련여부, 납치 이후의 정부의 태도를 볼 때,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국제법상의 강제실종 개념에 부합한다.

2.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구성한다.

‘유엔강제실종선언’ 제 5조를 보면 강제실종이 광범위하고 조직, 계획적으로 행해지면 관련된 국제조약에 명시된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한다고 규정한다. 반인도적 범죄를 정의하는 대표적 국제조약인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을 살펴보면, “‘인도에 반한 죄’라 함은 민간인 주민에 대한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로서 그 공격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범하여진 “노예화…주민의 추방 또는 강제이주, 국제법의 근본원칙을 위반한 구금 또는 신체적 자유의 다른 심각한 박탈, 고문…사람들의 강제실종…신체 또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대하여 중대한 고통이나 심각한 피해를 고의적으로 야기하는 유사한 성격의 다른 비인도적 행위”를 말한다.”

이와 비슷하게 유엔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가 만들고 있는 ‘인류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형법초안’도 반인도적 범죄를 정부나 정부의 조직을 통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범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관련조약들에 나타난 반 인도적 범죄의 정의를 종합해보면, 정부의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함’ 과 ‘조직적, 체계적인’ 공격이 공통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광범위함’의 정의는 심각하게 대규모로 빈번하게 수많은 피해자들에 집단적으로 행해진 공격으로 내려지며 , 한국전쟁 중 납북된 사람의 수가8만여 명인 것을 볼 때 이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매우 광범위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또한 조직적 체계적 공격이기도 하다. ‘조직적’은 미리 의도된 계획이나 정책을 말하며, 이 정책이 반복적이고 계속된 반인륜적 범죄를 일으킬 수 있을 때를 말한다. 북한의 남한 민간인 납북계획은1946년에 발표된 김일성 교시문, <남조선에서 인테리들을 데려올 데 대하여>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교시문에는 김일성주석이 북한의 지식인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남한으로부터 지식인들을 데려온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전쟁 전에 만들어진 공식적 정부 문서를 통해 북한이 계획적으로 납치를 준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납북된 사람들의 명단을 통해 납북자 실태를 분석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학자, 의사, 판검사 및 변호사, 언론인, 공무원, 정치인, 사업가 등 고학력자들과 기술자들을 찾아서 조직적으로 납치하였다. 더 나아가 북한은 남한 민간인 중 전쟁수행과 복구에 필요한 특별한 계층의 젊은 남성들만을 납치하였다. 게다가 납치된 장소의 80.3%가 납북된 사람들의 집이나 집 근처인 것으로 볼 때, 이는 북한정권이 납북자들의 거처를 미리 알고 접근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므로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다수의 민간인에 대한 범죄임을 알 수 있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만들어진 뉘른베르그 헌장에도 반인도적 범죄의 정의가 들어있다. 뉘른베르그 조약은 “전쟁이 있기 전 또는 전쟁 중에 모든 민간인(any civilian population)에 대해 행해진…노예화, 강제이주와 추방, 그리고 여타의 비인간적 행위” 로 규정한다.

납북자는 모두 민간인들이었으며 북한으로 강제 이송되었고, 강제 노동에 동원되었다. 북한관계사료집에 수록된 <서울시민 전출사업에 관한 협조사에 관하여> 라는 글을 보면 노동에 동원되는 남한 민간인들을 모집자라고 칭한 후, “도주자가 있을 시는 즉시 체포에 노력할 것” 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 노동력을 모집한 것이 강제징집이었음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민간인들의 강제이주와 노동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일어났던 납북사건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

B.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국제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의 위반이다.

1. 국제인도법에 나타난 강제실종의 개념은 한국전쟁시 납북행위에 적용 가능하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 또한 납북사건을 정당화 할 수 없다.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전쟁법을 지켜야 한다(jus in bello) 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국제법의 대전제이다.

가장 오래된 전쟁에 관한 조약인 헤이그 조약은 민간인 보호가 그 목적이었다.

헤이그 조약 전문에, “전쟁의 재해를 감소시키려는 희망에 따른 것으로…교전자와 주민과의 관계에서 교전자의 일반적 행위 준칙이 될 것이다…보다 완비된 전쟁법에 관한 법전이 제정되기까지는 체약국은 그들이 채택한 규칙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 주민 및 교전자가 문명국간에 수립된 관례, 인도의 법칙 및 공공양심의 요구로부터 유래하는 국제법원칙의 보호 및 지배하에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명시하며 민간인을 교전자와 구별할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제46조의 가족의 명예와 권리, 생명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볼 때, 강제 가족해체와 가족의 생명권, 알 권리를 침해한 납북사건이 헤이그 조약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쟁법의 대표적 기준이 되는 ‘1949년 제네바 협약의 부속의정서’도 전쟁의 상황과 관련하여 민간인의 보호를 위하여 채택되었으며, 민간인과 전쟁에 참여하는 자의 구분을 확실하게 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특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위주체가 민간인이든 군사대리인이든 불문하고 또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금지된다”는 것인데, 해당하는 행위를 “인간의 생명, 건강 및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안녕에 대한 폭력행위, 특히 (1) 살인, (2)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불문하고 모든 종류의 고문”으로 규정한다. 또 전쟁 중 체포 구류행위에 대해서는 “무력충돌에 관계되는 행위로 인하여 체포 또는 구류되는 모든 자는 자기가 이해하는 언어로 이 조치가 취하여진 이유를 신속히 통지받고, 형사범죄를 이유로 하는 체포 또는 구류의 경우를 제외하고, 그러한 자는 가능한 최소한의 지체 후 그리고 체포, 구류 또는 억류를 정당화하는 상황이 종식되는 즉시 모든 경우에 있어 석방된다” 라고 명시한다.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강제로 가족을 해체시킨 행위이다. 납북자들과 그 가족들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강제로 헤어진 지 56년이다. 먼 거리를 손이 묶인 채로 목숨의 협박아래 민간인들을 강제 이주시킨 행위는 당연히 신체, 정신적 생활을 위협하는 고문이며 폭력이다. 그러므로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전쟁 중에 일어났다 하더라도 전쟁과 관련해 지켜야 하는 국제인도법의 기본 목적에 위배되는 명백한 범죄이다.


2.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국제인도법상의 전쟁범죄(War crimes)를 구성한다.

국제인권법에서 심각한 범죄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듯이 전쟁범죄는 전쟁이라는 특수상황과 관련하여 국제인도법에서 다루는 중대범죄이다. 이 전쟁범죄 또한 강제실종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뉘렌베르그 헌장은 전쟁범죄를 전쟁의 관습이나 법의 위반이라고 정의하며, 상세하게는 점령지역에서 민간인에 대한 강제노동이나 강제 이주, 비인간적 대우를 그 예로 들고 있다.

납치는 사람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행위이다.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저질러졌다는 데에 그 심각함이 있다. 북한은 그들의 노동력과 지식인층의 부족을 채우기 위해 강제로 남한의 민간인들을 납치했다. 그러므로 북한의 납치행위는 강제 이주 및 노동을 포함하고 있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협약’을 보면 전쟁범죄는 “제네바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다른 전반의 관련한 국제인도법내의 법과 관습의 심각한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다. 위에서 논의하였듯이,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민간인에 대한 범죄로 제네바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므로 국제형사재판소의 정의에 따라서도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C.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국제관습법의 위반이다.

강제실종은 국제관습법 하에서도 심각한 범죄로 여겨진다. 국제관습법은 국제사회에서 전반적으로 법으로 수락된 일반관행의 증거가 되는 국제관습을 말하며 국제법에 따라 재판할 때 적용되는 법원(源)의 한가지에 해당한다. 국제관습법은 객관적 사실적 요소인 일반관행(State practice)과 주관적 심리적 요소인 법적 확신(opinio juris)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확립된 관습법은 조약의 가입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나라에 적용된다. 강제실종의 금지는 실제 많은 국제 및 국내 조약, 판례, 국제사회의 인식을 통해 관습법을 구성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1. 다수의 국제조약이 강제실종을 금지한다.

강제실종은 국제사회 기본규범(jus cogens)의 위반으로 여겨진다. 이 개념은 여러 다자조약들을 통해 국가들에 의해 동의되어왔다. 위에 논의한 바와 같이 뉘른베르그 국제군사재판협약과 제네바 협약 등이 국제사회에서 관습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1946년에 만들어진 뉘른베르그 헌장은 헤이그 협약을 국제관습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뉘른베르그 헌장은 “헤이그 협약의 조문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협약이 만들어질 당시 이미 존재하던 국제관습법의 표현이었다. 1939년까지 모든 문명국가에서 인정하고 있었으며 국제전쟁의 관습법으로 여겨지고 있었고 그렇게 선언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1994년 미주기구(OAS)가 채택한 ‘사람들의 강제실종에 관한 미주협약’이다. 이 조약은 전문에서 강제실종은 세계인권선언과 미국인권선언에 표명된 인간 기본 양도할 수 없는 권리들을 침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관계법에 대한 리스테이트먼트’에서도 강제실종을 국제인권에 관한 “관습법의 위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세계인권선언,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여러 다자 조약 등이 모든 사람의 생명 , 자유 및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 , 누구도 노예가 되거나 괴로운 노역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 누구도 고문 또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모욕적인 취급 또는 형벌을 받지 않을 권리 , 모든 사람은 어디에서나 법앞의 인격으로 인정받을 권리 를 표명하며 강제실종을 금지하고 있다.

2. 실제 판례에서도 강제실종이 심각한 인권침해로 여겨지며 금지되고 있다.

조약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 여러 법정의 판례에서도 강제실종을 범죄로 인식하며 관행을 이루고 있으며 국가들의 법적 확신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법정에서 강제실종이 국가에 의해 일어났다고 판정되었을 때, 국가책임을 물어 실종된 사람의 운명이나 행방에 대해 적절한 조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음을 기본적인 인권유린으로 판결하였다.

실종자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수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실종자에 대한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은 국제인권법을 반한다고 말하였다. 더 나아가 유엔인권위원회 (UN Human Rights Committee) 는 가까운 가족들에게 강제실종은 고문의 수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자녀의 실종과 생사를 모르는 불확실함으로 인한 어머니의 고통과 스트레스는 고문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유럽인권법정도 수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국가에 배상판결을 냈으며 ,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아들의 생사여부나 공식적인 정보를 전혀 모른 채 오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한 것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싸이프러스와 터키간의 소송에서는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요소를 언급하였다. 가족들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실종사건을 목격했을 때, 그 실종자의 이후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을수록, 해당기관의 태도가 무심할수록 가족들의 그 고문의 정도가 심해진다고 했다. 이 중에서도 해당기관의 무관심한 태도나 반응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정부는 한국전쟁시 납북행위에 대해 반세기가 넘도록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대대적인 규모로 국민들이 납치된 것을 전쟁 당시 인정했고 1950, 1952, 1954년에 스스로 명단을 만들 정도로 조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는 납북인사 가족들에게는 고문에 해당한다.

미주인권법정 또한 강제실종이 가장 심각하고 잔인한 인권침해라고 하면서 여러가지 기본적인 인권을 위반한다고 하고 있다. 실종자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이 법정은 제대로 상황조사를 하지 않은 국가는 가족들의 진실을 알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하고 있다.

3. 국제사회는 강제실종 금지에 대한 법적 확신을 가지고 있다.

2006년 6월에 처음 시작된 유엔인권이사회의 공식 기조연설에서 대부분의 유엔회원국들은 강제실종에 관한 다자조약의 필요성을 강력히 지지했다.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들은 의심의 여지도 없이 만장일치로 투표없이 이 조약을 받아들일 것을 동의했다.

회원국들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들도 강제실종을 규탄할 것을 주장하였다. 국제적십자기구의 공식연설은 “강제실종은 기본적이고 중요한 여러 개의 국제관습법의 위반”이라고 했으며 , 가족들에 대해서는 실종자의 가족들을 아무 소식도 없이 내버려두는 것은 잔인한 불확실함 속에 두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운명을 알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제실종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특히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강제실종을 금지하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해 온 국제기구이다. 강제실종만을 다루는 실무그룹(Working Group)과 강제실종을 자세히 설명하는 보고서(Fact Sheet)를 만들며 전세계에서 행해지는 강제실종을 줄여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II. 한국전쟁 납북사건 이후에 채택된 국제조약은 그 당시 민간인 납치 금지에 대한 국제관습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현재도 진행중인 미해결 범죄이기 때문에 적용 가능하다.

한국전쟁시 납북행위가 국제법상 강제실종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법을 적용하는데 절차적인 문제가 따를 수 있다. 남한 민간인 납치는 강제실종을 언급한 대부분의 국제조약이 효력을 발생하기 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형법의 경우 ‘소급효금지의 원칙(ex post facto)’과 ‘죄형형법주의(nullum crimen sine lege, nulla poena sine lege: no punishment without a law)’ 는 범죄가 일어난 이후에 만든 법으로 이전의 범죄를 처벌하는 법의 소급적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뉘른베르그 전범재판도 법의 소급적용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뉘른베르그 재판 당시는 반인도적 범죄라고 명시한 성문법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국제군사재판소는 소급적용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 문제는 정의가 처벌을 요구하기 때문에 범죄 이후에 만들어진 법이라도 적용되어 불처벌(impunity)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었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통일 후에 전 동독의 많은 군인들이 서독으로 국경을 넘어가려는 동독인들을 사살한 데에 대하여 기소가 되었다. 피고들은 당시 동독법하의 합법이었던 이 사살행위에 대해 소급효금지의 원칙을 들어 변호했다. 그러나 통일독일법정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고의 처벌에 대해 소급효금지가 아닌 보편적인 가치의 입장에서 그 내용이 심각한 범죄행위인 경우 받아들여지는 국제관습법 위반에 근거하여 기소처리 하였다.

앞서서 국제인도법의 적용에서 보듯이 강제실종의 금지는 한국전쟁 전부터 국제관습법으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국제관습법이 확립되지 않았다고 반론할지라도 한국전쟁 당시에는 헤이그 협약이나 뉘른베르그 헌장 등 이미 강제실종을 금지 효력을 발행하는 조항들이 있었다. 이것은 강제실종이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것을 국가들이 그 당시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한국전쟁 납북사건이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구성하므로 어떠한 법 조항이 없이도 국제사회로부터의 지탄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미해결 범죄이다. 미해결된 강제실종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범죄로 여겨진다. 유엔 강제실종 선언은 실종자의 행방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범으로 취급한다. 또 미주 강제실종 협약은 제3조에서 “실종자의 운명이나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한 이 강제실종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칠레의 전 대통령 피노체트 사건의 판결문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실종문제에 대해 언제 행해졌는지에 상관없이 고문 공모 혐의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는 가족들에게는 그 구성원의 실종의 여파는 고문에 해당하고, 실종자의 소식을 모르는 한 계속 진행중인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전쟁시 납북행위의 피해자 가족들은 납북자들에 대한 생사확인은 물론,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하였다. 북한정부는 아직도 납북인사들의 생사확인을 거절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남한 민간인 납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중대한 인권침해인 한국전쟁시 납북행위에도 해당 국제법 조약이 언제 효력을 발생했는가와 상관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III.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1968년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시효부적용에 관한 협약’에 따라서 한국전쟁시 납북행위가 일어난 지 56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한국전쟁시 납북행위는 그 특징으로 볼 때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민간인에 대해 저질러진 범죄로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국전쟁시 납북행위가 가족들에게 강제실종 피해자의 생사확인은 물론 행방도 알 수 없이 현재도 미궁에 빠져있는 진행중인 범죄이므로 공소시효의 적용은 문제될 수가 없다. 유엔 강제실종선언도 실종자의 행방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되는 범죄로 취급하며, 강제실종범죄의 처벌과 배상에 대한 시효적용을 배제 또는 정지할 것을 요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범죄에 대해 “정부의 진지한 진상규명과 수사노력이 명백하게 기울여지고 있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공소시효는 적용될 수 없다.

결 론

강제실종은 실종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가중한 이중 고문이다. 납치는 강제 실종의 한 종류에 해당하며, 매우 중대한 범죄로 여겨지는 것이 국제사회의 여론이다. 국제인권법, 국제인도법, 국제관습법에 서 강제실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구성할 경우 소급적용이나 공소시효가 문제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만 명의 납북자의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당 국가기관은 한국전쟁 납북사건에 대한 국제법상의 국가의 의무를 다 할 것을 촉구한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3 6·25전시 납북자 문제에 관한 대학생의 인식 고찰(2016)
김명호
17-06-01 1057
52 6·25전쟁 납북자 명부들의 특성 분석에 관한 연구(2016) 연대 북한연구원-..
김명호
17-06-01 910
51 6·25전시 납북자들의 북한생활 실증분석에 관한 연구(2015) 경인행정학회-..
김명호
17-06-01 1024
50 6·25전쟁 납북피해신고와 유가족들의 인식에 관한 연구(2015) 경인행정학..
김명호
17-06-01 797
49 거제도포로수용소의포로에대한실증적분석_제18권2호(2014) 연대 북한연구원
김명호
17-06-01 896
48 납북자 실태 및 해결방안 제8권2호(2008) 사회과학연구
김명호
17-06-01 1001
47 납북자의 납북동기분석-제16권3호(2006) 정책분석평가학회
김명호
17-06-01 869
46 사회과학연구-납북자 실태분석-제4권1호(2004)
김명호
17-06-01 714
45 Abduction of civilians during the Korean War: analysis
Man-ho Heo
16-01-04 1113
44 6·25전쟁 민간인 납북자 문제와 휴전회담: 납북자 명부와 휴전회의록 분석
허만호
16-01-04 1139
43 한국전쟁기 북한의 남한 주요인사 납북 원인 분석
박영실
12-12-27 1860
42 국군포로, 전쟁·전후납북자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
이미일
12-12-24 1863
41 전시 민간인 납치의 국제인도법적 고찰
제성호
12-12-24 1531
40 6·25전쟁 중 남한민간인 납북 문제에 대한 전후 처리 현황과 과제-2011년..
이미일
12-12-21 2425
39 6·25전쟁 납북자 문제의 현안과 해결방안
오경섭
12-12-21 2125
38 한국전쟁기 남한 민간인 인명피해 조사의 유형과 특징
정병준
12-12-21 1701
37 6·25전쟁납북 진상규명의 법적 의미와 효과
제성호
12-12-21 1513
36 국제법상의 강제실종 개념은 한국전쟁 중 북한에 의해 납북된 남한 민간인..
차지윤
11-03-29 2862
35 휴전체제의 전환과 전시(戰時) 민간인 납북자
관리자
09-02-06 2908
34 한국 납북피해자 인권의 현황과 과제
이미일
08-10-31 2982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