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인
생년월일: 1912년 11월 24일(음)
출생지: 인천광역시 부평구
당시주소: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개동 365번지
피랍일: 1950년 9월 초
피랍장소: 자택
직업: 대목
직계/부양가족: 배우자, 자녀(3남2녀)
외모/성격: 170cm 정도의 키에 필체가 좋고 과묵하심

증언자
성명: 김행규 (1941년생)
관계: 차남
증언성격: 직접증언

특이 사항(납치주체/상황/원인)
- 대목(大木)이었던 납북자는 당시 동네 인민위원장의 이장을 하라는 권유를 거절하고 산 속으로 피해서 숨어 지냈음.   
- 1950년 9월 5일 경, 낮에는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자 저녁식사를 하러 집으로 들어온 아버지에게 인민위원 한 명, 민간인 복장의 사람 한 명, 총을 멘 인민군 복장의 사람 한 명이 찾아와서 식사 중이던 아버지를 끌고 감.
- 가장이 피랍된 후, 어머니가 궂은일을 하면서 다섯 남매를 키워 옴.
- 정보경찰 일을 하던 증언자는, 납북 당시 39세이던 아버지를‘강제의용군으로 월북한 자’라고 기술한 관련 기록을 발견.
-  증언자는 경찰직에 있으면서 보직, 승진에 불이익을 당했음.

 “아버지는 항상 피해 다녔어요. 이장인지 뭔지를 안 하려고 피해 다니다가 어둑해지고 저녁 먹을 시간, 7시 넘었을 때쯤이겠지. 그때 그 사람들이 집에 찾아와서 집 안에까지 들어오지를 않았어요. 인민위원 하나하고, 민간인 복장 한 사람, 인민군 복장 한 사람이 왔었다고. 그런데 내가 어려서 인민군 계급이 뭔지도 몰랐고, 일단 총은 맸었어요. 그 세 사람이 와서 아버지를 찾아서, 식사하시다가 말고 찾으니까 아버지가 일어나서 나갈 수밖에.
 그런데 아버님이 나가시고 그 자리에서 데리고 가버렸으니까 내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그러니까 문 바깥에까지 따라 나가 봤자 벌써 끌고 갔으니까. 더 이상 무슨 얘기고 뭐고‘아버지!’불러보고 할 새가 없었지.”

직업 및 활동

<피랍자는 대목으로 목조건축 설계와 축조를 담당하던 기술자였고 다른 사회 활동은 하지 않았음. 동네 인민위원장이 피랍인에게 이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맡지 않으려고 피신해 다녔음>

문_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답_ 김자 무자 영자. 일제 때 성함이 김자 인자 복자, 그러니까 호적상으로 보면은 김인복이죠. 일본이 우리나라를 1910년에 합방했잖아요. 그 당시에는 호적이 그렇게 된 사람이 많아요. 대부분 해방되고 난 다음에 일본 이름을 우리나라 이름으로 바꿨으니까. 1912년생이시니까, 원래 김인복으로 호적에 올라가 있었던 것을 나중에 김무영으로 바꿨지요. 내가 그걸 유심히 보지를 않아서 연도는 언제 바꿨는지를 모르겠지만, 해방 후에 족보에 따라서 바꾼 걸 테지. 그런데 그게 납북자를 신고하느라고 제적등본을 떼어보니까, 있기는 있는데 잘 보이지가 않더라고. 돋보기로 확인해 봤으면 되는데 그걸 못했지.

문_ 아버님 출생지는 어디셨죠?
답_ 출생지는 납북당한 곳과 같은 데에요. 그 때는 경기도 인천시, 그러니까 인천시가 된 게 48년도인가 아마 그럴 거예요. 옛날에 일본 시절에는 명치성이라 그랬는데, 원래 본적지가 361번지로 되어있어요. 그때는 부평구 부계동이라 그러지 않고, 그냥 인천시 부계동 이라고 그랬죠. 나중에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까 부평구로 된 거고 그 때는 인천시였죠.

문_ 아버님이 다니셨던 학교가 어디였는지 아시나요?
답_ 그건 내가 기억을 못하죠. 왜냐하면 내가 열 살 때였고 아버지가 39살이었으니까. 그럼 아버지가 그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는지 뭘 다녔는지 내가 열 살이니까 기억을 못하지. 어머니한테도 들은 바가 없어요.

문_ 납북 되신 아버님 슬하에 자녀분이 몇 분 계셨어요?
답_ 삼남 이녀지. 우리 식구가 모두 일곱 명이었죠.

문_ 삼촌이나 할머니, 할아버님은 안 계셨고요?
답_ 같이 살지는 않았고 같은 동네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큰 집에 살았죠. 큰집하고 우리 집하고 거리가 백 미터 정도 됐죠. 

문_ 아버님 직업이 어떻게 되셨죠?
답_ 목수인데, 대목이죠.

문_ 감독이신 건가요?
답_ 대목이라는 제도가 아마 우리나라에서 남대문이나 경복궁 복원하고 그럴 적에 생겼지. 쉽게 말해서 설계하는 게 그게 대목이 하는 거지. 그냥 목수는 그거 못하는 거지.

문_ 그럼 목조 건축물을 설계하시는 거죠?
답_ 목조 건축물을 설계하고 축조도 했지. 왜냐하면 건축물이 대부분이 못을 안 박고 전부 다 나무를 끼워 맞췄던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걸 하는 거니까. 하여튼 내가 열 살 때니까 아버지가 공사하는데 따라가 보고 그런 적은 없죠.

문_ 일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으셨겠네요.
답_ 그렇죠. 요즘에는 집짓고 그러는 것을 금방 한다고 그러지만 옛날에는 그런 공사하려면 상당히 오래 걸리잖아요. 그러니까 집에 자주 계시지는 못했지.

문_ 출장을 많이 가셨다는 거죠?
답_ 그렇죠. 예를 들어서 그냥 목수라 하면 동네라든지 가까운 데서 일을 할 적에는 집에서 다니겠지만, 학교를 짓는다든지 절을 짓는다고 그러면 우리 동네하고 머니까 왔다 갔다 하지 않고 그 쪽에 가서 합숙을 하던지 하숙을 하면서 지내다가 공사 끝나야 집에 돌아오시고 그랬으니까. 얼굴 자주 못 보지. 그렇게 서로 자주 못보고 자란 걸로 내가 기억을 해요.

문_ 아버님이 대목일 말고 다른 활동 하신 건 없으세요?
답_ 다른 활동 하신 거는 내가 기억이 없고. 아버지가 6.25전쟁 나고 나서 우리도 피란을 가다가 멀리 못 가고 다시 돌아왔다고. 6.25 터지고 인민군이 한강 넘어오고 그런 게 얼마 안 걸렸으니까. 가다가 멀리 못 가고 하니까 다시 집에 와서 계셨지. 동네 인민위원장이 아버지한테 무슨 이장 같은 거를 맡아 달라고 했지. 그 이장을 안 맡으려고 낮에는 집에 안 계시고 피해 도망 다니셨던 거지.

납북 경위

<이장을 맡지 않으려고 동네 산으로 피신해 있던 피랍인은 저녁을 먹으러 집에 들렀다가, 집에 찾아온 인민위원과 인민군 세 사람에 의해 끌려가고 소식이 끊겼음>

문_ 납북 상황을 목격하신 분이 계신가요?
답_ 아니, 저녁 상 받아놓고 잡숫다가 말고 붙들려 갔으니까. 그건 다 본 게 아니야.

문_ 납치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답_ 아버지가 통상적으로는 아침 식사하고 나면 나가셨지. 나가셔서 숨어 다니신 거지. 1950년 당시에만 하더라도 내 나이가 열 살이니까 어리잖아요. 그 인민위원장 집이 우리 이웃집이니까 그렇게 멀지가 않았었다고. 지금 그 집 식구들 이름은 하나도 기억 안나요. 하여튼 누가 와서 ‘아버지 어디 가셨나 찾아와보라.’고 나더러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아버지가 계신 곳을 알기 때문에 내가 아버지를 찾으러 나갔었다고. 아버지 계신 곳에 갔더니‘야, 여기 오는 거 아니야.’이러시더라고.

문_ 아버님이 숨어 계셨던 거로군요?
답_ 그랬지.‘아버지 어디 계신지 모른다고 그래라.’고 아버지가 그러시길래 집에 와서 다시 모른다고 했는데 하여튼 내 기억으로는 한 번 내가 찾으러 갔다가 아버지한테 야단맞고 돌아온 거지. 전쟁나기 전에도 아버지하고 같이 얼굴을 마주보고 그러는 적은 드물었어요.
아버지가 직업이 대목이기 때문에 절이라든지 커다란 건물 짓는 거를 하니까.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그런 큰 공사는 동네에 없었으니까, 아버지 혼자 공사하는 데에 가족들이랑 떨어져 계시다 보면 자주 못 뵀지.

문_ 동네에 인민위원장을 비롯한 공산당이 있었던 거예요?
답_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걸로 알지만, 일단 인민군이 와서 주둔을 하게 되면 내무서하고 다 구성을 하니까 그 동네에서 좌익이나 인민군들이 사람을 데려다가 인민위원장이고 인민위원이고 일시키는 건 있었는데…. 우리 동네에는 학살은 없었어요. 다른 동네에서는 좌익들이 대나무로 찔러 죽이거나 삽으로 때려죽이거나 이런 일들이 많았다고. 근데 당시에 머리가 좋은 사람들 중에서도 좌경사상을 가졌던 사람들도 많고, 노동계층 사람들이 인민군들 사상에 따라서 열성적으로 많이 뛰기도 했지.

문_ 아버님이 어디로 피하셨는지는 혹시 기억나세요?
답_ 아니.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 동네에는 이씨가 많이 몰려 있었고, 우리 옆 동네는 윤씨, 또 남쪽 동네로는 서씨, 이렇게 집성촌들이었어. 앞에 산이 있는데, 지금은 17사단이 들어서 있어요. 아버지가 그 산 쪽으로 매일 나갔으니까 그 쪽으로 피했었나보다 하죠.
그때만 하더라도 연료라는 게 나무해갖고 불 때는 거니까, 밥해먹고 그러려면 나무하러 다니고, 산 쪽으로 많이들 가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전쟁을 하는 게 나중에 뭐 9· 28수복 할 적에 들어오니까는 전쟁을 했지만, 인민군들 쳐들어왔을 적에는 우리군은 벌써 이미 다 저쪽 아래로 내려갔을 테니까 어디에서 교전을 한 적이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산에 가 있는다고 누가 뭐라 그럴 사람도 없고 그랬어요. 인민군들이 산에서 사람들 잡아가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문_ 납치되셨던 상황을 조금 더 말씀해 주세요.
답_ 아버지는 항상 피해 다녔어요. 이장인지 뭔지를 안 하려고 피해 다니다가 어둑해지고 저녁 먹을 시간, 7시 넘었을 때쯤이겠지. 그때 그 사람들이 집에 찾아와서 집 안에까지 들어오지를 않았어요. 인민위원 하나하고, 민간인 복장 한 사람, 인민군 복장 한 사람이 왔었다고. 그런데 내가 어려서 인민군 계급이 뭔지도 몰랐고, 일단 총은 맸었어요. 그 세 사람이 와서 아버지를 찾아서, 식사하시다가 말고 찾으니까 아버지가 일어나서 나갈 수밖에. 그런데 아버님이 나가시고 그 자리에서 데리고 가버렸으니까 내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그러니까 문 바깥에까지 따라 나가 봤자 벌써 끌고 갔으니까. 더 이상 무슨 얘기고 뭐고‘아버지!’불러보고 할 새가 없었지.

문_ 두 손을 묶었나요?
답_ 그러지는 않았을 거예요. 왜냐면은 아버지가 그 사람들하고 몸싸움하고 할 것도 아니니까. 이리저리 피해 다니던 사람 나오라 그래가지고 그냥 바로 데리고 간 거니까. 묶거나 뭐 그런 것은 전혀 기억이 안나고, 못 본거 같아.

문_ 회원님은 안에 계셨고, 아버님이 밖에서 끌려 가신 거죠?
답_ 집 앞에 문 열고 나가면, 길가가 있고 쪽밭이 옆에 있는데, 내려가면 밭이야. 그냥 바로 데리고 가는 걸 봤으니까 어머니 나가고 우리 다 따라 나가본들 문 밖에는 더 이상 못 나가니까. 더 이상 뭐 얘기 할 새도 없었다고.

문_ 지서로 끌려 간 것은 알고 계셨던 거구요?
답_ 천상 끌려 갈 곳이 거기뿐이지. 지서인지는 모르더라도 안 계시니까 결국 데리고 가면 거기로 데리고 가지, 다른 사람 데리고 가는 건 아니었잖아요.

문_ 그 이후로 어머니가 아버님을 찾으러 가셨나요?
답_ 어머니가 찾으러 가나 마나지 뭐. 어머니가 따라 나가봤어도 벌써 이쪽으로 가셨으니까. 내가 어머니한테 아버지 어디 가셨느냐, 지서로 끌려 가셨느냐 물어보면 어머니가 그런 얘기를 하실까요, 애들한테 못하지.

문_ 그럼 아버님에 대해서 소식을 들으신 바가 없나요? 
답_ 내가 61년도에 학교 졸업하고, 그 다음에 1년 있다가 사관학교를 합격하고 안 갔다고. 합격하고 가질 않은 게 이 문제 때문인 거야. 중앙정보부가 61년도 5.16혁명 나고서 김종필이 만든 거 아니에요. 정보부 만들기 전에는 경찰이 했었는데 중앙정보부가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모든 거를 그쪽에서 관리를 했기 때문에, 내가 군대 가서 계급이 올라가려면, 아버지 납북 문제가 연좌제하고 관련되면 아무래도 불리하니까. 또 사관학교, 내가 공군 사관학교 시험을 봤는데, 장군이 되려면은  빠이롯드가 되어야 하는데 빠이롯드를 시키지 않을 건 뻔하지 않냐고. 아버지가 인민군한테 붙잡혀 갔으니까 혹시 어떻게 되지는 않을지 싶은 거지. 나는 인민군한테 철저하게 원한이 맺혀 있는 사람인데, 정부에서는 내 맘이 변해서 비행기 타고 월북하면 어떡하느냐 이런 생각을 하니까요.

납치 이유

<전쟁 직후에는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피난을 가지 못했다가 1· 4후퇴 때 안산으로 피난을 갔음. 납북 당시 39세였던 피랍인이 의용군으로 지원했을 리는 만무하나, 피랍인은 기록상 ‘6·25 당시 강제의용군으로 월북한 자’로 되어 있었음. 그러나 실상은, 피랍인이 대목이므로 기술자로 활용할 가치가 있어서 납북되었을 것으로 추측>

문_ 납치 당시에 피난을 못 가셨던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답_ 그 때만 하더라도 갑자기 당한 거니까 피난을 가봤댔자 어디로 가요. 많이들 못 갔다고. 조금 가다가 다시 돌아왔지 많이 못 갔어. 인천에서 9월 15일 날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했잖아요. 그렇게 해서 평양 이상 저 함흥까지 다 올라갔었던 거 아니에요. 그러다가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니까 떠밀려서 내려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낙동강까지 밀렸었기 때문에 피난 가봐야 거기까진 못 갔던 거고, 9.28수복 됐다가 다시 밀려 내려갈 때에는 우리 군도 평택 이하까지는 아마 안내려가고 있었을 거예요. 1951년 1· 4후퇴 때는 피난을 갔었지. 내가 피난 갔던 곳은 지금으로 하면 안산시지. 거기도 뭐 피난 가 있어도 중공군이 다 들어와 있었어요. 그 때 우리 국민들이 많이 죽은 게 1.4후퇴 때 많이 죽은 거예요. 내가 지금 6.25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해요.

문_ 납북되셨던 시기가 정확히 언젠지요?
답_ 9월 초로 기억을 하는데, 기록상으로 보면 9월 5일로 되어있더라고. 내 직업이 경찰 일이다보니까 내 관련 기록을 보게 됐다고. 이게 기분이 좋은 거는 아니지.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었냐면 ‘6·25 당시 강제의용군으로 월북한 자.’월북한 자랑 납북된 자는 차이가 있는건데, 그걸 알게 되니까 기분이 너무 안 좋더라고.
당시 39살이면 인민군으로 갈 나이가 아니잖아요. 대목이니까 기술자로 쓸 수가 있어서 와서 데리고 간 거거든. ‘이런 무식한, 월북자라는 표현은 아니다.’라고 생각을 했지요. 아무튼 그 기록을 통해서 납북 일자가 9월 5일이라고 알게 됐어요.  
내 기억으로는 우리 집이 학교 운동장 끄트머리에 있었단 말이야. 당시에 인천상륙작전 때  포탄이 학교 운동장에도 많이 떨어졌거든. 우리 집에는 안 떨어지고 내가 살았다는 거 때문에 내가 잘 기억을 해. 아버지 납치되고 얼마 안 돼서 인천상륙작전이 일어났기 때문에 내가 9월 초라는 건 알았는데, 9월 5일이라는 건 그 기록을 보고 기억하는거예요.

남은 가족의 생활

문_ 어머님은 아버님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게 별로 없으세요?
답_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할만한 게 뭐 있어요. 아버지 벌어 오던 거 없으니까 어머니 나름대로 자식 다섯 키우면서 남의 집에서 일 해주면서 힘들고 고됐지요.

문_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셨군요.
답_ 그렇지. 어머니가 할 수 밖에 없었잖아. 제일 큰 게 누님인데, 누이가 그러면 나하고 나이를 따지면 몇 살 위냐 아홉 살 위고 그럼 내가 10살이니까 19살. 그 당시엔 뭐 시집갈 나이 비슷하게 되었던 거고. 그 다음에 형이 나보다 4년 위니까 그 당시에 14살이고.
먹는 거는 외갓집에서 농사를 지으니까 거기서 쌀 갖다 먹고 그랬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외갓집엔 자전거가 있었거든. 그래서 내가 쌀을 자전거에다 싣고 집에 갖다 놓고 그랬었던 거로 기억이 나니까.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해야 했지만, 아버지 유품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바이올린 같은 거는 1.4후퇴 때 피난 갔다 오니까 없어졌다고. 누가 그런 거 훔쳐가려나 싶었는데, 우리야 바이올린이 얼마만큼 좋은 건지 그런 걸 전혀 몰랐으니까 그랬고. 

문_ 어머니가 아버지를 찾으러 가시거나 신고를 하시는 노력을 하셨나요?
답_ 그런 거는 내가 10살 때 기억이니까 모르지. 나하고 내 동생은 동생이 7살이고 내가 10살이고, 누이 있고 내 위로 형이 있었으니까. 형한테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고.

호적 정리

<정리했음>

문_ 호적 정리는 하셨어요?
답_ 네, 했어요.

연좌제 피해

<경찰서에서 피랍자의 부인과 장남을 불러서 조사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정보 경찰로 일하던 증언자는 보직에서 불이익을 당했음>

문_ 연좌제 피해가 있었나요?
답_ 아버지 사망신고를 하게 된 동기가 경찰서에서 어머니, 형을 자꾸만 불러대니까. 왜 호적이 두 개가 됐느냐 하면서 자꾸 나와보라 하니까. 어머니는 나한테 얘기하시고, 내가 갈 수 밖에 없잖아. 왜 그랬냐면은 당시에 내가 치안국에 올라와 있었다고, 여기 을지로 1가에. 그러니까 경찰에서 최고 상급기관이지. 그리고 내가 부평에 있다가 왔기 때문에 부평에 한 8개월 내려가 있다가 또 내려가고 그러니까 담당 형사들이‘뭐가 잘못 돼서 불러대고 야단이야?’하길래 내가 그래서 그걸 알게 된 거야.
연좌제 때문에 자꾸만 괴롭히니까 호적 정리를 한 거예요. 그렇게 됐기 때문에, 우리 가족들 감시를 너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 못 박히게 된 거고. 내가 정보 경찰로 현직에 있었는데, 정보 경찰이라는 게 사찰계야. 결국 뭐냐면 일반에서도 일반 군대가 우리나라 사람들 사상적으로 쫓아다니고 감시하고 이런 사찰계. 그래서 지금으로 말하자면 대공형사가 사찰계 형사고, 일반적인 동향 감시 하는 거는 정보 경찰로 보는 건데. 그것 때문에 내가 항상 머릿속에 감시당한다는 게 있었던 거지.

정부에 바라는 말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직업, 해외여행 상에 연좌제 피해가 있었으나 지금은 더 이상 연좌제 피해 보상을 요구할 상황도 아니며, 정전 상황으로 인한 차악 책이므로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마음은 없으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평생에 걸쳐 고생을 겪어 온 사람들이므로 그에 걸맞은 명예 회복 등의 처우는 필요>
 
문_ 정부나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답_ 이제는 강제의용군 월북이 아니고 납북으로 승인을 해줬기 때문에 납북자가 된 거 아니에요. 무슨 돈으로 지원해준다 뭐 이런 거는 내가 바랄 것도 없고. 일단은 오히려 납북자 가족으로서는 오히려 국가 유공자로 만들어 논들 뭐한들 내가 그런 대우를 바라지도 않지만. 왜 이북에서 우리 아버지를 데리고 갔는지를 생각해 보면, 국무총리, 장관, 또 기술자라든지 이런 사람 데리고 갔지만, 그 사람들 데리고 간 건 쟤네들이 이용하기 위해서 데려간 거니까. 그 가족들에 대해서는 고생하고 살았으니까 걸맞은 대우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_ 명예회복을 바라세요?
답_ 그렇지. 왜냐면 내가 특히 정보 경찰을 했기 때문에 이런 걸 갖고 불평이다 뭐다 할 상황이 되지는 않는다고. 이런 환경을 우리나라에서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게 아니니까. 그 환경에서 이때까지 내가 살아왔으니까 우리 후손들한테 불편한 상황같은 게 없어져야 되지 않겠냐 하는 의미에서 납북자 가족으로 인정을 받은 거니까. 이게 다 명예 회복을 위해서 해 놓은 거니까.
그 외에는 현실적으로 제일 많이 불편했던 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직업 갖는 거 하고 해외여행 갈 때 상당히 문제가 됐다고. 지금은 그런 것 다 풀어놨으니까. 더 이상 뭐 정부에게 이런저런 요구사항은 없지 않느냐, 그런 생각은 해요.

피랍인에게 전하는 말

답_ 아버지가 피해 계시다가 집에 들렀다 가시면, 누가 동네에서 뭐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는지, 경찰들이 와서 헛간을 다 헤쳐보고 아버지가 왔지 않느냐 하면서 다그치고, 한바탕 뒤지고 가면 어머니는 항상 괴로워 하셨지. 내가 성인이 아니니까 위로의 얘기도 못 하고 살았죠.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학창시절에도 남들처럼 명랑하게 지냈겠지만, 애비 없는 후레자식 소리 안 들으려고 상당히 얌전하게 행동을 했어요. 학교에서 어디 여행 간다든지 할 때 나는 돈 달란 소리도 못 했지. 다른 사람들 여행 가면 난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가서 며칠 있다가 다시 집으로 갔던 게 기억이 나요.
아버지 사망신고 하고 호적정리 하면서, 돌아가신 걸로 알고 제사를 지내자. 그래서 그 다음부터 제사를 지냈어요. 1993년도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20년 째 두 분 제사를 같이 모셨어요. 그런데 내가 2011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걸음 걷는 거 불편하고, 형도 1996년도에 돌아가시니까 작년에 개장했어요.

문_ 아버님에 대해서 조금 더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답_ 내가 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았다 그랬어요. 그런데 아버지도 별로 말씀이 없으시고, 아버지가 키는 얼마나 크셨는지 몰라도 내 동생 키로 따져보면 170은 넘으셨던 걸로 보이고. 항상 말이 없으셨고. 바이올린이라든지 이런 걸 다 갖고 계셨고, 실제 아버지가 연주하는 건 못 봤지만. 아버지가 쉬고 계실 적에는 뭘 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글씨를 상당히 잘 쓰셨다고 하고. 아마 그래서 인민위원회에서도 이장을 봐 달라 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