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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환기자]「최근 북한」...김정일정권의 위기
이름: 사무국
2003-06-09 00:00:00  |  조회: 8653
조선일보 : 2003.06.05 20:04


안녕하십니까. 통한문제연구소(nkchosun.com) 강철환 기자입니다.

지난 몇 달간 중국에 드나드는 북한 주민들을 통해 살펴본 북한은 다시 최악의 식량난으로 체제붕괴 직전까지 갔었던 지난 1998년 수준과 비교될 만큼 심각한 상태로 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작년 7월 ‘경제관리개선’ 조치이후 달라진 것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값으로 받던 배급마저도 1kg에 44원씩 현금을 지불해야 받을 수 있고 근로자들의 임금도 10~20배 수준으로 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대부분의 공장ㆍ기업소에서는 수 개월째 월급도 못 받은 상태에서 집세,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이 부활돼 서민의 목줄을 되레 조이고 있습니다.

군수공장, 1급기업소, 공무원 이외의 거의 대부분의 일반 근로자들은 월급도 거의 받지 못하는 데다 식량 가격은 계속해서 폭등해 1kg에 120원까지 올랐으니 주민은 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입니다. 주요 기차역 앞과 장 마당에는 다시 굶주리는 꽃제비들아 붐비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먹지 못해 길 바닥에 드러누워버린 노인들과 허약자들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사스」예방이라는 좋은 구실이 생겨 주민들의 이동을 강력하게 통제해 혼란으로까지 치닫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최근 국경을 넘은 탈북자들에 따르면, 「민족 최대 명절」로 불리는 김일성 생일에 매년 공급되던 술이나 고기도 올해는 제대로 주지 못할 만큼 심각한 지경이라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김일성 생일을 맞아 「특별공급」마저도 주지 못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시사로 받아들여집니다. 70년대 이래 아무리 나라 사정이 어려워도 김일성 생일에 즈음한 「명절 특별공급」만은 빠뜨린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작금 북한정권이 직면한 위기의 정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일반 주민이 아닌 북한 정권이라는데 있습니다. 물론 1990년대 후반의 심각한 식량난 때에도 간부 계층이나 군대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제사회의 모든 인도적 지원이 우선 군대와 보위부 등 권력기관에 집중돼 적어도 2002년 이후 이들 권력집단은 식량난의 직접적인 피해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인민은 정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힘들게 살아왔고 대신 정권의 도움이 없이도 살 수 있는 자생력은 꾸준히 키워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핵 위기로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끊기고 달러나 유로 등 현금이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군대내의 영양 실조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며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통제불능 상태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북한 당국은 이렇다할 뾰족한 대책 없이 「김정일과 당만 믿으라」는 흘러간 곡조만 되풀이 읊조리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당국의 선전을 곧이곧대로 믿을 주민들은 이제 없습니다. 김정일과 노동당만 믿고 배급에만 의지하다 수백만의 아사자를 낸 지난 1990년대 중후반의 참혹했던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주민들은 「당만 믿으면 굶어죽는다」 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각기 살아갈 방도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보다 가혹했다는 식량난을 이기고 살아남은 주민들이기게 이제 웬만한 어려움쯤은 견뎌낼 나름의 「생존의 비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요. 『죽을 사람 다 죽고 독종들만 살아남았다』는 얘기가 그럴듯 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아무튼 지금 상황이 1998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예상외로 주민들이 잘 버티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북한정권입니다. 정상적인 정권이라면 1990년대 중반 개혁ㆍ개방을 통해 난국을 헤쳐나갔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짐작대로 그들은 이미 정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주민들의 생각이나 사회구조를 완강히 붙잡고 이를 예전의 형태로 복구하는데 세월을 다 허비해 버렸습니다.

지금 김정일 자신도 이제 북한의 살 길은 중국식 개혁ㆍ개방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개혁ㆍ개방이 체제에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아는 김정일로서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 그것을 조금씩 풀면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가며 아주 천천히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3월 내부적으로 발령됐던 준전시상태도 군대의 훈련이 끝나면서 해제됐고 주민들의 긴장상태를 풀어주면서 6월에는 개방한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김정일이 핵 협상을 빨리 끝내고 서서히 체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미(對美)협상에 모든 것을 걸었던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은 지난 1990년대 초 초보적인 수준의 핵기술을 가지고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뒤 클린턴 정부와 협상을 벌여 경수로 지원을 얻어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핵무기를 미끼로 남한에 공갈하고 국제 사회를 기망해 엄청난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클린턴과는 달리 부시행정부의 대북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데 김정일 정권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명백한 오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무리 공갈을 쳐봐도 김정일의 속셈을 다 아는 미국 정부가 쉽사리 김정일의 전략에 넘어갈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까지 몰락시킨뒤의 기세 등등함을 보는 김정일의 심리는 극도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고 협상전략을 잘못 예측한 김정일의 참모진들도 질책과 방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제 북한 당국은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중국과 접촉해 핵무기는 단순히 국제사회의 「공갈용」일 뿐이라고 이해시킨다고 해도 중국은 그런 북한의 응석을 받아주면서 그 장단에 보조를 맞춰줄리 만무합니다. 중국은 세계무대에 당당히 들어선 개방국가이며 후진타오 주석도 김정일과는 전혀 코드가 맞지 않는 개방형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의 규칙을 무시하고 망나니처럼 행동하는 김정일정권을 마냥 옹호해주던 시대도 아니거니와 그래야할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이런 대내외적인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최근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전국의 장마당을 확장하고 일반 직장인도 과외시간에는 장사를 허용하게 하는 등 유화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충성」명목으로 걷어들이던 외화나 쌀의 징수도 일절 금지시키고 이를 어기는 간부들은 엄벌에 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국경을 봉쇄해버린 상태에서 장마당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밀수품들의 공급이 끊겨 예전의 「풍성」했던 장마당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6월 말부터는 사스통제가 풀려 세관도 다시 열린다고는 하지만 지금 주민들은 한시가 급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이제 그들의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핵공갈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체제연명을 하려고 했다면 그야말로 오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북한 스스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김정일 정권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제 김정일 정권은 미국의 압력으로 붕괴되든지 아니면 스스로 개혁ㆍ개방을 통해 살아남든지 확실한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다 망해갔던 90년대 말 그때 김정일정권에 강력한 변화의 압력을 넣었더라면 오늘날 다시 굶어죽는 북한인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합니다. 선량한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의 지원이 독재권력에 이용되는 것은 더 이상 없어야 하며 그들이 진정으로 인민을 생각하고 정치범수용소와 같은 전근대적인 폭압기구를 해체할 때 우리의 지원도 그 가치를 발할 것입니다.

(강철환 드림 nkch@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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