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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족주의자들의 비극
이름: 관리자
2005-09-26 11:46:22  |  조회: 2087
첨부 : 19911003-3.pdf  
납북인사들의 최후에 관한 새 소식은 우선 사료적 가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증언을 해준 신모씨의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차치하고라도,6 25의 비극중에서도 가장 침통한 대목의 하나인 납북인사들의 비사가 밝혀진 것은 대단히 가슴 떨리는 일이다.

신씨 증언 가운데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상당수의 저명한 납북인사들이 끝까지 민족주의자로서의 자신들의 정체성과 지조를 지키려고 몸부림쳤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부자유스러운 상황 속에서나마 북한 공산정권의 입장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위상과 자율성을 유지하려고 무척이나 고민하고 애를 썼던 것같다. 이 점은 우리의 현대사를 정리하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북한은 중간파 민족주의자들의 가묘를 세우는 등 자기들이 마치 이들 인사들과 한통속이 된 양 가장해 왔다. 민족주의의 정통성이 남에는 없고 북에 계승되어 있다는양 꾸미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에 우리의 과거 권력들은 납북인사 일부를 포함한 민족주의 계열을 회색분자라고 하면서 경계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까닭은 이들이 한때 단정수립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변한 오늘날에 와서,더군다나 그들이 끝까지 김일성 노선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는 이들 중간파와 민족주의 계열 인사들은 마땅히 북이 아닌 남의 폭넓은 민족적 맥락의 한 중요한 인자로서 맞아들여야 할것이다.

그러한 노력은 우선 납북 인사들중 우리의 과거권력이 경원했던 김규식,조소앙,엄항섭 등 중간파 항일지사들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바로잡아 그들의 위치를 정당하게 재평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 정부는 이산가족 찾기의 일환으로 납북 인사 유해 송환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해 보기 바란다.

시신을 찾을길 없는 인사들에 관해서는 그 최후의 사정을 정밀조사할 수 있는 유족조사단 파견이라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북측은 필경 이런 문제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로선 할수 있는 모든 노력과 성의를 다해야 할 일이다.

조선일보 방응모사장의 경우,우리는 그의 비극적인 최후에 관한 소식을 침통한 심경으로 접하면서,그에관한 보다 자세한 자료 제공을 북측 당국에 요구한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우리의 직접적인 취재-조사를 받아들이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북측은 아무리 전쟁중이라 해도 그렇게 수많은 인사들을 모시기 작전 이란 미명하에 강제로 끌고간 그 비인도적인 범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것은 분명히 전쟁범죄였다.

우리의 과거 권력 역시 일부 납북된 인사들의 재남 가족들의 해외여행을 한때 허용하지 않는 등,그동안 적절치 못한 처사를 한데대해 자괴해야 한다. 이 모든 비극은 결국 냉전시대의 어쩔 수 없는 소산이었다 치더라도,이제는 그것을 뛰어넘어 다시는 그러한 민족적 참화가 되풀이 되지않게끔 숙연한 자기성찰을 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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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91년 10월 3일 3면 기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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