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2005-06-24 50판 02면 1751자
정치-군사 당초 예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6, 17차 장관급회담 일정과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북은 제16차 장관급회담을 오는 9월13일부터 백두산에서, 17차 회담을 12월 중 남측 지역에서 열기로 함에 따라 회담 정례화에 한 발짝 다가섰다.

김천식 남측 회담 대변인은 “북측이 회담 정례화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고 이제까지 예를 보면 유동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며 “그러나 이번에 17차 회담 일정을 못박은 것은 북측도 정례화에 호응해 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6월 이후 개최되지 않고 있는 장성급회담도 다시 열리게 됐다. 북측 대표단이 업무영역을 이유로 개최날짜를 명기하지 않았지만 장소를 분명히 한 만큼 남북한 군사당국 간 협의를 거쳐 다음 달에는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장성급회담이 재개되면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방안과 중단된 군사분계선 지역의 선전물 철거작업 등이 논의되고, 남북이 2000년 1차 회담에서 합의한 제2차 국방장관회담의 개최 문제도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경제 협력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제주해협 통과라는 숙제 하나를 해결하게 됐다. 제주해협은 국제항로로 지정돼 국제해사기구(IMO) ‘세계상선편람’에 등록된 상선은 운항할 수 있지만 북측 상선은 북한 선박이라는 이유로 제주해협 통과가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서해에서 동해로 가는 북한 상선은 남북 간 협의를 거쳐 해운합의서의 항로대를 변경하면 항해거리를 400해리 줄이고 항해일정도 하루 반 정도 단축시키게 된다.

또 수산협력실무협의회와 남북농업협력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돼 운영되게 됐다. 양측은 서해상에서의 평화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경제협력추진위 산하에 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7월 중 첫 회의를 열기로 함에 따라 제3국 어선의 서해상 조업 단속 및 꽃게잡이철 남북한 공동어로작업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농업협력위는 차관급을 위원장으로 구성돼 7월 중순 개성에서 첫 회의를 갖고 농업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을 집중 협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북한의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의 협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은 이와 함께 다음달 9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경협위를 열고 대북 쌀 차관 지원 방안을 협의한다.

이산가족-사회문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일정에 합의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된 상봉이 8월 26일 금강산에서 재개되며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법인 면회소 착공도 동시에 이뤄진다. 면회소 건설을 위한 지질조사와 측량도 7월 중 마치기로 해, 공사를 서두를 경우 1년 정도면 마무리할 수 있어 이르면 내년 여름 이산가족의 숙원사업인 면회소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화상상봉이 다음 달 10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가진 뒤 8·15를 계기로 이뤄지게 돼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이산가족 상봉도 본격화하게 됐다.

남북은 8월 중 제6차 적십자회담을 열고 국군포로와 6·25 전쟁시기 납북자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며 정부는 이를 전쟁 이후 시기의 납북자 문제 해결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남북은 이 밖에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한 실무적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양측은 일본과의 반환교섭과 북관대첩비 반환 후 어떤 식으로 북측으로 수송할지 등의 실무적인 문제를 협의하게 되며, 이 작업의 창구는 남측의 문화재청이 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남북은 또 광복 6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해 일제시기 항일 정신을 함께 살려나가게 된다.

원재연 기자 march2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