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납북자 가족 20여명 “국가 상대 ‘1원’ 손배訴”



6·25전쟁 중 납북된 인사의 가족이 처음으로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이들은 단돈 1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통해 납북자 숫자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무관심에 경종을 울릴 계획이다.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1950년 7월 납북된 이주신 당시 서울지방검찰청 부장검사의 아들 이경찬(66)씨 등 납북공무원 가족 20여명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오는 12월쯤 정부에 1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6·25전쟁이 끝난 뒤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납북된 인사의 가족이 소송을 낸 적은 있었지만 전쟁 중 납북된 인사의 가족이 소송을 내는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납북인사 가족 명의로 2차 소송을 낼 계획이다.

소송에는 이씨 외에도 서울 중구청장으로 재직하던 중 납북된 권태술(1903년생)씨와 대법원 행정처 경리과장으로 납북된 서승근(1907년생)씨,육군본부 4국3과장이었던 신치호(1922년생)씨 가족 등이 참여한다. 대한적십자사가 1956년 작성한 7034명의 납북자 명부에 포함된 공무원은 1359명이다.

이씨는 “지난 50여년 동안 납북인사 가족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아 소송을 낼 생각도 못했다”며 “단돈 1원이라는 소송가액은 보상을 받겠다는 의미보다 6·25 납북자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연좌제 등으로 얼마나 억울하게 살았는지를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일 이사장은 “현 정권은 6·25전쟁 납북인사를 자진 월북자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송환 노력은커녕 납북자 명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무능함을 소장에 분명히 명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소장을 낸 직후부터 6·25 납북자 관련 특별법 통과를 위한 대정부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한편 6·25 납북자는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서울시 피해자 명단(1950년 작성)에는 2438명,6·25사변 피랍치자 명부(1953년 작성)에는 8만4532명 등으로 기록돼 있다. 또 내무부 치안국이 작성한 6·25사변 피랍치자 명부(1954년 작성)에는 1만7940명,대한적십자사의 실향사민 등록자 명단에는 7034명 등으로 집계돼 있는 등 명단 확보는커녕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허윤 기자 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