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픈 설날은 또 오는데 납북된 아들은 언제 오나요”
납북자 가족, 노대통령·김대중 전(前)대통령에 눈물의 편지




“陰曆(음력) 섣달 그믐날. 세월은 빠르다. 내일은 초하루 설날이다. 客地(객지)에 나갔던 家族(가족)이 모여드는 날. 서울역 改札口(개찰구)가 미어지는 날. 멀리멀리 떨어졌다가도 한사코 돌아오는 날이 또한 설날인데…. 25年(년) 生離別(생이별)을 해 오는 今年(금년)도 여전히 實感(실감)도 안 나고 돌아오지도 않는 가슴만 점점 더 아파오는 날이 돌아온다.” 〈1950년 남편이 납북된 성갑순(82)씨의 1974년 1월 22일 일기 중에서〉

납북자 가족들이 설을 앞두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게 납북자들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간청하는 눈물의 편지를 띄웠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24일 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며칠 후면 흩어진 가족이 함께 모여 복을 나누는 설날이 옵니다. 그러나 저희에게는 아버지의 빈자리로 인해 명절이 결코 즐겁거나 행복한 날이 아니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 이사장은 “고령의 납북자들이 거의 다 작고했으리라 짐작하지만, 다만 추모일이라도 알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호소했다.


“삼일 있다 온다는 아들이 영녕 돌아오지 안애씀니다. 면년 지나고 지금 삼십년이 돼였슴니다.” 지난 1977년 8월 전남 홍도에서 납북된 이민교(납북 당시 18세)씨의 어머니 김태옥(74)씨는 지난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맞춤법도 안 맞고 삐뚤빼뚤하지만 정성을 들여 힘들게 눌러 쓴 편지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다는 김씨는 “각카께서도 아듬니이 게시지요. 그 고통 격끈 것은 아무도 모름니다. 하늘이나 땅이나 알지”라며 “각카께서 김정이 만나서 거기서 사라도 소식이나 듯고, 죽기 전에 아들 얼굴이나 ?스면 죽어도 원이 업슴니다”라고 호소했다. 아들의 밥그릇을 30년 동안 비우지 않고 담아왔다는 김씨는 매일 산에 가서 나무를 붙들고 아들 이름을 부르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입력 : 2006.01.24 19:30 57' / 수정 : 2006.01.25 03:47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