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납북 12만6325명’ 외교문서 발견

내무부 작성, 52년 당시 美대사가 확인… 유엔군에 보내

6·25전쟁 당시 북한으로 끌려간 사람은 모두 12만6325명이라는 통계를 담은 비밀 외교 문서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6·25전쟁 납북자는 8만2959명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끌려갔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지난 5월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자료실에 소장된 남북한관계사료집12권(국사편찬위원회 발간)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외교문서를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문서는 1949년 한국 주재 초대 미국대사로 부임한 존 무초 대사가 1952년 1월4일 유엔군사령관(CINCUNC)에게 보낸 긴급 비밀문서로, ‘한국 내무부가 작성한 광범위한 ‘피랍자’ 명단이 발견됐으며 그 수는 12만6325명’이라는 내용이 있다.

유엔사령부는 당시 북한과 휴전협정을 논의하면서 피랍된 남한 사람들의 송환을 요구하기 위해 명단 확보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자 1951년 12월23일과 12월29일 무초 미국 대사에게 명단을 확보해 긴급하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무초 대사는 긴급 비밀문서를 통해 “이 명단에 피랍자의 이름, 출생지, 나이, 피랍장소와 날짜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납북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북한군이나 청년대에 강제로 징용된 사람들은 7만3613명, 북한군에 자진 입대한 것으로 보이는 1만6240명, 기타 피랍된 것으로 알려진 3만6742명 등으로 구분돼 있다고 적혀 있다.

‘자진 입대’로 추정되는 사람 수를 제외한다고 해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끌려간 민간인이 11만355명인 셈으로, 전쟁 납북자가 10만명을 넘는다는 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작성됐다고 무초 대사가 언급한 피랍자명부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통일부가 확보한 전쟁 납북자 명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는 1952년 공보처 통계국이 휴전협상용으로 작성한 8만2959명의 이름이 담겨 있는 명단이다. 이밖에 공보처 통계국이 1950년 12월1일 서울을 중심으로 작성한 ‘서울특별시피해자명부’(피해자 2438명)와 내무부 치안국이 1954년 호주 중심으로 작성한 ‘6·25동란으로 인한 피랍치자명부’(1만7940명 수록), 대한적십자사가 1956년 6월15일부터 2개월동안 조사한 ‘실향사민등록자명단’(7034명) 등이 있다.

이와 관련, 그동안 학계에서는 김명호 강릉대 교수가 이들 명단을 종합 분석해 피랍자가 9만6013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무초 대사의 문서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최소 1만명 이상의 피랍자가 더 있다는 것으로 명단이 확인된다면 북한군에 의한 납치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명백하게 밝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