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는 6.25 … 납북자는 12만6325명 [중앙일보]
무초 전 미국대사가 작성한 외교문서 발견
현재까지 알려진 8만2959명보다 훨씬 많아


6.25전쟁 당시 한국 정부가 납북자를 12만6325명으로 기록하고 있었다고 명시한 외교 문건이 발견됐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22일 "전쟁 당시 존 무초 주한 미국 대사가 1952년 1월 4일 내무부 자료를 바탕으로 납북자를 12만6325명으로 기술해 유엔군 사령부로 보낸 문건을 입수했다"고 말했다.

52년 발행된 '대한민국 통계연감'에는 납북자 수가 8만2959명으로 기록돼 있으며 현재까지 이 수치가 통계자료로 활용돼 왔다. 무초 대사가 작성자로 돼 있는 이 문건에는 "(한국의) 내무부가 작성한 모든 지역을 망라한 광범위한 피납치자 명단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공보처장이 본인에게 알려왔다. 총 12만6325명을 수록한 명부에는 이름, 출생지, 나이, 피랍 장소, 일자가 있고 서울을 포함한 각 지방 명단은 세 부류로 분류돼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형별로는 '북한군 또는 청년대에 강제 징용된 사람'이 7만3613명, '북한군에 자진입대한 것으로 믿어지는 사람'이 1만6240명, '기타 피랍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3만6472명이다. 무초 대사는 이 문서에서 "새로운 이름들이 추후 발견되면 추가되겠지만 이 목록은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목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이사장은 전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문서를 어디서 찾았나.

"외교부가 관할하는 광화문 외교정책자료실에서 찾아냈다. 그곳의 '남북한관계 사료집'(국사편찬위원회가 발간) 제12권의 95쪽에 그런 내용이 있다."

-납북자 이름이 다 나오나.

"명부가 만들어졌다는 기록만 있고 실재 명부는 없다. 하지만 그걸 이제부터 찾아야 한다."

-당국의 반응은.

"오늘 통일부에서 연락이 왔다. 그 자료 좀 달라고…. 민간단체한테 물어볼 일이 아니다. 이제 정부가 앞장서서 자료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영종 기자<yjlee@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존 무초(John J.Mucho.사진)=1948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주재 최고대표로 임명돼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많은 역할을 했다. 이후 이승만 정부가 들어선 1949년 한국 주재 초대 미국대사로 부임해 근무하다 52년 이임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21년 미국으로 귀화했다. 26년 홍콩부영사를 시작으로 중국에서 오래 근무했다.


[yj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