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된 제헌의원...제헌절 60주년의 그늘

입력시각 : 2008-07-17 08:29


"납북된 제헌의원 재평가 필요"
[앵커멘트]

헌법을 만든 제헌 국회의원 가운데는 한국전쟁 때 북한으로 납치된 인사 40명이 있습니다.

단지 납북됐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을 만든 업적조차도 반세기 넘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정미 기자가 제헌절 60주년의 그늘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헌법을 만들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초석을 다진 초대 국회.

고 김상덕 의원은 최초의 선거로 뽑힌 제헌국회 의원 198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헌법위원회 소속으로 헌법을 직접 제정했지만 이 업적은 한국전쟁 당시 김 의원이 북한에 납치되면서 묻혔습니다.

[인터뷰:김정육, 고 김상덕 제헌의원 아들]
"평생 나라에 기여한 것은 상관없고 납북이 다 월북으로 변질되는 분위기가 됩니다."

다른 제헌의원인 김영동 의원의 가족들은 김 의원의 생사도 모른 채 납북자 가족으로 58년을 서러움 속에 살았습니다.

[인터뷰:김흥수, 김영동 제헌의원 아들]
"사상적으로도, 피해자 아닌 정부의 피해자가 돼버렸습니다. 지금까지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제헌의원들에게 주어진 건국훈장도 납북자에게는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납북이 확인된 제헌의원 40명 가운데 북한이 확인해준 고 김상덕 의원만이 항일운동 업적으로 훈장을 받았을 뿐, 나머지 39명은 깊은 그늘에 가려져 있습니다.

[인터뷰:김재관, 김경도 제헌의원 아들]
"재정적인 뒷받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예를 회복시켜달라 왜 차별대우를 하느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남한에 있던 제헌의원은 모두 숨졌고, 이제 아들 딸들도 노인 세대가 됐습니다.

후손들은 더 늦기 전에 납북된 제헌의원들의 명예만이라도 회복시켜 달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YTN 이정미[smiling37@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