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기간 납북피해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은 뒤늦은 측면은 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후 납북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과 보상이 이뤄졌지만 범정부차원의 진상 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향후 전시 납북자 생사확인 및 송환을 위한 북한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전시 및 전후를 막론하고 납북자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생사확인 및 송환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전시 납북자의 정의와 추산규모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시납북자는 남한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6.25전쟁 중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 납북돼 북한에 억류 또는 거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역군인은 제외되며,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이뤄진 전후 납북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북한은 6.25전쟁 중 제헌의회 의원이었던 오택관 의원, 2대 민의원 안재홍 의원 등 상당수 유력인사를 납치하는 한편 부역동원 및 인민군 충원 등을 통해서도 남측 인원들을 강제로 데려갔다.

과거 내무부 치안국에서 펴낸 `6.25사변 피랍치자'를 포함해 1950~1960년대 발간된 총 7종의 전시 납북자 명부가 있었지만 전시 납북자 숫자가 제각각이고 피해상황도 미흡했다.

정부는 이들 명부를 기초로 전시 납북자가 10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제헌의원 50여명, 2대 국회의원 27명, 언론인 230여명 등도 포함돼 있다.

`6.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산하 사무국의 유종렬 사무국장은 "6.25전쟁 발발 60년이 지났지만, 전시 납북자에 대한 진상은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 정리된 적이 없다"며 "납북피해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면 향후 이들의 생사확인 및 송환을 위한 대북 협상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규명 및 절차

`6.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는 13일 오후 출범회의를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며, 내년 1월초부터 전국 기초자치단체(시.군.구) 및 151개 재외공관 등을 통해 납북자 가족 등으로부터 납북피해 신고를 받는다.

16개 시.도에 설치되는 `6.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실무위원회'는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신고 내용을 넘겨받아 60일 안에 검토를 마치고 위원회에 송부해야 한다. 위원회는 이로부터 90일 안에 사실조사를 거쳐 납북자 여부를 심사, 결정한다.

위원회는 국내에서 전시 납북자 관련 자료 발굴과 함께 미국, 러시아 등에도 조사관을 파견해 조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법정 조사활동 기간인 4년 내에 진상 규명을 완료하고 조사활동 종료 후 6개월 내에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진상조사 완료 시점에 납북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각종 기념사업을 검토, 결정할 계획이다.

진상규명 및 금전적 보상을 받은 전후 납북자와는 달리 전시 납북자는 국가 재난 성격의 전쟁 기간에 발생한 점 등을 감안해 별도의 금전적 보상 규정은 없다.

◇생사확인·송환 난망

이번 진상 규명 활동을 통해 그동안 추정치로만 가늠했던 전시 납북자 수와 명단, 피해상황 등이 보다 명확히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납북자인지 자진 월북자인지 등 진상 규명 과정에서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진상 규명을 통해 전시 납북자 명단을 확정해도 납북자 문제의 최종 종착역인 생사확인을 통한 송환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국군포로는 물론 납북자에 대해서도 완강하게 "납북자는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이산가족 상봉 등을 계기로 북측에 총 22명의 전시 납북자 생사확인을 의뢰했고, 이 가운데 북측은 2명(사망)에 대해서만 생사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