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정에는 남한의 전시 납북자가 ‘실향사민(Displaced Civilians:전시에 본의 아니게 나라 밖에 나가 있으면서 본국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민간임)’으로 규정돼 있다. 북한이 우리의 사상·이념에 동조해 월북한 사람만 있을 뿐 납치자는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유엔사령부 비밀문서에는 민간인 납북자가 11만355명으로 돼 있다. 정부가 1952년과 1953년에 발간한 ‘6.25 피납치자 명부’에는 각각 8만2959명, 8만4532명으로 기록된 반면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2002년 발표한 자료에는 9만6000여 명으로 파악돼 납북자수가 정확하지 않다. 정부는 대략 10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충북지역에서도 6.25 납북자는 7500여명에 이른다. 1950년 7월 인민군이 점령하던 때와 그해 9월 인민군이 퇴각하던 시기에 많은 피해와 희생을 냈다. 청원이 가장 많은 납북피해를 입고 도내 전역에서 이 같은 납북피해가 있었다.

60년대 남북의 체제경쟁이 심할 때는 납치가 정점에 달했다. 북한은 동·서·남해안을 가리지 않고 어부들을 경비정으로 무려 3756명을 납치해 435명을 억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KAL항공기 승객 및 승무원, 해군·해경 승무원, 해외 근로자 및 유학생, 고교생 등이 납치돼 억류 중이다.
북한은 납북자들이 북한체제에 저항할 경우 강제수용소에 보낸다. 이곳에서 세뇌교육을 마친 후에는 활용가치와 능력에 따라 전문교육을 받게 한다. 대부분 이남화 교육, 심리전, 대남방송, 대남업무에 종사케 한다. 초기에는 주택과 생활용품, 직장배치, 결혼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직급으로 승진이 불가능한 적대계층으로 분류해 탄광, 농장 등 최하위 노동자로 전략하고 만다.

납북피해자들이 북에서 이런 하급대접을 받고 있는 사이 남한의 납북피해 가족 역시 따가운 시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월북자’, ‘빨갱이’ 집안이란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이런 때문에 납북피해 가족들은 선대의 납북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엊그제 납북피해자 55명을 공식 인정했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납북된 것을 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다. 이중에는 정치인과 법조인, 농민, 학생 등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전시 납북자는 없다며 존재를 부정해 왔다. 그런 정부가 늦게나마 이를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이들 납북피해 가족들을 보듬는 일이다. 원치 않은 월북자란 멍에를 평생 짊어진 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내야 한다.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보다 중요한 일다. /곽상훈 충북취재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