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통일부장관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사실상 추진할 뜻을 밝혔다. 류 장관은취임 한달을 맞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만나서 협의해 볼 생각"이라면서 "형편이 허락하는 한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산가족 재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유연성'을 강조해온 류 장관의 발언은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류 장관은 5ㆍ24조치로 중단된 개성 만월대(고려 왕궁터) 사업이나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등을 위한 대북 접촉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1일 5.24 조치를 이유로 중단된 개성공단내 신축공사를 재개해 유연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5.24 조치가 사실상 하나씩 해제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안보와는 별개의 인도주의적 사업이다. 북한은 류 장관의 '유연성'에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호응을 해야 할 시점이다.

요즘 국무위원과 국회의원들 사이에는 "납북자를 잊지말자"는 의미의 '물망초 배지' 달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납북자 문제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마침 통일부는 북한에 억류된 '통영의 딸' 신숙자씨(69) 모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계기로 납북자와 국민포로문제 해결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 포스(TF) 구성을 추진중이다. 현재 북한에는 6.25 전쟁이후 납북된 사람이 500여명있고 국군포로는 350명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납북자와 국군포로는 우리의 국민이다.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송환토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다만 공식적으론 인도주의 정신아래 이뤄져야 겠지만 현실적으론 적당한 선의 타협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과거 서독이 동독으로부터 정치범을 송환받을때 돈을 대가로 지급한 방식인 '프라이카우프'를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24일 제네바에서 북ㆍ미 제2차 고위급 회담이 개막한다. 지난 7월 '뉴욕회동'이후 3개월만에 열리는 이번 대화는 한반도 정세와 북핵 해결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 '전제조건 없는 6자 회담 조기 재개' 입장을 공식화했고 미국은 사전조치 요구에 요지부동이다. 사전조치의 핵심중의 핵심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중단이다. 북ㆍ미간의 정책상의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 도출이 불투명하다지만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번 대화에서 양측간의 진정성있는 대화를 통해 6자 회담 재개의 실마리가 풀리기를 기대할 뿐이다.

남북관계는 짧게는 천안함 폭침이후 1년 7개월간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6자회담은 지난 2008년 12월의 6차회담을 끝으로 거의 3년간 중단돼왔다. 이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어야 할때가 됐다. 우리 당국은 까다로운 정치ㆍ안보 대화는 후순위로 돌리고 인도주의적 사업과 경협에 유연성을 보이며 남북대화와 접촉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진정 남북화해ㆍ협력과 민족공조를 위한다면 대남 강경자세를 풀고 남측의 화해 메시지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일단 대화의 문을 열고 협상을 시작하는 자세로 돌아서기를 기대한다. 북핵 보유가 체제 보존과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북핵 폐기의 '통 튼' 결단이 오히려 복합적인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수도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