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의 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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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01/07/02 (월) PM 02:58:51     조회 : 50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의 생활-2

납북인사들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6·25 남침으로 125만명의 사망, 실종, 부상 등 인명피해와 30만명의 전쟁미망인, 10여만명의 고아가 생겨났을 뿐 아니라 북산 공산군은 우리 겨레에게 이러한 엄청난 불행을 안겨다 주고도 10여만의 유명무명 인사들을 강제납치하여 갔으며 휴전후 이들의 송환을 위한 한국정부와 [유엔]군측의 노력이 북한측의 외면으로 끝내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음은 전술한 바 있다.

 그러면 이들 납북인사들의 피납경위와 피납후 그들이 북녘땅에서 겪은 고초는 어떠하였던가. 북한 공산집단이 이들에게 자행한 비인도적인 처사의 대부분은 오늘날까지도 장막속에 가리워진채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지만, 당시 북한 공산군에게 납북되었다가 천신만고 끝에 생환한 인사의 증언들과 그 밖에 몇몇 한정된 자료들을 통해서 납북인사들의 전후 사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1950년 6월25일 [탱크]를 앞세우고 파죽지세로 남하하기 시작한 공산군은 38선 돌파후 불과 이틀만에 수도 서울에 침입하였고, 졸지에 피난길을 잃은 시민들은 적치하에서 공포속에 사로잡히고 말었다. 수도를 점령한 공산군은 어리둥절 겁에 질린 시민들을 상대로 [반동분자] 중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일대 탐색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엄중한 가택수색을 벌이면서 공산군은 동조자들을 앞세워 공무원, 군경, 국회의원, 법조인, 언론인, 종교인, 교육인 등, 사회지도급 인사들에게 이른바 [인공체제]에 협조하도록 방송과 신문을 통해 공작을 벌였는데 그들은 특히 당시 좌익계열의 김약영, 노일환, 이문원 등을 앞장세워 저명인사들의 [귀순]을 종용했다. 공산군이 최초로 저명인사들을 납치할 계획을 구체화한 것은 [유엔]군이 참전하여 공산군의 남하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 때 부터였다. 

 6.25 당시 공산군에게 납치되어 재북 평화통일 촉진협의회 총무로 일하다가 돌아온 조철씨는 그가 목격한 증언들로 엮은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950년 7월 하순 공산군은 80여명의 저명인사들을 서울 시청에 모이게 한 뒤 그날 밤으로 이들을 군트럭에 실어 북으로 끌고 갔다. 이날 시청에 모인 사람들은 남북협상파로 알려진 정계 지도급인물인 안재홍, 엄항섭, 조완구, 김규식, 윤기섭, 송오성, 원세훈을 포함한 국회의원 조헌영, 백상규, 구덕환, 최병주, 최석홍, 유익수 등을 비롯 남궁혁, 구자옥, 김시창, 이병기 등 
관계, 학계, 종교계와 의사 등이 었다.

 평양에 도착한 이들은 서평양 고놋골의 인민병원에 수용되었고 이날부터 세뇌를 받기 시작했다.
 10여일이 지나도록 세뇌공작만 받으면서 서울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던 이들은 자백서를 쓰는 일과 잡담으로 소일했지만 식수조차도 부족하게 주어 여름 더위에 모두 지쳐있었고 옷을 갈아 입지 못해 이가 끓기 시작, 거지꼴이 되어 갔다.
 조소앙과 윤기섭은 이를 잡아 경주를 시키면서 자기의 이가 남쪽으로 먼저 기어가면 [내가 먼저 서울로 가게 된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8월20일에 300여명의 제2진이 평양에 끌려왔다. 이들은 지난번의 1진과는 달리 이른바 [반동분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이었다.
 최규동, 고원훈, 최린, 현상윤, 정인보, 이광수, 김동원, 손진태, 명제세 등 학계, 정계, 문화계 인사들과 김장열, 김의환, 김용현, 최병주, 허영호, 정인식, 신용훈, 최석홍, 조옥현, 정광호, 조규설, 오택열, 조중현, 이종성, 이구수, 김경도, 장연송 등 50여만명의 국회의원, 이밖의 50여명의 종교인들이다.
 이들은 평양 기림리의 3층건물과 서평양 인민학교에 각각 나뉘어 수용되었는데 내부서원들이 착검을 하고 삼엄한 경계망을 펴서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었다.

 서평양 인민학교에는 이 밖에도 김기림, 유후자, 방한준, 이백수, 김억, 이병우, 김형원, 김동환 등 이른바 반동문화인들 80여명도 수용되어 있었다. 

 또 이해 7월과 8월 공산군은 남한에서 수만명의 각계인사를 색출하여 1천명씩 편조, 도보로 북으로 끌고 갔다. 이와같은 납치자의 북행대열은 거의 매일 계속되었는데 밤에만 길을 걷게 하였다.
 8월11일 밤 11시경 해주에 도착한 납북인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집단탈주를 했다가 실패하여 주모자로 몰린 박윤선(중앙청 과장), 하진문(변호사) 및 최영수(언론인) 등이 즉결 처형된 사건도 있었다.
 9월부터 공산군은 의정부쪽으로 납치인사들을 도보연행해 가기 시작했다. 
 박준식(검사), 이우경(판사), 정의화(판사), 이춘근(육군장교), 임성대(경찰관), 최림(내무장관비서), 허남수(국회사무처 총무과장), 문택규(변호사), 임준수(법관), 이복본(연극배우) 등 3,000여명이 평양과 강계, 원산 세 방면으로 끌려 갔다.

 이 많은 수의 납치인사들을 걸려서 북으로 끌려간 공산군은 도중에 병약자나 노령자들이 길을 못가게 되면 그 자리에서 총살하는 일이 많았다.
 행군도중 간혹 탈주하다가 붙들린 자는 여러사람 앞에서 역시 총살해 버렸다. 전세가 차츰 공산군에게 불리해지고 국군과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게 되자 공산군은 평양을 버리고 만주 국경지방으로 후퇴할 준비를 서둘렀다.

 평양에 수용되어 있던 피납치 인사들은 10월9일 걸어서 안주방면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정인보, 최린, 고원훈은 중병환자로 걸을 수가 없어 인민군이 업고 떠났다.
 평양교외 민가에 수용되어 있던 이광수와 최규동은 중태로 기거할 수 없는 몸이었다. 이광수는 이미 사경을 헤메고 있었으며 대소변을 누운채 받아내는 처지였고, 최규동은 신장병 악화로 아랫배에 물이 차서 역시 중태였다. 
 공산군은 이 두 사람을 10월16일 총살해 버리고 평양을 떠났다. 이때 평양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김용무, 김동원 등도 처형되었다.
 조만식도 평양 후퇴를 서두르던 공산군에 의해 피살되었는데 김선묵 목사 같은 고령자나 신체부자유로 움직일 수 없는 자도 모조리 살해되었다.
 한편 인민군등에 업혀가던 정인보와 고원훈도 도중에 살해되어 시체가 산속에 유기되었다.

 이렇게하여 피납자 중 고령자와 병약자들은 행군도중 쓰러져 죽거나 공산군에게 살해당하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만 국군과 [유엔]군의 후퇴가 있은 뒤 다시 평양으로 끌려와 아직도 생명만은 부지한채 공산치하에서 살고 있다.(조철 저, [죽음의 세월], 납북인사들의 생활실태)

 북한 공산집단은 휴전후 피납자들 가운데서 그 일부를 따로 모아 이른바 [평화통일촉진협의회]라는 어용단체를 조직하여 이들을 대남선전에 동원하였는데 조소앙, 안재홍, 원세훈, 노일환, 김약영 등 공산주의자들의 판단에 이용가치가 있는 인사 48명만이 여기에 끼게 되었다.

 북한 공사주의자들은 그들이 강제로 끌어간 납북자들을 1956년부터 집단으로 각종 정치교육장으로 내보내어 [인공체제]의 신봉자로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는 한편 [질이 나쁜 자]들은 함북의 아오지 탄광을 비롯한 각종 집단노역장과 남강도의 벌목장에 보내어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납북인사에 대해 아무리 좋은 대우를 해준다 한들 그 저의는 그들을 이용하여 정치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납북인사 자신들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진심으로 북한 공산집단을 위해 일하는 납북인사는 거의 없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산가족백서(대한적십자사, 1976) 중에서 발췌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