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시인 기관총 맞아 사망" 北수필가 석인해씨 증언 

정지용(鄭芝溶·1903∼?·사진)시인이 6·25전쟁이 한창일 때 전투기의 기관총 소사(掃射)로 죽었다는 목격담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번 8·15 평양축전에 참석한 시인 도종환(都鍾煥)씨는 27일 “북한의 문학평론가인 조정호씨(66)가 ‘북한의 수필가 석인해씨(95년경 80세로 작고)에게서 정시인과 함께 후퇴하던 중 비행기의 기관총에 맞아 죽어 묻어 주었다는 증언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석씨는 북한의 ‘통일문학 창작실’ 실장을 맡았던 조씨 밑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었다. 


석씨는 생전에 “후퇴 중 비행기 공습이 있었다. 정시인과 함께 후퇴하다 몸을 숨겼는데 사람 죽는 것 순간이더라. 안 보여서 찾아봤더니 (정시인이) 죽어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바로 묻어 주었다”고 말한 것으로 조씨는 전했다. 


조씨는 정시인의 사망 시기 및 장소에 대해서는 “전쟁 초기는 아니고 전쟁이 한창일 때이며 장소는 생각이 날 듯 날 듯 하는데 나지 앟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시인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 그 동안 학계에서는 대략 두 갈래로 추정해 왔다. 


북한으로 납치돼 가던 중 비행기 폭격 등으로 사망했다는 설과 북한의 대남 영어방송 요원으로 근무하다 서울 수복 후 미군에 붙잡혀 일본 오키나와에서 군사재판을 받고 미군에 의해 처형됐다는 ‘미군 처형설’이 그것이다.도시인은 “이번 조씨의 이야기는 정시인의 죽음에 대한 최초의 목격자 증언인데다 정시인이 전쟁 초기 납북 과정에서 바로 죽었다거나 미군에 의해 처형됐다는 등의 주장과 달라 주목할만 하다”고 말했다.정시인은 충북 옥천이 나은 현대시의 거장으로 일반인들에게는 ‘향수’라는 시로 잘 알려져 있다. 6·25 전쟁 초기 서울 녹번동 자택에 있다가 북한 정치보위부에 자진 출두했던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월북 시인으로 분류됐다가 88년 해금됐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