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엔 아버지 밥그릇이 놓여 있었다.
- 꺼먹이 집으로 돌아오다

김성숙

오빠가 편지를 쓰고 있다. “아버지 전 상서”, 줄기차게 비가 내리는 날엔 영락없이 편지를 쓴다. 오빠의 편지는 아버지와의 대화이며 판타지다. 8순도 훨씬 넘은 나이에 오빠는 스무 살 어린 나이로 편지를 쓴다. 오빠 편지에 담긴 심상과 내 추억의 영상이 교감 되는 날, 비가 내리고 나도 마음의 편지를 쓴다.

우리 식구는 늘 둥그런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밥상엔 밥그릇 여덟 개가 놓여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언니, 오빠, 두 남동생, 나, 여덟 식구가 둥그런 상에서 마주 보며 밥을 먹었다.

일제 강점기, 큰언니가 열여덟 나이에 시집을 갔다. 어머니는 정신대 징집을 면해 준다고 이웃집 총각과 연을 맺어 주었다. 어려웠던 때, 결혼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시집간 언니는 그 모진 세월 속에서도 힘겹게 살고 있던 친정식구들 챙겨 준다고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큰 언니가 그렇게 시집가고, 그래서 우리 집 밥상에는 밥그릇이 일곱 개가 놓여졌다.

일제의 패전이 짙어 갈 무렵, 아버지가 일본경찰에 연행되어 몇 달간 옥고를 치르고 나오셨다. 서울에선 먹고 살 수 없어 우리 식구는 시골로 내려가 살았다. 그 곳에 간지 열흘 쯤 되었을까? 열두 살 작은 언니가 영양실조로 시름시름 앓다가 숨을 거두었다. 이름도 없는 야산에 평토장했다. 아버지는 빨간 산 나리꽃 한 송이를 무덤 위에 얹어놓고 뒤돌아 서셨다. 어머니는 “어이 해, 어이 해, 착한 것이, 착한 것이 이렇게 가다니……. 밥 한 끼 배불리 못 먹였는데…….” 땅을 치며 우셨다. 어머니의 눈물이 나리꽃 위에 떨어졌다. “엄마 그만 울어 나리꽃도 울잖아” 나는 어머니 치마 자락을 당기며 덩달아 울었다. 그래서 시골 초가집 밥 상위엔 여섯 개의 보리밥그릇이 놓였다.

조국 광복 후, 우리 식구는 지나간 날의 쓰라린 기억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여섯 개의 밥그릇이 놓인 밥상에 둘러 앉아 행복했다. 그 행복했던 날들이 얼마나 지났을까?

1950년 6월 28일 아침, 집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마포 전차 길로 빨간 깃발을 꽂은 탱크가 요란하게 질주하던 날, 그 날 후로 밥그릇은 다섯 개로 줄고 이어 네 개로 줄었다.
공산군 점령 하에서 아버지와 오빠의 신변이 위태로웠다. 아버지는 오빠의 피신 길에 동행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오빠만 마포나루 건너 충청도 시골로 피신 보내고 아버지는 집으로 뒤 돌아 오셨다. 왜 그러셨는지 함께 가셨더라면 아버진 우리 곁에 오래 계셨을 터인데…….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내가 철 든 나이가 되어서야 오빠가 그 이유를 일러 주었다. 아버진 교회와 학교를 지키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서울이 공산군에게 함락되기 전 날, 27일 서울이 함락이 되어도 순교할 각오로 교회와 학교를 지키고 남아 있는 신자들을 끝까지 돌봐 주자고 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들과 함께 약속을 한 것이다. 아버지가 6월 27일, 줄기차게 비가 쏟아지던 밤, 집 앞 길로 피난의 인파가 줄지어가는 시각에 왜 아버지는 조용히 기도만 하고 계셨는지 오빠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오빠가 집 나간 후, 밥 그릇 하나가 줄어 다섯 개가 된 것이다. 양식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어머니는 밥상의 메뉴를 국수로 바꾸셨다. 멀건 국물에 얼마 안 되는 국수 가락이 담겨진 그릇 앞에서도 아버지는 감사 기도를 하셨다.

늦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그 해, 8월 23일 한 낮, 나는 동생들과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돌연 검은 지프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대문을 박차고 들어와 아버지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고 외쳤다. 검은 옷 입은 사람들, 총을 든 사람도 있었다. 무서웠다.
잠시 후, 흰 모시적삼 차림의 아버지가 현관 밖으로 나오셨다. “어디에서 오셨소?”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둘러싸며 차에 타라고 했다. “잠시 기다려 주시지요. 안사람이 곧 올 터이니 그 때까지만…….” “아니 되오. 시간 없소” 그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아버지를 붙잡고 끌고 나갔다. 구두도 못 신으셨는데……. “아빠, 아빠…….” 울며 부르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괜찮아, 엄마가 집에 오면 아빠가 곧 돌아온다고 말해, 알았지……. “

그 사람들은 주춤하는 아버지를 지프차에 태우고 가 버렸다. 나와 동생들은 “아빠, 아빠” 부르며 울고만 있었다.
잡혀가신 그 날 아침 하필이면 그 날, 어머니는 나 보고 “동생들 잘 보고 있어, 나 잠간 병들어 누워계신 이웃 할머니 집에 다녀오마.” 하시고 나가셨다. 바로 그 때, 어머니도 안 계신 데, 아버지는 그렇게 끌려가셨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니는 나 보고 어느 길로 갔느냐고 물으시고는 정신없이 지프차가 간 길로 달려 나가셨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긴긴 여름날의 해도 지고 어둠이 짙을 무렵, 어머니는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셨다. “왜 하필 내가 없을 때 이런 일이, 이런 일이…….” 그날 밤, 가슴을 치며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직까지 지울 수가 없다. 날이 새자 어머니는 아버지가 근무하신 학교로, 교회로 수소문하러 찾아 나섰다. 며칠 동안 자주 집을 비우셨다.
그렇게 아버지가 끌려가시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한 막내가 어머니 얼굴을 만지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곤 때 마침, 집 앞 길로 지나가는 인민군 장교를 향하여 돌을 던졌다. 어린 분노가 폭발한 것인가? 다섯 살 나이에…….
우린 그 날 이후, 아버지도 오빠도 없는 집에서 네 그릇만 놓인 밥상에서 밥을 먹었다.

우리 집엔 남은 네 식구와 토종 꺼먹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 어머니는 꺼먹이라고 불렀다. “꺼먹아, 꺼먹아” 어떤 땐, 꿀꿀이라고도 불렀다. 어머닌 이집 저집 꺼먹이의 먹 거리를 구하러 다녔지만 빈 통만 들고 오시는 날이 많았다. 다행히 콩나물 키우는 집을 알게 되어 콩나물 껍질과 찌꺼기를 얻어와 정성껏 먹였다. 꺼먹이는 우리와 한 식구였다. 어머니는 전에 보다 꺼먹이를 돌 봐주는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새끼 날 때가 되었는지 배가 불룩한 꺼먹이가 꼼짝도 않고 누워있던 날, 우리 집에 또, 한번 통곡할만한 사건이 터졌다. 집 근방 공원에 주둔하고 있던 인민군이 꺼먹이를 끌고 간 것이다. 인민군 몇 명이 들어오더니 “위대한 인민군대의 식량으로 가져가는 것이니까니 영광으로 알라”고 큰 소리 치고는 발버둥 치는 꺼먹이의 목에 밧줄을 매고 질 질 끌고 갔다.
어머니는 한 동안 넋 나간 사람처럼 손 놓고 조용히 눈물만 흘리고 계셨다. 막내는 꺼먹이를 찾아온다고 공원으로 달려가곤 했다. 몇 날 동안 밥상위에 어머니 밥그릇이 안 보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밥상위에 밥그릇이 일곱 개가 놓여 있었다. 일곱 개나? 아버지의 빈자리 앞에도 오빠의 자리 앞에도 밥그릇이 놓여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밥그릇 옆에 또 하나의 뚝배기가 놓여 있었다. 우린 밥그릇과 어머니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막내가 입을 열었다. “와! 밥 많다” 어머니는 “어서 먹어…….” 그러시곤 조용히 늘 아버지가 앉으셨던 자리로 옮겨 앉으시고 아버지 밥그릇을 내려다보셨다. 볼에 흐르던 눈물이 밥상에 뚝 떨어졌다. 한참 후, 오빠가 앉았던 자리로 옮겨 앉으시고 눈을 감으셨다. 시골로 피신 간 오빠를 생각하시나? 눈을 뜨신 어머니 얼굴이 갑자기 환해 졌다. 입을 여셨다. “얘들아! 꺼먹이가 돌아 왔다! 오늘 새벽에…….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날 새벽, 어머니는 담 넘어 집 밖의 길을 보고 계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끌려가신 아랫길과 꺼먹이가 끌려 간 윗길을 번갈아 보고 계셨는데 윗길에서 웬 검은 물체가 달려오는 것을 보셨다고 한다. 꺼먹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대문에서 꿀꿀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황급히 대문을 열자, 꺼먹이가 어머니에게 달려와 몸을 비벼대고는 새끼 날 자리로 들어가 곧 바로 새끼 여덟 마리를 낳았다고 하신다.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에 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자 우리 감사 기도하고 밥 먹고 꺼먹이와 새끼를 보러 나가자” 나와 동생들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와, 와, 만세, 만세” 나와 동생들은 꺼먹이를 만져 주며 어쩔 줄 몰랐다. 뒤 따라 나오신 어머니 손에 뚝배기가 들려 있었다. “자, 이젠 시끄럽게 하면 안 돼, 인민군이 지나가다 듣고 또 끌고 가면 어쩌라고…….” “자 우리도 밥 먹으러 들어가자” 나는 왜 그 날 아침 어머니께서 밥 그릇 일곱 개를 상에 올려놓았는지 알 것 같았다. 축하 파티였다. 우린 꺼먹이의 용감한 탈출을 축하해 주었다.
아! 아버지는 소식도 없다. 꺼먹이도 잡혀 먹기 전에 밧줄을 끊고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래도 꺼먹이의 탈출 귀가는 우리 식구에게 작은 촛불 같은 희망이 되었다. 꺼먹이는 1․4후퇴까지 우리 네 식구의 양식을 공급해 주었고 부산 피란살이의 밑천이 되어 주었다.

말복 더위도 가실 무렵, 오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대학생 오빠가 농사꾼차림으로 돌아왔다. 오빠는 아버지가 끌려 가셨다는 미아리 고개 길 넘어 자전거를 타고 헤매고 다녔다. 길거리에서 몇 번인가 완장 두른 사람에게 잡힐 뻔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거하셨던 이층 방 벽장에 오빠의 은신처를 마련하고 숨어 있으라고 했다.
그 해 9월 27일, 보름달이 환히 뜬 밤11시 쯤, 멀리서 포성이 울려오던 밤, 집 앞길에는 패주하는 인민군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 날 밤 우리 집에 군인들이 쳐 들어왔다. 오빠를 찾았다. 어떻게 오빠가 집에 있는 것을 알았을까? 구두 발로 온 집안을 뒤졌다. 총검으로 천정도 벽장도 쑤셨다. 이미 오빠는 낌새를 느끼고 이층에서 아랫집으로 뛰어 내려가 콩밭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군인들이 어머니를 마당에 끌고 나와 총을 겨누며 아들 내놓지 않으면 죽인다고 위협하는 광경을 오빠는 콩밭에서 보고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총 개머리판으로 마구 맞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으셨다. “독한 것들, 가자” 군인들이 문밖으로 나가고 어머니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콩밭에서 기어 나온 오빠가 겨우 정신 차린 어머니를 안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9.28서울 수복 후, 1.4후퇴까지 어머니와 오빠는 아버지 소식을 알아보려고 정신없이 나 다니셨다. 깜깜 무소식에 탈진해진 그 해, 크리스마스 전날, 오빠는 특수 부대에 지원 입대 했다. 다음 날, 아버지도 오빠도 없는 우리 네 식구가 혹한의 겨울, 크리스마스 날, 부산행 피난 열차 지붕위에 올라탔다.

다음 해 여름 어느 날, 군복을 입은 오빠를 피난수도 부산에서 만났다. 공원부지 판자 집, 밥상 없는 바닥에 다섯 개의 밥그릇이 놓여졌다. 어머니는 자갈치시장에서 구해 온 동태로 맛있는 찌개를 끓이셨다. 얼마 만에 오빠와 함께 먹는 밥인가? 아버지가 더욱 그리웠다. 피난살이에서 어머니는 나와 두 동생을 고아원에 맡기고 자갈치시장에서 막일을 하셨다. 내가 열 셋, 동생은 아홉 살, 여섯 살이었다.
그렇게 피난살이 끝내고, 수복된 서울로 돌아 온 우리 식구는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에서 꽤나 오래 살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큰 언니가 벌서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 내 나이도 어느 듯 칠순 반이다. 막내가 칠순을 앞두고 있다. 팔순을 넘긴 오빠는 아버지가 겨우 반백의 나이에 가셨으니 아버지 몫까지 백세를 채우겠다고 한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소 앞에 자식들이 모이면 어머니이름 옆에 나란히 새겨진 아버지 이름을 본다. 여덟 개의 밥그릇을 본다. 하늘 멀리 저 높은 곳, 빛나는 집에서 돌아오지 못하신 아버지와 함께, 우리 함께, 밥상에 들러 앉은 환상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