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울고 땅도 통곡하던 1950년6월25일
평화스럽기만 하던 우리한반도에 탱크로 중무장한 북한괴뢰군의 침략으로 선량한 국민이 인민군 총탄에 이유도 없이 살해당하고 온 나라에 피난민 행렬이 길을 메울 때 그때 내 나이 10살, 4학년1학기를 끝내고 여름방학 때 쯤 이었다.
저는 아버지, 어머니, 언니 둘, 남동생 이렇게 단란하게 살아가는 철부지 어린 시절 즐겁기만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안동에 가셔서 철도관련 공장을 세우시고 거의 준공상태에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족들이 걱정이 되시어 밤을 세워 집에 오신 겁니다.
그런데 인민군들이 밀려오면서 경찰, 면사무소에 다니던 사람과 좀 잘사는 사람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일자무식한 사람들이 완장을 두르고 다니며 위원장이란 이름을 붙이고 재산을 분배해준다는 그들의 말에 우리 아버지는 구장을 오래했다는 이유로 반역자라 하며 우리 아버지를 붙잡아갔습니다. 그러나 처음 끌려가셨을 때는 아무 죄가 없다고 그냥 풀려나셨는데 또 다른 인민군이 몰려왔습니다. 그때 전부터 좌익인 사람 다섯 명이 동네에 있었습니다.
그 다섯 명이 아버지를 붙잡아 가려해서 잠시 이웃마을로 피신을 했지만 아버지가 안 오면 식구들을 다 죽인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는 그들이 말하는 회의장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회의장에 안 나오면 반역자로 몰아 붙였습니다.
그때 인민군3명과 여자인민군2명이 우리집으로 와서 총으로 집안을 막 쏘아대며 아버지를 찾아내라고 협박했습니다.
중이 적삼만 입으신 아버지가 그 놈들한테 끌려가셨습니다.
우리집 앞 신작로 길로 인민군들이 아버지를 총으로 앞뒤를 포위하고 끌려가실 때 우리들이 집에서 신작로로 가시는 모습을 본 것이 마지막 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뒤돌아보시고 또 돌아보시며 가시던 모습이 55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후 아버지는 평택으로 옮겨 가시고 엄마는 그 뜨겁던 여름날에 아버지를 만나러 청북에서 평택까지 차도 없이 걸어서 60리도 넘는 길을 몇 번이나 갔지만 아버지를 끝내 못 만나고 9.28수복이 되자 그놈들이 아버지를 트럭에 태우고 북으로 끌고 가다가 미국의 비행기가 폭격을 하니까 같이 가시던 면장님이 우리 이 기회에 도망가자고 했지만 우리 아버지는 너무나 매를 많이 맞아 움직이지도 못하여 도망을 못 하셨다는 면장님의 말씀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때 같이 붙잡혀 가셨던 분의 말을 들으니 너무나 매를 맞아 살점이 툭툭 삐져나오고 피가 온몸에 말라붙어 참혹한 형상을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치가 떨리고 안타까워 저는 그때부터 웃음을 잃어버린 인생을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혹시나 오실까 밥을 아랫목에 몇 년을 묻어 두시고 아버지를 기다리시다가 지쳐 끝내 아버지의 소식을 못 듣고 저 세상으로 눈도 못 감으시고 떠나셨습니다.
이 얼마나 통탄 할 일입니까?
행복하기만 하던 우리가족은 그 뒤로 말 할 수 없는 고생과 슬픔을 안고 평생 살았습니다.
지금도 6월이 되면 더욱더 아버지생각에 보고 싶고 그리워 내내 속앓이로 슬픔을 이겨냅니다. 끌려가시다가 모진 매를 못견뎌 돌아 가셨으면 어느 골짜기 어느 길가에 이름도 없는 곳에 쓸쓸히 묻혀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집니다.
지금도 북한은 핵을 만들고 있습니다.
동족을 그렇게도 많이 무참히 학살시키고도 부족하여 시시탐탐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북한이 동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퍼주고 비위를 맞추는 이 정부가 나는 싫습니다.
왜 납북자에 대하여 한마디도 못하는지 한심스럽습니다.
지금 아버지 연세가 살아계시면 94세이신데 돌아가신 것이 분명할 진데 어디에 묻히셨는지 지금쯤은 이름 모를 들꽃이 되어계실 아버지의 넋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런지 가슴이 찢어집니다.
아버지 한번 만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50년 동안 못한 수많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싶습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그리운 내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