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소 문


대통령 각하

연일 계속되는 나라 일에 노고(勞苦)가 많으시리라 여겨집니다.
저는 1950년 전쟁 중 강제납북자가족의 한사람으로써 너무나도 억울하고 허망하여 울분과 호소를 말씀드리고자합니다.

저의 부친 오헌식(1894년8월生)씨는 서울지방법원 영등포경찰서 주재(駐在) 치안관(治安官)으로 근무하시다 50년 6월25일 북의 남침으로 50년 8월 1일 강제 납치되어 북으로 끌려간 지 55년이 흘렸건만 생사확인조차 모르며 이때나 저때나 기디림 속에 삶을 이어왔습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주관하는 6.25전쟁 중 강제납북인사 신고접수에 따라 1956년까지 두 차례 신고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분들 나름대로 바쁜지는 모르겠으나 반세기가 넘도록 소식 한마디 없는 것이 현실이고 과거정부는 남과 북이 대치한다는 구실 하에 납북자문제를 관심 밖에 두어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잊혀져가는 사람들로 남게 되었습니다.

늦게나마 6.25전쟁중납북자가족모임이 있게 되었으며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 여러 기관과 사회(社會)단체에 호소하였고 국회에도 특별법을 상정하고 있으나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통일부는 6.25전쟁 중 강제 납북자에 대하여 최대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해놓고 아무 말도 없는 현실입니다.

과거정부와 달리 대통령께서 집권하신 후 대북협상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협상 때마다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는 저희 가족들은 답답한 마음이 있습니다. 협상하는 우리 대표님들~~~전쟁 중 강제납북인사 문제를 강력하게 북한 대표에게 왜 말을 못하는지요? 아니면 말을 안 하는지요?

왜 그렇게 저자세로 임하는지 알고 싶고 답답합니다. 협상이 무엇입니까? 그들에게 따질 것은 강력하게 따져야지요. 생사확인은 물론 유골이라도 받아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강제납북인사들을 굶기고 고문하여 어느 곳에 묻어 버렸을 텐데 유골이라도 가족 품에 모시어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외람된 말씀이오나 성과 없는 협상을 하려면 저희 6.25전쟁납북자가족과 그들과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주었으면 합니다. 정부는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마땅히 있다고 봅니다.

강제 납북된 지 55년이 지나는 동안 과거 정부는 물론 현재까지 생사확인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들은 우리 쪽에 할 말, 못 할말, 억지 쓰고 자기들의 실리를 가져갑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혈세로 그들이 원하는 것 들어주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이야기하기 힘들어 납북인사 문제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따지지 못하는지요?

실리와 현실, 진보, 과거사를 말씀하시는 대통령께서 남은 임기內에 강제납북인사 생사확인과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유골을 받아 올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를 엎드려 간절히 애원하나이다. 각하 임기內에 이루지 못하면 6.25전쟁중납북인사들은 영원히 잊혀져가는 사람들로 남게 되며 그나마 살아있는 가족 1세대가 죽으면 어느 누가 1세대 뒤를 이어 나설 것입니까? 저의 1세대도 호소하며 찾아다닌 것이 55년 걸리었는데 저의 자식들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며 자기들 살기도 어렵고 힘이 드는데 이 일을 하겠습니까?

그간의 저의 삶은 가난과 고통, 가족의 기다림 속에 생활은 무너져 말하기조차 싫은 어려운 환경 속에 삶을 이어 왔습니다. 황혼이 짙어져 저물어 가는 노을에 마지막 삶을 살고 있는 저의 희망과 소원이라면 내 죽기 전 아버지의 유골을 꼭 받아 모시는 것이 남은 소원입니다. 아버지의 유골을 받을 수 있기를 엎드려 간절히 원하는 바입니다.

자식의 恨을 풀어 주십시오.
내내 건강하시기를 비오며...

2006년 2월 2일
6.25전쟁 당시 서울지방법원 영등포경찰서 주재(駐在) 치안관(治安官)
오 세 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