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개  질 의 서

6·25전쟁당시 북한으로 납치된 가족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하여 결성된 가족협의회는, 그 동안 납북인사에 대한 신문기사를 비롯한 관련 문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ㆍ정리해 온 결과, 북한에 의해 강제 납북된 인사들의 신상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는 정부작성 명부를 어렵게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본회가 입수한 명부는 공보처 통계국이 지난 50년 12월 1일 작성한 `서울특별시피해자명부’이며, 여기에는 서울 지역의 납북자와 피살자, 행방불명자 4,616명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편 이를 취재하던 월간조선 기자는 1952년 10월 이전‘대한민국정부’에 의해 작성된 `6·25사변 피납치자 명부’가 통계청 대전청사에 복사본이 전시돼 있고, 국립중앙도서관에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그 동안 6·25납북자의 자료요청이라는 가장 초보적인 요구에 대해서조차 비협조와 무성의로 일관해온 당국의 처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정부의 안일한 대응의 경위와 향후 성의있는 정책전환의 가능성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됩니다. 이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본회의 의문점과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질의하고자 하오니, 정부당국의 책임 있는 답변과 자료제출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1. 통일부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정부가 직접 작성한 6·25전쟁 납북인사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는데, 두 종류의 결정적인 명부가 발견된 지금 과연 자료발굴을 위한 시도조차 한 적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통계청 대전청사 등에 보관되어 있는 명부는 잡지사의 취재기자가 단 하루만에 전화로 발견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정부당국이 고의로 이런 문서의 발굴 노력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판단됩니다. 
통일부는 그 동안 6·25납북인사 자료를 찾고자 어떤 시도를 했으며, 왜 성과가 없었는지 소상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2. 본회가 직접 입수한 명부는 개인 소장품이었는데, 차제에 정부는 이명부를 포함한 6·25 납북인사 관련 정부공식문서가 정부에도 보관되어 있는지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고 아울러 이처럼 문서 보존상의 부실이 발생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용의가 있는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3.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9월 3일 방송의 날 특별대담에서 발표한 납북자 현황에는 6·25납북자는 전면 배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통일부의 업무보고에 근거해 발표되었다고 여겨지는 바, 통일부는 이와같은 정부의 발표에 대하여 6·25납북자에 대한 정부공식 문서들이 발견된 현재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지 밝혀 주십시요.

4. 통일부를 비롯한 현정부의 납북자 정책에서 6·25납북자는 그 존재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주시기 바라며 이런 정책이 입안되는 근거가 되는 문서가 있다면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5. 6·25납북자 가족들은 종전이후 지금까지 `월북` 의혹에 대한 정부당국의 감시와 압박, 연좌제에 의한 취업제한 등의 불이익으로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받아왔습니다. 이제 명백히 강제납치를 입증하는 정부문서가 발견된 만큼 그 동안의 피해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보상이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6. 정부의 납북자 정책과 관련하여, 8만여명에 달하는 6·25전쟁 납북자의 해결을 위하여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당국의 대책은 무엇이며, 향후 어떠한 방향에서 이를 추진할 계획인지 밝혀주십시오.

7. 미국은 북한과의 협약으로 1996년부터 한국전쟁중 실종된 미군병사의 유해발굴 작업을 하여 지난 11월까지 152명의 유해를 발굴하였고 그 중 10명의 신원을 확인하여 가족에게 유해를 인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23일 방콕발 AP 통신에 의하면 향후의 발굴 일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부는 납북자의 유해송환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무엇이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하여 유가족으로부터 생전에 유전자 채취 등의 사업을 실행할 계획이 있는지 밝혀 주십시요. 

8. 끝으로 본 협의회가 이미 제안한바 있는, 가족대표를 포함하여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6·25납북자 문제를 다룰 특별전담기구 구성이나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 지 밝혀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