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5.23(금) 03:15

5차 평양 남북경협추진위 진행과정을 보면, 현 정부의 북한을 대하는 자세가 김대중 정부 때와는 상당히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우리측이 북측 발언을 문제삼아 회담 결렬을 각오하고 해명을 요구하기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회의의 쟁점이었던 북측의 ‘재난’ 발언에 대해 북측이 사과나 유감을 표시한 것은 아니지만, 북측의 해명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과거 회담과 달랐다. 이는 북측의 해명을 받아내겠다는 우리측 입장이 전에 없이 강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김희상(金熙相) 국방보좌관이 22일 아침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북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그냥 내려올 수도 있다. 이번에 한번 정도 그냥 이렇게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방침에 따라 우리 대표단은 북측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을 경우 예정대로 귀국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원래 노 대통령의 생각이 이랬다”며 “현 정부가 DJ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노 대통령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며, 현실적이고 실용적 노선으로 북한을 대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고 매달린 측면이 있었지만 노 대통령은 그런 부담은 없지 않으냐”고도 했다.

이런 현 정부의 자세는 노 대통령이 방미 중에 북한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라고 지적하고,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고 말한 데서도 잘 드러나 있다.

김희상 보좌관은 노 대통령의 대북인식과 자세가 “원래 이랬다”고 말했지만, 김 보좌관, 반기문(潘基文) 외교보좌관 등의 현실적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청와대 주변의 시각이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