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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되신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가족회 이사 이태영-
이름: 사무국
2006-06-23 17:10:14  |  조회: 7369
그리운 아버님. 이 생명 다하여 사랑하는 아버님.

또다시 6월입니다. 엊그제 현충일엔 허공을 맴도는 아버님 모습을 떠올리며 소리 없이 오열했습니다. 그리고 치솟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제 자신을 매질했습니다. 저는 큰 죄인입니다. 아버님 생사조차 모른 채, 여전히 크게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용서를 청합니다. 하느님, 불민하고 불쌍한 저희 모두를 용서하소서.

그 처절한 전쟁이 끝나고 포성이 멎은 지 반 백년.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은 다시 부둥켜안고 흐느끼는데 왜 납북인사 소식은 깜깜한가요. 검은 역사의 구름 뒤편으로 사라져 잊혀버린 것인가요. 아버님은 지금 이 시간 어디에 계십니까. 하늘나라에서라도 이 소리가 들리십니까. 절규와도 같은 이 호소는 바로 우리 납북인사 가족 모두, 아니 온 겨레의 울부짖음입니다.

이곳 독립공원은 꼭 70년 전, 아버님께서 항일투쟁 중에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선혈이 낭자하도록 심한 고문을 당하신, 서대문형무소 그 자리입니다. 뒤늦게 독립유공자로 건국훈장을 받으신 사실이 전해지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이곳에만 서면 피가 역류하는 듯 합니다. 6.25전쟁의 와중에, 납북인사들이 서울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더러는 처형을 당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무슨 역사의 심술인지, 독립을 위해 싸우다 모진 고초를 겪은 분들이 민족상잔의 비극 속에 이번에는 좌, 우 이념의 대립으로 동포에 의해 납치와 고문을 당하고 종내는 유골조차 찾을 길 없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다니- 아, 너무 허망합니다. 아니 온몸이 떨려 분노를 참을 길 없나이다.

아버님은 일본유학을 떠나기에 앞서 이곳에서 가까운 배재학당을 다니시며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불사불멸의 생명을 믿으셨을 줄 압니다. 그런데 불멸의 아버님영혼은 어찌하여 저희 앞에 나타나시지 않으십니까. 남과 북은 분단된 채, 설상가상의 편 가르기로 여전히 나라 안팎의 사정이 어지러운데, 구천(九泉)을 맴도는 영혼이시여, 이 나라를 굽어 살피옵소서.

민족공동체의 화해협력과 평화정착이라는 구실 아래 고위인사들이 남북을 오고가지만 납북자들의 생사확인조차 못하는 현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분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그건 허위요 기만입니다. 과연 우리에게 나라는 무엇인지, 비전향 장기수는 조건 없이 보내면서, 우리가 받아낸 것은 무엇인지, 따져 묻고 싶습니다.

아버님께서 잘 아시는 민족시인 김소월은 이렇게 노래했지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저는 오랜 세월 기다림에 지쳐 버렸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가슴 벅찬 그날이 오며는,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리까.>이렇게 노래한 심훈의 시처럼 이 생명 다하기 전에 아버님 마지막 모습, 유골 아닌 영혼이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목이 메도록 부르고 싶은 아버지의 이름, 고난 속에 더욱 당당하셨던 그 모습을 저희 가족들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대쪽같은 기자정신의 용기는, 저희들에게 언제나 큰 산이 되고 나무가 되어 후손들을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고향에 영혼을 모실, 그 날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평안히 잠드시옵소서.

납북 애국지사 이길용의 아들 이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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