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 父 知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정에 여념없이 노심초사 번뇌하시며 특히 인권에 관하여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관심이 많으신 참여정부 대통령님!

불초소생 이 상일(李相一, 57)은 1950년 6.25전쟁 중 8월 중순 강제 납북당한 이 봉우(李鳳雨, 당시 농사시험장 곤충계장 근무, 현 농촌진흥청)의 무녀독남입니다. 21세에 청춘과부로 되어 모진 가난과 불명예의 십자가를 가슴에 지고 살아오신 모친과 처, 남매를 둔 평범한 가장이며, 이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하여 산업전사로 열심히 일하여 온 6.25전쟁납북자 가족의 민초입니다. 그간 전쟁 후 납북자 문제는 그래도 세간에 관심이 있어 남북 장관급회담이나, 적십자총재 회담시 의제로 논의 되고 있으나, 반세기가 넘도록 6.25전쟁 중 남북자 문제는 어느 누구하나(특히 정부) 관심 밖의 현대사의 한 페이지로만 장식되고 있습니다.
사상과 이념을 뛰어 넘어 부자간의 천륜이 어느 하늘 아래 그 무엇보다 고귀하지 않겠습니까? 세월이 한 해 한 해 갈수록 아버지의 그리움이 더 강렬하게 가슴속에 피멍이 되어갑니다. 특히 설날, 추석, 매년 6월이면 우울증 환자처럼 북녘하늘만 멍하니 쳐다봅니다. 그동안 관련 부처에 저의 NGO단체(6.25전쟁납북자가족협의회) 명의로 수차례 협상 테이블 의제로 강력 요청하였는바, 더 이상 진전이 없어 일분일초가 아쉬운 터라 만, 부득이 2006년 1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상대로 소송 제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통령님!
혜량하시어 전쟁 중 납북자 가족의 명예 회복과 생사확인을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강력히 간청하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아버지! 동토의 북녘에서 살을 애는 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제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도 대신하여 어머님과 손자 손녀와 함께 한 끼 진지라도 잡수신다면 천추에 한이 없겠습니다.
아버지의 이름(李鳳雨)처럼 빗물이 강을 이루며 빗속에 길 잃은 한 마리 새가 우네!
아부지(我父知), 아버지라고!


2006. 1. 25. 설날에 즈음하여
6.25전쟁 납북 당시 농촌진흥청 곤충계장 이봉우의 무녀 독남
이 상 일(李相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