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 제독
(……) 그저께 당신네의 제안을 보다 공정하게 만들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는 당신네가 데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아닌 민간인들을 교환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약 55명의 명단을 당신에게 주었다. 당신은 당신네 정부가 이들을 휴전과정에서 석방할 것을 시사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당신네를 믿고 맡겼다. 이 사실은 이 문제를 다루는데 새로운 길을 제안하는 것과 같고 양측 모두 보다 잘 합의해서 이룰 수 있는 해법으로 인도되기에 이를 것이다.

공격 초기, 당신네 군대가 남한 깊숙이 침투했을 때 많은 수의 남한시민들이 전쟁의 여파로 북쪽으로 휩쓸려 갔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당신네 지역에 있다. 이 사람들도 교환에 포함시킨다면, 이러한 교환이 보다 공평한 제안이 된다는 원칙하에 당신네 입장이 한결 나아지게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교환 원칙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 이 제안에 관한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이상조 장군
당신이 지금 한 말에 민간인 석방문제에 관한 얘기가 있다. 그렇다면 당신네가 데리고 간 50만 명이 넘는 우리측 민간인도 당신네가 풀어준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리비 제독
우리측으로서는 휴전 중에 각측의 민간인들을 돌려보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전협정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상조 장군
민간인에 관한 일반적 문제, 즉 전투 중 남에서 북으로 혹은 북에서 남으로 간 민간인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며, 양측이 이에 대해 성숙한 의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서 각 개인에게 자유가 주어져야 하며, 양측 모두 교전상황이 끝난 후 귀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모든 편의를 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측이 이것을 그들에게 어떻게 보증하느냐 하는 문제는 더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 본인은 좀 더 검토할 것이며 그 후 당신에게 분명한 답을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을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은 적이 없고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방침이다.

만약 누구든지 교전 중에 원치 않게 북쪽으로 오게 되었고 돌아가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에게 최대한의 협조를 해줄 것이다. 당신은 우리가 남으로 진군할 때 많은 민간인을 데리고 갔다고 말하는데, 내가 아는 한 우리는 당시 그들을 우리와 함께 데려갈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그들을 북으로 데려 갔다는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에게 당신이 준 외국인 55명의 명부에 대해서, 그것을 관련 단체에 이미 넘겼으며 현재 조사 중이다. 당신이 이해할지도 모르지만, 모든 전쟁포로를 석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리측은 전투 중 보호를 받게 된 이들 민간인들을 반드시 돌려보낼 것이다. 휴전 후 이들은 틀림없이 보내질 것이다.

리비 제독
민간인 문제에 있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그리 큰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이 문제를 꺼낸 것은 교환에 있어 균형이 지금보다 더 공정하게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다. 당신은 전반적 문제에 관해 더 검토하고 싶다고 했으며 우리의 신념인 휴전 중 민간인들이 귀향할 수 있도록 허락되는 것에 당신네도 원칙적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덜 결정된 것은 단지 휴전 협정문에 이것을 기입하기 위한 제반 기술적 문제일 뿐이다. 많은 수의 민간인들이 전쟁의 물결에 휩싸여 실향했으며 양측 모두 휴전이 조인되면 귀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본인이 말했듯이 이것을 어떻게 휴전협정문에 넣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장군은 이 문제를 본 의제에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걱정이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당신은 이것이 본 의제에 속하지 않을 수 있다고 느낀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여러 다른 경우에서는 당신 스스로 민간인 문제를 이러한 지적 없이 거론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가 본 의제에서 마땅히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곧 말하겠다. 우리는 이 문제가 휴전 중에 일차적으로 군사적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휴전 중에는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의 민간인들의 어떤 이동도 군 지휘관에게는 직접적 관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무장지대를 넘어가는 민간인들의 이동은 분명히 양측 군 지휘관의 묵인, 협조 및 감시를 요할 것이며 휴전 조인 직후 이들 민간인들의 귀향에 관련된 제반 세부사항은 군 지휘관들에 의해 합동으로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가 군사적 조치라는 점을 일차적으로 인정해야 하며 본 의제 하에 이러한 위임사항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채택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우리들은 이들 실향민들이 휴전 후 귀향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우리가 합의한 이상 이 문제가 본 의제에 잘 부합할 뿐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조항을 마련하고 그것을 휴전협정문에 기입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이 의제 제4항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신네는 이 제안에 대해 더 연구해 보려 할 것이다. 당신네가 그렇게 지적했으며, 무엇보다 이에 관한 당신측의 심사숙고한 판단을 알고 싶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정회하고 당신네들에게 편리한 2시 혹은 3시에 다시 만나서 이 제안을 논의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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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관계사료집5
휴전회담회의록 5 : 제4의제에 관한 제1~71차 분과위원회 기록
(1951. 12. 11~1952.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