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6.25전쟁 중 남편을 북에 빼앗긴 어머니를 대신하여 대한민국 정부에 호소합니다.

어머니는 육이오 사변이라고 하지요. 그 전쟁 시작 즈음 서울 복판에서 인민군에 취조차 끌려가신 아버지는 결국 지금껏 아무 소식도 없고... 56년 전 남대문 대로에서 그렇게 가신 그런 아버지를 기다리며 기다리며 언젠가는 만나겠지, 나라형편이 좋아지면 무슨 소식이라도 있겠지 하며 저희 어머니는 혼자 힘들게 세 딸을 키우셨어요. 나라는 많이 변했죠.... 좋아진거겠죠. 아무도 옛 전쟁에 관심이 없을 정도로 딴 세상이 되 가고 있습니다. 그 전쟁으로 한 평생 비극의 주인공들이 된 분들이 많지만 누구하나 관심이 없습니다. 가족 외에는 ..하지만 나라는 달라야 되지요. 집 나간 자식을 찾는 부모처럼, 빼앗긴 국민들을 지속적으로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지금 6.25 전쟁의 당사자인 한국은 그럴만한 위치에 있지 않나요?

그런 나라가 도와주기는커녕 힘들게 하고..., 항상 전쟁 노이로제에 살아오셔야했던 어머니는 소식 없는 아버지를 사망신고하고, 그래야 나갈 수 있으니까요.. 모든 것 포기하시고 캐나다로 이민 가셨습니다. 나이 드실수록 멀리서 아버지 얘기를 하십니다. 이제 84세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멀리서 조국 뉴스에 귀 기울이시는데 마지막으로 이 정부가 위로의 말을 해드려야 되지 않을까요? 어머니의 한을 풀 길을 찾습니다.

이제 한국이 얼마나 번듯합니까... 노대통령께서는 그래도 좋은 세상의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더 이상 남의 나라 돈 꾸러 나가는 대통령도 아니고, 수 개국 정상회담에 가셔도 당당하게 하고 싶으신 말 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잘 대접받으시지요. 그러나 아버지를 북에 빼앗긴 우리 어머니는.. 어릴 적 푸념하시던 말이 생각납니다. 네 아버지가 군인으로 전쟁터에서 죽었다면.. 동작동 국군묘지에 묻혔으련만, 현충일 때마다 가서 실컷 울기라고 하지.. 너희들은 모두 유자녀로 나라가 학비도 도와줄 것이고.. 내 팔자가 사나워서... 이렇게 듣고 자랐지요.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이 소외된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건지 지혜로운 참모들과
고민해보시는 대통령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만 생각한다면 아버지 없이도 엄마의 노력과 사랑만으로 잘 자라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게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27세부터 남편 없이 망가진 인생을 살고 결국 아버지를 다시 볼 것을 단념해야했고, 누구의 위로도 받아보지 못하고, 타국에서 쓸쓸하게 돌아가시게 되면 어쩌나-막내딸의 마음은 안타깝습니다. 사실 한국에 미련이 없지요. 여자 혼자 힘들게 자식 기르던 때만 생각나시니.. 과거의 슬픈 일들만 생각하시고 너무 허망해하셔서.. 정말 자식이 할일이 뭔지.. 희망의 대한민국이라는데... 그냥 이 문제만 생각하면 탄식할 노릇입니다.

통일부는 뭐 하는 데지요? 오죽하면 우리가 정부를 고소합니까? 한국전쟁은 세계전쟁이나 다름없이 엄청난 것이었는데... 이제 .. 그 전쟁의 피해자, 전쟁 중 납치된 자국민의 문제 해결 없이 무슨 남북회담이며, 무슨 과거사 진상이며,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관심도 보여 주지 않는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왜 존재합니까?

이렇게 착하게 점잖게 인터넷을 이용하여 대통령께 호소하는 것도 마지막입니다.
우리 가족들은 빨리 묘책을 마련하여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한을 풀어 드려야합니다.

2006년 2월 3일
6.25전쟁 당시 하지제분소 경영인 하격홍의 막내딸
하영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