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가족회 활동문서

가족회 활동문서

NPC연설문-한국전쟁 납북자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누락분]
이름: 관리자
2007-07-26 14:48:50  |  조회: 2208
한반도 문제 해결의 선결요건은 인권을 회복시키는 일…
한국전쟁 납북자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

National Press Club, Washington DC
2007년 7월 26일

한국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오늘 내셔널 프레스 클럽 기자회견에 한국전쟁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 주신 기자님들을 포함한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서 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큰 영광이라는 것을 어떤 사람이 귀뜸해 주었습니다. 연약한 제 힘으로는 못하는 일이 가능해 지도록 도와주신 많은 사람들과, 무엇보다 제가 믿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하여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을 통해서 끝났습니다. 끝난 것이 아니라 쉬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지만 저희 전쟁 납북자 가족들에게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도 쉬고 있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 전쟁을 통해 가족을 빼앗긴 저희들에겐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고 빼앗긴 가족들을 찾기 위한 전쟁 또한 시작되었기 때문에 삼중의 전쟁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세 번째 전쟁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 가족들에게도 휴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날짜를 확인해 보니 내일이 마침 휴전 5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제가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연설을 하게 되는 이 날이 우리 가족들에게도 휴전을 약속하는 장미빛 의미가 담긴 날이 되기를 고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너무 낡은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분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라고 하면 현재 너무나도 다급하고, 힘든 일들이 많기 때문에 반세기가 지난 이 문제는 이제 잊어도 된다고 충고하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정부를 포함한 한국의 보통사람들의 정서가 실제로 그렇다고 느껴왔습니다. 이러한 편견은 저희 가족들이 싸워야 할 또 하나의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이 문제를 리더로서 다루어온 저는 참 외롭게 싸워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셔서 저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는 여러분들은 저를 포함한 저희 납북자 가족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들은 이 문제가 결코 ‘역사 a history’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제 아버지가 납북된 것은 제가 2살 때입니다. 제 동생이 태어난 지는 몇 달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아버지 얼굴을 사진을 통해서만 알지만 아버지가 제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아름다울 미, 하나 일. 저는 이 이름을 주신 제 아버지가 제게 어떤 기대를 갖고 계셨을지 생각하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끊어지지 않는 것을 느낍니다.

더구나 제 어머니는 벌써 반세기가 훨씬 넘었지만 재혼도 하지 않고 딸 셋을 키우면서 지금까지도 아버지 소식을 기다립니다. 제가 외롭게 이 일을 해 왔지만 저의 가장 큰 힘은 제 어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저희 가족 회원들 모두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57년이 되어가지만 저희 가족들에게는 여전히 너무나 생생하고, 처절한 현실이며, 더구나 전 생애를 남쪽의 가족을 그리워하며 북한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을 북한으로 납치되어 간 분들에게는 더더욱 사무치는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이 일이 결코 과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 들려오는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소식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들을 6자회담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으고 있습니다. 그들이 개발하는 핵무기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너무나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회담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들 나라들, 곧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그리고 남한 북한이 모두 이 한국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 회담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회담은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만남을 예비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벌써 6자회담과 함께 종전선언, 평화체제 협상에 대한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느니 하는 얘기는 한국에서는 친북 운동권 사이에서 20여년 전부터 꾸준히 흘러나오는 얘기라고 들었습니다. 이제 이런 얘기를 친북 운동권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서도 시작했고, 더구나 최근에는 미국의 책임있는 사이드에서도 언급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평화’라는 말이 언제나 기만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에 대한 소문은 곧잘 ‘전쟁’을 강하게 환기시키곤 합니다. 따라서 남북한 사이에 진정한 평화를 위한 분명한 기초가 형성되기 전까지 저희는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희망적으로 받아들이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진정한 평화’를 고대합니다. 저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기만적인 ‘평화협정’으로 인하여 이 전쟁의 책임을 무마하고, ‘모두가 피해자’라느니 ‘미래로 가기 위해 과거는 덮자’라느니 이런 이상한 상대주의 또는 허무주의를 퍼뜨리는 것입니다.

이 전쟁에는 분명한 책임자가 있습니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수백만의 순진무구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전쟁 범죄자가 존재합니다. 이 전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여 영화를 누린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만일 평화체제에 대해서 말하려면 이제 이 전쟁의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계 제 2차 대전이 끝나고 인류는 히틀러와 나치의 존재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않는 반 인륜 범죄자임을 확인했습니다. 일본의 변호사들이 아무리 변명을 해도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습니다. 이 전쟁은 끝나자 마자 독일의 뉘른베르크 재판과 동경에서의 동경재판을 통해 인류사적으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 이러한 악행은 용서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말 그대로 휴전상태로 잠들어 있을 뿐입니다. 이 휴전상태를 끝내고 말 그대로 ‘종전’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이 전쟁에 대해서 가장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과연 이 전쟁은 옳았을까요? 이 전쟁을 일으키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은 과연 정의로운 일이었을까요? 이 전쟁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순수한 민간인들은 끝까지 그저 희생자들로만 남아 있어야 할까요?

저는 이 자리를 빌어서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일 아직도 이 전쟁이 많은 해석과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가족들과의 오붓한 식탁을 빼앗긴 가장들이 수 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만은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년에 저희는 그 동안 모은 사료들을 1000쪽이 넘는 사료집으로 편찬하였고 또한 저희가 갖고 있는 전쟁 당시의 납북자들의 명단을 분석하여 의미 있는 통계를 내놓았습니다. 이 사료들과 통계는 한국전쟁 당시 이른바 납치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준비되었고 자행되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전쟁중에 작성하기 시작하여 전쟁 후까지 협상을 위해 작성한 납북자 명부를 취합한 96,013명을 분석해 보았을 때 그 중에서 88.2%에 달하는 84,659명이 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납치되었습니다. 그 중 98.9%인 93,938명이 남성이었고, 여성은 간호사 등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 중 84.6%가 16세부터 35세였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이 자료를 내놓고, 유력 신문을 통해 발표하자 북한은 불과 2주 후인 작년 9월 5일자 로동신문을 통해서 응답을 보내왔습니다. 이 신문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가장 귀중히 여기고 그것을 최상에서 보장해 주고 있는 우리 공화국에서는 애당초 ‘랍북자’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들은 ‘6.25 랍북자’란 남조선의 극우보수세력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잃고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극우보수세력이라면 이 세력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전한 사람들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남한에는 ‘극우보수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전쟁의 책임에 대해서도, 전쟁 납북자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할 수 없도록 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소위 정권을 획득한 주류세력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어찌하여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이런 지경에 처해 있는지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바로 이런 분들이 주장하는 ‘종전협정’ ‘평화협정’이라면 저희들은 원천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만났던 미국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6자회담의 큰 틀에서의 목표는 평화협정도 들어있지만 그것은 인권의 회복이라는 중요한 절차를 포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얘기가 저를 크게 안심시켜 준 것이 사실입니다.

유엔과 미국은 1953년 휴전협정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였습니다. 16개 참전국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유엔이라는 깃발을 걸고 이 정의롭지 못한 전쟁에 맞서기 위해서 젊은이들을 보냈습니다. 이 전쟁은 더 처절한 분단을 낳고 휴전상태에 들어갔지만 적어도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희생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휴전 당시 유엔도 미국도 완고하고 잔인한 북한으로부터 민간인 송환이라는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저희 납북자 가족들은 지금까지 가족들의 소식조차 듣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만일 이제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평화로 가기를 원하신다면 그 때의 실패를 만회하고 순진하고 무구하게 피해를 입었던 저희 납북자 가족들에게도 좋은 소식을 전해 주시기를 고대합니다.

저희는 북한이 납치를 시인하고 정직하게 사과하기를 바랍니다. 북한이 먼저 정직하게 사과하는 것이 이 문제 해결의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쟁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이미 돌아가셨다면 유해를, 아직 살아계시다면 의사에 따라 송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참으로 단순한 것인데, 무슨 이유로 이토록 오랫동안 이 문제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면 슬프고 참담한 일입니다.

제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다 꺼내서 전달해 드리기에 제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저희가 마련한 자료를 더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저희가 작년에 편찬한 사료집의 서문에서 그동안 저희가 해온 활동을 비교적 자세히 밝혀 두었습니다. 이 자료를 비치하고 있으니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설을 마치면서 끝으로 참석해 주신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북한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고 말하자는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굳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강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정권이 사람들을 굶어죽게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살 길을 제시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입니다. 그렇게 굶어죽어가는 사람들 중에는 저희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 체제에 반대하여 정치범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중에도 저희 가족들이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양심있는 여러분들이 힘을 합하여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제가 경험하는 것은 모두들 뭔가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정의롭고 선한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게 마련입니다. 저희들은 그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희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생사를 확인하는 일을 끝까지 완수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발굴한 자료 중에 1950년 가족회 대표들이 납북된 가족을 구출하러 평양에 갔을 때 납북자들이 수감되었던 평양형무소 내벽에서 발견한 글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자유여 그대는 불사조 / 우리는 조국의강산을 뒤에 두고
홍염만장(紅焰萬丈) 철의 장막 속 / 죽음의 지옥으로 끌려가노라
조국이여 UN이여 / 지옥으로 가는 우리를
구출하여 준다는 것은 / 우리의 신념이라

이 시는 제 마음에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내 조국과 유엔, 그리고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무고하게 북한으로 끌려간 분들의 소망과 꿈을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함께 해 주시고 도와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97 북한자유주간 납북자 이름 부르기[누락분]
관리자
10-04-27 2125
496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누..
관리자
10-05-18 2496
495 대통령께 드리는 서한2[누락분]
관리자
10-10-06 2178
494 대통령께 드리는 서한1[누락분]
관리자
09-12-29 1805
493 “옛날 얘기가 아닌 지금의 비극”-수잔 숄티 초청 연세대 발표[누락분]
관리자
09-10-06 2255
492 한국전쟁납북사건사료집 2권 발간사[누락분]
관리자
09-09-28 2218
491 NPC연설문-한국전쟁 납북자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누락분]
관리자
07-07-26 2207
490 한국전쟁납북사건사료집 1권 발간사[누락분]
관리자
06-09-28 2696
489 6.25납북자료화보집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발간
관리자
12-12-31 2261
488 전쟁납북자 가족들의 증언집 '사라져간 그들' 발간
관리자
12-12-10 1672
487 제3회 6.25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인사말씀
관리자
12-06-28 1449
486 미국하원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통과
관리자
11-12-13 1560
485 2차미국활동세미나계획서-워싱턴 DC 세미나 Proposal
관리자
11-10-06 2469
484 ‘한국전쟁 납북자 관련 결의안’ 지지 요청서
관리자
11-10-01 1639
483 제2회 6.25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인사말씀
관리자
11-07-27 1469
482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북한의 납치보고서 발표회 메세지
관리자
11-05-12 1621
481 결의안 1차 미국방문 ‘한국전쟁 납북자 결의안’ 에 관한 호소문
관리자
11-05-12 1504
480 제2회 북한자유주간 ‘납북자 이름 부르기’ <인사말씀>
관리자
11-04-27 1517
479 북한 정권의 허위 주장에 대한 가족회 최초 대북 반박 성명서
관리자
13-07-02 3562
478 한나라 인터뷰 - 김무성 원내대표
관리자
10-12-29 11031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