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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납북사건사료집 2권 발간사[누락분]
이름: 관리자
2009-09-28 14:50:23  |  조회: 2218
책머리에

실패에서 배우는 역사

2006년 9월 28일 한국전쟁납북사건사료집 제1권을 펴낸 지 근 3년 만에 다시 제2권을 내놓게 되었다.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 가능케 된 것에는 보이지 않는 위대한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고 믿고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제1권은 6.25전쟁 납북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사실적 자료들을 찾아 정리해서 엮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제2권에서는 8만 이상의 납북자들이 한 명도 송환되지 못하고 이 문제가 반세기 이상 덮여 잊혀지게 된 원인을 찾는데 도움이 될 만한 근거 자료가 대거 모아졌다고 본다.

물론 사건을 직간접으로 겪은 가족 지인들의 생생한 육성 증언은 이번 2권에서도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다. 사료집을 제작하는 사이에도 증언자들이 명(命)을 다하여 돌아가시는 상황이 왕왕 발생했는데, 우리의 증언 채록이 시간을 다투는 긴요 긴급한 작업이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불행한 삶을 살다간 분들이지만 그들이 남겨 놓은 증언록은 의미 있는 역사 기록으로서 길이 남을 것을 소망한다. 그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감사를 올려 드린다.

2006년에 펴낸 사료집 1권과 함께 이번에 펴내는 제2권은 이 문제를 역사 속에서 지워버리기를 원하는 어떤 종류의 ‘야만’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덮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아픈 역사가 지금껏 숨쉬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1권 책머리에서 ‘미래를 위한 기획’이라고 했던 자평은 이 2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인데, 특히 2권을 통해서 역사의 실패를 실패로 매듭짓지 말고, 인정하고, 문제를 깨달아 미래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두 번째 책에서는 더 절실하게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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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특기할 것은, 사료집 2권 제작을 촉발시킨 사건에 관해서다. 2007년 노무현 정권 말기 종전(終戰) 선언과 평화협정에 관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고위층 인사가 이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했을 뿐 아니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그 해 10월 북한을 방문할 때 판문점을 걸어서 건너가는 퍼포먼스를 통해서 이 같은 소망을 상징적으로 보기도 했다.

만일 역사의 시계바늘이 이제 휴전상태를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동안 묻혀졌던 납북 민간인 문제야 말로 평화협정에 즈음하여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07년 7월 26일 미국언론재단(National Press Club)에서 ‘평화협정의 선결요건이 전쟁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임에 대해 연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도우심이라고 본다.

미국 하원과 여러 정책연구소들을 방문하여 이에 관해 호소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감사한다. 특히 이 워싱턴 방문을 준비하고 통역과 안내도 도맡아서 분주히 일해준 국제팀장 차지윤 미국변호사에게 감사를 전한다. 연설문은 부록에 국문과 영문으로 전문을 수록했고, ‘평양형무소의 메모’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도 이 즈음에 쓴 것으로 역시 부록에 실었다.

우리의 연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북한은 우리민족끼리(2007년 8월 31일)와 같은 날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각각 ‘인간쓰레기들의 서푼짜리 광대놀음’ 과 ’랍북자결의안 미의회 상정 놀음은 정치적 도발’ 이라는 원색적인 반응을 보내왔다. 사료집 1권 편찬에 즈음하여 ‘용납할 수 없는 반공화국 모략소동’(2006년 9월 5일)이라는 논평을 내보낸 데 이어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신경질적으로 주시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사료집 2권 편찬 과정에서 가진 자료원의 KWARI 연구 프로젝트 포럼에서 ‘휴전체제의 전환과 전시 민간인 납북자’ (경북대 허만호 교수)라는 제목의 발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북한은 ‘대결미치광이들의 불순한 날조품’이라는 제목의 로동신문(2008년 10월 24일) 논평을 또 한 번 내놓았다.

6.25전쟁뿐 아니라 이 전쟁에서 북한이 저지른 민간인들에 대한 잔혹한 범죄가 이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아킬레스건인지를 확인시켜 주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뼈아픈 상처임을 일깨워 준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는 당사자로서 사죄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것 없이 부르는 한반도의 모든 평화의 노래가 허구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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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을 제작하면서 ‘제4의제 포로문제에 관한 휴전회담회의록’에서 납북된 남한민간인 송환과 관련된 협상내용을 일일이 찾아 발췌하고 소개하게 된 2부의 성과에 대해 뿌듯하고 흐뭇한 마음이 크다. 민간인 납치에 대한 유엔과 북한 양측의 발언은 당시 휴전회담에서 납북된 남한민간인의 송환이 실패하게 되는 과정을 소상하게 밝혀주고 있다. 협상에서 북한은 ‘억류 외국민간인 무조건 석방’ 카드를 사용하여 전쟁 중 남한민간인 납치범죄를 철저하게 은폐했고, 휴전이 시급했던 우리측 유엔대표는 남한민간인 납북 사실을 알고 우리 정부에 납북자 명단까지 요청해 소지하고 있었지만 정작 회담에서는 협상 결렬을 우려하여 ‘납북된 민간인’ 대신 ‘실향민간인(displaced civilians)이라는 용어만 사용함으로써 북한의 납치범죄를 묵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휴전회담 자체를 반대한 우리 정부는 회담에서의 발언권조차 없었던 것 등이 송환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이어 제3부에 실린 1950년대 납북관련 주요 신문 보도기사는 휴전회담에 걸었던 납북자 가족, 정부, 적십자사, 시민사회, 언론 등의 기대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2부와 3부를 나란히 놓고 보면 납북 남한민간인 송환을 놓고 벌어지는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듯하다. 거짓과 사기, 진실의 은폐, 허망한 기대와 같은 극적인 요소가 충분하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의 드라마가 아니라 결국 비극으로 종결된 ‘현실’이었다. 휴전회담에서 포로협상과 외국민간인 협상과는 달리 남한민간인 송환에 관한 의제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남쪽의 가족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실망감과 재앙과도 같은 비극을 초래했지만 이러한 실패에서 얻는 가르침을 통해 장차 이 문제를 해결할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난한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국내외 문서자료를 수록한 4부에 명부관련 자료와 1951년에 최초로 결성된 6.25사변피랍치인사가족회 활동 자료를 수록했다. 처음에 수록된 1963년 국방부에서 작성한 명부는 비록 일부지만 가장 최근에 작성된 의미 있는 명부다. 수 년간 이 명부의 존재를 알고 찾으려고 노력해 왔는데 그 결과 지난 7월 마침내 찾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또한 전쟁 중 납북자의 가족들이 공식적으로 단체를 결성하여 벌인 처절한 구출 활동이 뜻밖에도 국가기록원에 고스란히 기록으로 보관되어 있었다. 남겨진 아내와 부모들은 9.28서울 수복 직후 자체적으로 평양까지 조사대를 급파하고 납북자 명단을 작성하는 등 전쟁 중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1951년 9월 1일자 국회에 청원문을 제출하고 정부, 휴전회담 유엔대표, 국제적십자사 등에 납북된 가족의 송환을 눈물로 호소했으나 1950년대 후반부터 오히려 정부가 납북자 가족들에게 연좌제를 적용하여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초대 가족회는 활동을 중단하고 말았다.

초대 가족회의 뒤를 이어 2000년 재결성된 현재의 가족회 역시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2009년 전시 납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가 움직이게 된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께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2008년 12월 10일 대표 발의해 주신 데 대하여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납북 피해자들과 함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송영진 김문수 전여옥 의원 등이 앞서 애써 주신 바 있고, 박선영 의원 또한 열정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법률안을 제출해 주셨다. 부록에 김무성 의원의 법률안을 수록했다.

추가 발굴된 문서자료들 중 명부관련 자료는 이기동 박사(동국대학교 명예교수)의 도움으로 서울 서대문에 있는 한국연구원에 소장돼 있는 원본을 찾아내어 필요 부분을 영인하여 실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이기동 교수와 한국연구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해외문서 자료는 조카 박혜원이 외교정책자료실에서 찾아낸 성과물이다. 나의 가족들 대부분이 해외에 살고 있어 이 일에 지원이 적었던 것이 늘 아쉬웠는데 홀연히 한국으로 나와 도와준 혜원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제4의제 휴전회담 회의록에서 납북된 민간인 송환문제와 관련된 발췌문을 사료집 제2권에서 싣기까지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먼저 영문 번역에 직접 도움을 준 가족회 최광석 운영위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이상호, 성지연 미국변호사가 바쁜 중에도 남북한관계사료집 5권에 수록된 원문에서 중요한 발언들을 발췌 요약해 주어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또한 이번 사료집이 나올 수 있도록 자료수집, 영상자료 녹취, 그래픽 디자인 등 여러 가지 일에 함께 해준 류현수, 김유, 송강민, 강윤희, 송수연, 최미정 인턴의 도움 또한 소중하다. 1부 영상 촬영 작업은 윤지혜 기사가 담당했고, 증언 녹취 작업을 총괄한 김진이 연구원은 사료집 2권 출판과정에서도 자료들을 꼼꼼히 챙겨 주었으며, 가족회 이석유 실장 또한 발간 관련 사무를 보는 등 모두 오랜 기간 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1권에 이어 2권 역시 맡아 편집하고 엮어준 ANND의 정선희 실장께도 감사를 전한다.

사료집 1권을 발간할 때도 처음부터 전 과정을 이끈 김미영 연구실장은 이번 2권의 발간 때도 변함없이 사명감을 갖고 헌신하였다. 귀한 동역자를 보내 주시어 이 일을 하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며 사료집 발간에 도움을 주신 우리 가족회 여러분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께 축복과 감사를 전한다.

이제 많이들 타계하셨겠지만 “영원히 잊지 않고 사랑한다”는 고백을 담아 납북되어 고통당한 북한의 가족들께 이 책을 헌정해 드린다.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 이미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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