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시대 상황

<전쟁 직후 어수선한 가운데 피난길에 올랐으나, 한강 다리가 끊어지는 바람에 남쪽으로 가지 못하고 다시 청량리동 자택에 거주>

A(김복남) : 그때 제가 셋째 애를 8월 7일에 낳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더 피난을 못 갔었지요. 그래서 집에 있었고 조카아이들은 우리 집 다락에 숨어 있었어요. 우리가 조금만 북한사정을 알고 있었으면 피난을 갔을 텐데 그 땐 별로 그러지 못해서 맘을 놓고 애들만 보고 있었죠. 그런데 6.25 그 날은 아침에 포천 쪽에서 사람들이 막 맨발로 뛰어나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도 피난 가자며 짐을 간단히 꾸렸어요. 저녁4시쯤 할머니가 애를 업고 저는 해산 도구를, 애 아빠(피랍자)는 먹을 것을 가방에 넣어서 나갔는데 남영동 가는 데에서 길을 막고 안심하고 돌아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거기서 돌아갈 데가 없으니까 원효로 쪽으로 돌아갔어요. 원효로 쪽으로 돌아 가다가 친구 집에 하루 머물렀어요. 해가 저물어서 자는데 새벽 3시 반인가 한강 다리 끊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이 후엔 한강다리가 끊겨서 건너갈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다시 마포로 해서 집으로 청량리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와서는 집이 이렇게 편한데 우리가 어딜 가느냐고. 그래서 우리 집이 피난처라고 그렇게 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 놈들이)와서는….

A(이미일) : 더 구체적인 상황은 제가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어머니가 한강 다리까지 가셨대요. 남영동이라고 얘기하시는데, 거기서 그때 다 군인들이 가로막고 못 가게 하고 전차들, 군 장비들 내려 보내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 안심하고 서울을 지킬 테니까 집에서 기다려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 부분을 제가 더 보완해서 얘기하고 싶어요.

납북 경위

<1950년 9월 4일 정치보위부 유소위가 집으로 찾아와 납북자 이성환씨가 서북 청년단에 기부를 했다는 이유로 더욱 조사할 것이 있다며 인근 내무서로 연행, 그날 밤 본서 곧 정치 보위부로 데려감 / 이성환씨 납치 전 6.25전쟁 후 얼마 되지 않아 납북자의 처가 어른인 소아과 박사 이성봉 박사가 북한으로 납치되었음>

A(김복남) : 그럼. 9월 4일날, 정치 보위부 ‘유소위’라는 사람이 찾아왔어요. 찾아와서 남편 을 나오라고 했어요. 나는 뒷 쪽에 있는 남편에게 밀면서 나오지 말라고 그랬는데, 남편이 ‘괜찮아’ 그러면서 마당에 나와서는 그 사람을 맞이해서 마루에 앉아서 얘기를 했어요. 처음엔 ‘언제 남한에 왔느냐’고 물어봤어요. 우리가 평북이 고향이거든요. ‘日政 때부터 와서 살았다’고 하니까 한참 있더니 ‘서북청년단에 기부 많이 했죠?’ 그러더라고요. 저희는 공장을 했는데 <서북청년단 분단>이라고 간판을 써 붙였거든요. 그러니까 ‘서북청년단에 기부 많이 했죠?’한 거죠. 남편이 ‘기부는 많이 못했다고. 우리가 이북에서 내려왔으니까 그렇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서 조금 했다’고 하니까 ‘조금은 왜 했냐?’고 소리를 버럭 지르더라구요.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또 물어볼게 있는지 지서로 가자고 했고, 그래서 남편이 같이 지서로 갔어요. 지서로 가서는 몇 가지 물어보고 금방 내보낼 줄 알았는데 안 내보내줬어요. 그렇게 저녁이 되고, 나는 저녁밥을 해놓고서는 어린애를 업고 지서 앞에 가서 서성거렸죠. 그런데 그때까지 얘기를 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는 날이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때 지서에서 둘이 같이 나와요. 끝났다 보다 해서 앞에 가서 있으니까 “본서로 간다”며 “아마 낼은 나올거야” 했어요. 그러니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뻔히 바라다보고 있는데 전차를 타고 동대문 쪽으로 들어갔어요. 유소위란 사람은 키가 조그마하고 눈이 쌍꺼풀이 지고 함경도 사투리를 썼어요. (인상이) 아주 못 쓸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어요.

Q: 그 당시 다른 가족들도 납치되지 않았나요?
A (김복남) : 우리 큰 아버지(피랍자의 처가 어른)가 납치됐었어요. 우리 큰 아버지는 6.25사변 때 피난을 갔어요. 온양에 친척이 있어서 충청도 온양으로. 그런데 온양 갔다가 식구가 많으니까 너무 고생스러워서 다시 올라오셨어. 이성봉 박사라고 그 분은 동네에서 소아과 박사로 유명하셨거든요, 그런데 평소 알던 사람이 월북을 해서는 이성봉박사를 모셔오라고 한거야. 그래서 대뜸 ‘가십시다’ 하면서 큰아버지를 모셔갔어요. 그래서. 그냥 큰아버지만 걱정하면서 ‘우리는 걸릴게 없다’ 하고 있었는데 9월 4일날 막판에 와서 (남편을)데려간 거죠. 야단도 안 쳤었고 해서 그냥 살살 따라갔어요.

Q: 그러니까 유인한 거네요. 일종의. 이분이 가실 때는 납치라는걸 전혀 생각도 못하구요?
A(김복남) : 전혀 생각도 못했죠.

납치이유

<북한 출신임에도 월남했다는 사실 및 서북 청년단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연행>

A(김복남) : (서북)청년단에 기부 많이 했다고. 사상이 철저하지 않으니까 기부했지 않았냐고 소리를 질리고서는 데리고 갔어요.

Q: 기본적으로 서북청년단에 기부했던걸 가지고 아마 그걸 범죄시 한 건가요?
A(김복남): 네. 그럼요. 그리고 북한에서 내려왔으니까 日政때 부터 와서 공부하고 그랬으니까.

Q: 어머니 생각하기에는 북한에 가서 일을 시키려고 데려간 건 아니고 서북청년단에 부역을 했기 때문에 처벌하기 위해 모시는 걸로 생각 한 거죠?
A(김복남) : 그런 줄 알았죠. 그렇게 밖엔 생각이 들지 않았죠. 북한에서 내려온 건 日政때 내려 온 거고 진짜 걸릴게 없다 생각해서 집에 있었던 거죠.

Q: 북한에서 내려온 게 북에서 문제가 됐나요?
A(김복남) : 북한에서 언제 남하했냐고 그래요.

Q: 그 당시에 유소위가 북한에서 여기에 온 게 문제가 됐다고 생각했나 보죠?
A(김복남) : 그런 모양이에요.

납치 후 소식

<없음>

A(김복남) : (소식은) 없었어요. 그래서는 그 정치 보위부로 그러니까 ‘본서로 간다’는 소리는 정치 보위부 간다는 소리에요. 정치보위부가 日政 때 국립도서관 자리에 있었거든요. 며칠이 지나도 안 오니까 거기 가서 면회하려고 했는데 삼엄하게 경비하면서 ‘안 된다’고 ‘안전한데 옮겼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만 했어요. 그 다음은 통 무소식이예요.
(애 아빠가) 안 계시니까 그리움이야 말할 수 없죠. 매일 밤 울고서는 오늘 올까 내일 올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9.28 됐어요. 9월 초 나흩날 잡혀갔는데, 9.28이 오니까 너무 기가 막히더라구요. 그 때부터는 시체를 찾으러 다녔죠. 동대문경찰서엘 가보니 경찰관은 하나도 없고 시체만 넘어져 있어요. 부역한 이 쪽 사람들을 전부 쏴 죽였더라구요. 그런데 정치 보위부 가서도 아무 소식이 없고, 서대문 경찰서가 가서도 아무 소식도 들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집에 돌아와서 그냥 목놓아 울기만 했죠. 뭐..

납치 후 남은 가족의 생활은?

<남쪽으로 피난을 갔다가 서울로 올라와 당시 산부인과 의사였던 아내 김복남씨가 시댁 어른을 마음으로 의지하며 자녀 셋을 양육함. 둘째 딸이 전쟁 통에 얻은 병으로 장애를 겪게 되었으나 다행히 모두 자립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음>

Q: 이후 피난은 하셨나요?

A(김복남) : 1.4 후퇴가 닥쳤어요 처음엔 소식을 듣겠다고 피난 안가고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작정이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일단 살고 봐야 할게 아니냐고 해서, 그냥 울면서 피난 간 거죠. 다 같이 갔어요. 시아버지, 시어머니 모시고 애 셋 데리고. 처음에 대구로 갔다가 부산으로 갔죠. 그런데 그때부터 애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첨엔 ‘만일 애 아빠 죽었으면 결국 우리도 다 죽을 건데’ 하면서 아픈 것도 별로 걱정도 안 하다가, 나중에는 ‘그래도 안되겠다. 애 아빠 오면은 건강한 아이를 보여줘야겠다’ 하면서 그 다음엔 병원 다니기 시작했어요. 병원을 밤새 찾아 다니고 기부스를 하고 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어요. 결국 서울 수복 돼 와서야 애가 7살 때 부천 가서 수술을 한 거죠. 아픈 거는 좀 멈췄는데 그래도 뼈의 병이 그대로 진행돼 장애가 됐어요. 다행히 공부를 잘 해서 학교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 대견하죠.

A(이미일): 우리 할아버지가 같이 계시면서 어머니한테 그래도 많이 힘이 되셨어요. 이를 테면 어머니가 죽어버리겠다고 식음을 전폐하고 밤에 잠을 못 주무시고 그랬어요. 어머니가 지금은 풍채가 좋으시지만 예전에는 무지 말랐었대요. 그 때 생각하면 ‘그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고, 견뎌내실 수 있었던 게 모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나 싶어요

연좌제 피해

<감시는 있었으나 특별한 피해는 없었음>

A(이미일): 저희는 없었어요. 그런데 어머니의 경우는 가끔 형사들이 왔다는 얘기들은 해요. 형사들이 와서 혹시 잡혀간 남편이 갑자기 나타나면 곧바로 신고해라. 감시는 받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혹시 돌아오나. 그런 거에 대해서

호적 정리

<행방불명으로 정리>

정부의 노력

<없었음>

Q: 신고는?
A(김복남): 1.4후퇴 후에 수복되어 가지고 와서, 그것도 우리 납치인 가족들이 모여서 신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적십자사에서도 ‘신고를 하라’ 해서 했죠.
Q: 정부에서 도움은?

A(김복남): 아무 도움도 없었어요. ‘아무데나 가면(없으면) 납치됐다 그러냐?’ 면서 덤덤하게 애기 하기나 했지. 어느 누구 하나 동정을 하거나 찾아주겠다느니 한 마디도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가족회로 모여서 정부에 얘기하고 적십자사에 얘기하고 그랬죠. 그때만해도 정당들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명인사들이 다 잡혀가서 자기들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막막한 상황에서 정전 위원회 대표들을 모셔다가 식사도 대접하고 미군 대표들도 한번인가 모셔다가 대접하고도 했어요. 맨날 모여 앉아서 이 문제를 ‘언제나 얘기 할까’ ‘어디다가 얘기하면 좋을까’ 고민했으니까요.

Q: 국제사회에도 호소하지 않으셨어요?

A(김복남): 국제사회에다가 얘기 하려고 해도 누가 얘기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때 임병직 미국 대사 양반한테 호소문도 보내고 궐기 대회도 하고 그랬죠. 주요한씨, 정일용씨께 부탁해서 영어로 호소문도 작성하고 그랬죠

정부에게 바라는 점

<납북자 생사확인 및 유골송환, 인권 문제 해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납북자 문제 해결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줄 것>

A(김복남): 앞으로 나이도 많고 하니까 생사확인이나 해줬으면 좋겠어요. 생사확인 해서 남편이 어디서 어떻게 잘못 됐는지 그거라도 알고 그 시체라도 찾아서 우리가 간직했으면….

A(이미일): 우리 정부나 사회가 지금 선진국이 됐다 하지만 개인의 인권을 소중함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게 참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정부는 ‘만약 나의 아버지가 그렇게 잡혀가서 55년간 소식도 모른다. 내 아버지가 그렇다면 자기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일에 대해서 그냥 가만히 침묵하고만 있을 것인가. 안 그렇다면 내 아버지의 억울한 비 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해 말하면서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그분을 우리 곁으로 모셔오기 위해서 무슨 일인가를 해야 되지 않겠는가’를 생각하고, 우리(가족회)가 이야기 할 때 우리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같이 동감해주면 상당히 힘이 될 것 같다는 것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고요. 나라는 정부는 국민을 대표하고, 보호하는 책임이 동시에 있는 건데 너무나 그 문제에 있어서 소극적으로 대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이 활동을 처음에 할 때는 정부 탓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정부도 사 나와 같은 사람이 모여서 이 나라를 구성한 것이니까 정부의 탓만 하고 앉아 있지 않겠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나만이라도 이 일을 계속 추진해 간다면 정부도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하구요. 정부를 원망하거나 그러고 싶지도 않고 당사자인 내가 가만히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나서서 얘기를 하고 활동을 하고 자료를 모으고 작업을 시작했어요.

피랍자에게 전하는 말
A(김복남): 얼마나 고생했소. 이럴 줄 정말 몰랐소. 그래도 난 아이들 데리고 살았는데. 그 험악한 정치하에서 이때까지 살아 있다면 얼마나 고생했을까? 할말이 진짜 없어요. 기막히고, 원통하고
A(이미일): 아버지 정말 보고 싶었구요. 정말로 사랑하구요, 정말로 존경해요. 나한테 이렇게 이쁜 이름을 지어주시고 저를 사랑해주신 아버지. 비록 이렇게 긴 세월 아버지하고 같이 지내지 못했지만 항상 아버지의 사랑이 내 가슴속에 흐르고 있어요. 아버지와 같이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내면서 정말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가족회 활동

Q: 6.25납북자 가족회 일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A(이미일): 어머니가 갑자기 건강이 약해지셔서, 갑자기 말씀도 잘 안 하시고, 걷는 걸음걸이도 힘들어지시고 하는 걸 보면서, 더 이상 아버지를 늦게 만난다면 어머니가 못 알아보실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적십자사에 호소하고, 통일부에 호소하고, 전쟁 납북자들의 생사확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우리 아버지 케이스만 얘기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신문에서는 전후 납북자만 나오면서 납북자는 모두 400여명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정말로 그때 소외되고 비참하더라고요. 그 수만명의 전쟁 납북자가 어디로 가고 납북자가 400여명이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말이에요 처음엔 나는 별 능력이 없고 평범한 소시민이니까 누군가가 내 대신 해 소시민이니까 누가 정말 능력있는 유능하신 분들의 자제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어요. 그런데 계속 1년 정도 전쟁 납북자 단어 하나도 안 나오더라구요. ‘그래서는 안되겠다. 내 가족얘기니까 내 일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시작을 하게 됐어요.

Q : 일을 하시면서 다른 가족들 사연을 많이 들으셨잖아요. 회장님 가족 사연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지?
A(이미일): 우리는 그래도 납치된 가족치고는 경제적이나 주변여건들이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때로는 다른 가정의 얘길 들어보면 많이 박해, 범죄 행위 같은 때리거나, 잡아가서 문초한다거나 하는 일도 있었고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잡혀간 경우엔 아들은 나왔고 아버지는 못 나오고 거기에서 심한 구타나 고문을 당했던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후에 우리나라 정부에 의해서 연좌제. 즉 취업이 안되거나 해외를 못 나간다거나, 승진에 문제가 있다던가, 정보에 접근을 할 수 없던가 하는 불이익을 받은 아들들이 많았더라구요. 아들이나 동생, 남자들의 경우가 특히 많았구요. 여자들은 간혹 있구요. 제가 몰랐던 건 그거였어요. 연좌제로 인해서 피해 받은 가정들이 많다. 그리고 잡혀간 상황도 강제로 연행된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북한에 대해 나쁘게 연행하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도망을 가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거 이런 것들이에요.
요새 가족회 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전쟁이 났다 그러면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지 말고 가족 다 필요 없고 일단 아무도 모른 곳으로 피신을 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할 일이다’ 면서 때론 웃기도 해요. 저희 가족들이.

Q : 지금까지 발굴한 문서나 자료는 어떤 것이고, 이를 통해서 아버님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었나요?
A(이미일): 문서나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도 없었구요. 단지 명부. 저희 명부를 발견한 게 큰 계기였는데요. 적십자에 신고된 명부는 전부터 계속 사람들한테 알려져 왔고 이용이 되어져 왔어요. 예를 들어 적십자사에서 납치 확인서를 떼어 가긴 했지만 공식적인 정부 명부는 없었거든요. 가족회 신고로 작성된 것 말고, 정부가 객관적으로 납치되었다고 판단해서 기록된 명부는 없었는데. 그것을 발견하고 저희 아버지의 이름을 찾았는데. 정말 그게 가슴 벅차고 마치 살아오신 것 같은 아버지가 내 곁에 오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Q : 몇 년도에 작성된 것인가요?
A(이미일): 1952년도에 작성된 명부에요. 대한민국 정부에서 작성한 것이 82,959명이거든요. 인적 사항이 비교적 자세하게 적혀 있었는데, 단지 유감인 것은 납치 사유가 없는 것이 아쉬워요. 너무나 자료가 방대하다 보니까 그랬나 본데 그래서 저는 이런 증언채록 자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