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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6·25전쟁납북자 기념관 개관식_편지낭독_최영재
이름: 관리자
2017-11-30 17:30:08  |  조회: 835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최영재

 

아버지가 저와 생이별할 때 연세가 마흔이셨습니다. 저는 네 살이었죠. 그 어린 아들은 일흔 한 살 노인이 되었는데 아버지 연세는 아직도 그대로 마흔이시니 뒤바뀐 부자간의 나이가 오늘따라 슬프기만 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참 기쁜 날입니다.

오랜 세월 허공을 배회하시던 아버지의 한 서린 넋을 이처럼 아름다운 집에 모시게 되었으니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이젠 아버지 생신이나 명절날 임진각 철조망 밑바닥에 엎드려 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버지께서도 절 받으시려고 가시 철망길 걸어오시느라 발 다치지 않으셔도 되니 감사할 일입니다.

그 누구도 우리의 아픔을 위로해 주지 않던 야속한 긴 세월이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누굴 원망하거나 넋두리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이렇게 늦게나마 아버지도 당당한 국민 대접을 받으셨으니 서운했던 것 다 잊고 오래된 깊은 상처, 아물리도록 애쓰겠습니다.

아버지.

이 기념비적인 새 집에 아버지의 손길과 눈길이 머문 유품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오랜만에 보시는 반가운 물품들 매일 어루만져 주세요. 헤어지던 날 이후 차가웠던 이 물품들에 아버지의 온기가 다시 스며들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를 그리워할 때 마다 긴 세월 투병 중인 한 시인이 쓴 싯귀가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때가 되면 슬픔도 얌전한 그리움이 되네.’ (문대남, ‘나무 앞에서’)

참혹한 고통을 오래 겪은 사람이라면 금방 공감되는 싯귀입니다.

저의 길고 긴 슬픔도 이제는 먼 산 노을 같은 그리움으로 바꾸도록 마음 가누려 합니다.

그리운 아버지.

제가 혹 남달리 조금이나마 인간애를 지니고 산다면 그건 비록 4년 동안이었지만 아버지의 품에 안겨 지낸 사랑의 세월에서 비롯된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이제 이곳에 와서 아버지의 따뜻한 체온을 다시 체감하면서 언제라도 달려와 아버지를 마음껏 끌어안고 마음껏 울겠습니다.

그리운 아버지. 앞으로 꼭 한 달만 지나면 또 그리움의 햇수가 한 번 더 속절없이 더해지는군요. 두서없이 쓴 어린 아들의 어지러운 졸필을 이만 거둡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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