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16. 채록
061016B 오 원 택 (吳 元 擇)

피랍인
생년월일: 1898년 8월 15일
출생지: 경남 산천군 옥동
당시 주소: 경남 산천군 차황면
피랍일: 1950년 7월 20일 경
피랍장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1가 9(대한금융조합연합회 사택 17호 조우동씨댁)
직업: 양조업, 농업(前 산청군 차황면장)
학력/경력: 중학 중퇴, 절에서 한학을 공부
직계/부양가족: 배우자, 8남매
외모/성격: 작은 체구, 날카롭고 정의감에 불타는 성격

증언자
성명: 오한표(1928년생)
관계: 장남
증언 성격: 간접증언
특이사항 (납치주체/상황/원인)
-1950년 7월 20일경 사업차 상경하여 대한금융조합연합회 사택인 조우동씨의 집에 투숙하던 중 서울로 상경한 좌익들의 밀고로 인민군 복장을 한 군인 셋이 찾아와 연행해 간 뒤 소식 없음.
-재당숙인 오명진씨와 함께 피랍됐으며, 이 분들은 1919년 3.1운동 당시 산청의거를 주동하여 검거되어 옥고를 치른 바 있음.

증언자 요청사항
(對정부) 피랍인 생사확인 및 유해 송환, 유족 생활 보상

“전혀 좌익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늘 집에 불을 지르고. 아버지는 면에서는 제 1인자로, 같이 잡혀갔던 오명진씨가 구내에서는 제 1인자로 숙질간에 힘을 합쳐 대한민국 수립에 이바지한 게 큽니다”

“가정 형편은 형편이 없었죠. 아버지가 8남매를 두셨는데, 작년에 동생이 죽고 지금 7남매가 남아있죠. 우리가 하도 어릴 때 아버지가 잡혀가셨기 때문에 가족 모두 공부도 제대로 못했어요. 하나도 대학 나온 사람 없이. 그 때는 시골에 살면 '우익이다' '민족진영이다' 해서 밤이면 빨갱이라는 공비들이 내려와서 불을 지르고 사람을 해치려고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나라를 위해 죽겠다고 해서 우리 4형제가 전부 군대에 다 갔어요. 저는 육군에 가고 바로 동생은 해군에 가서 대령까지 지냈어요. 그리고 그 밑에는 해군, 또 그 밑에는 공군을 가서 육해공군 갈라서 차례로 가서 지금 제대군인 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국가에서 해도 해도 너무하죠. 이런 법은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물어보기는커녕 미행을 해서 참 애 먹었습니다. 자진해서 월북한 거 아니냐? 그걸 납북이라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고 형사들이 늘 따라다니고.”


○ 직업 및 활동

<독립운동을 하다 8개월 옥고를 치름. 미군정시대 산천군에서 면장을 했음. 그 외 양조업, 농업 등을 하다가 전쟁이 나던 해 사업 차 상경했다가 주변의 밀고로 납북됨>

문_ 아버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답_ 아버님은 19세살 나이로 3.1운동 만세운동을 하다가 8개월 징역을 산 것을 시초로 말하자면 시골에서 애국지사죠. 대한민국 수립에도 적극 협조를 했고. 관직은 해방 후 미군정시대에 시골면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면장을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가셨을 때 시골 좌익분자들이 서울에 가서 숨어 있다가 (아버지를 보고) 밀고를 했나 봐요. 그 바람에 납치되셨습니다.

문_ 양조업도 하셨던 걸로 기록돼 있는데?
답_ (처음엔) 아버지가 왜정시대 산천군 신등면에 (면장으로) 부임돼 갔는데, 왜정 때 감투는 별로 달갑지 않다고 하지 않고, 거기서 30리 정도 떨어진 차황면으로 가서 농사 겸 양조장을 경영하다 해방(광복 또는 독립)이 됐는데, 독립이 해방되자마자 이내 미군정에서 '당신은 왜정 시대 면장을 했는데, 해방독립 이 후 당신네 나라 면 행정을 봐 줄 수 없느냐?' 해서 차황면장을 한 거죠. 양조업도 하고 농사도 짓고 했으니 겸업이었어요.

○ 납북 경위

<1950년 7월 20일경 사업차 상경하여 대한금융조합연합회 사택인 조우동씨의 집에 투숙하던 중 서울로 상경한 좌익들이 밀고로 인민군 복장을 한 군인 셋이 찾아와 연행해 간 뒤 소식 없음, 재당숙인 오명진씨와 함께 피랍됐으며, 이 분들은 1919년 3.1운동 당시 산청의거를 주동하여 검거되어 옥고를 치른 바 있음>

문_ 어떻게 납북이 되셨는지?
답_ 6.25전쟁이 나기 1년 정도 전에 면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가셨어요. 그 때 조문제라는 분이 아버님의 처남 뻘 되는데 함께 일을 좀 해보려고 하셨대요. 그래서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대한금융조합 부장으로 있던 조문제씨 집에서 장기유숙을 하고 있다가, 결국 납치가 됐어요. 한 곳에 오래 머무르니까 시골에서 도피했던 좌익분자들이 알고 밀고를 한거죠.

문_ 왜 피난하지 않았는지?
답_ 6.25나고 서울에서 피난을 내려오셔야 되는데 하도 애국심도 강하고, 국군을 믿었기 때문에 방송에 조금만 참으면 수복이 된다는 말을 믿고 피난 오시지 않은 거죠. 그러다 한강다리가 끊어져 피난도 오지도 못하고 거기서 숨어 살다가 그렇게 되신 거죠.

문_ 다른 가족들은?
답_ 혼자 가셨기 때문에 가족은 전부 시골에 있었죠.

문_ 납북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데?
답_ 조우동씨라고. 지금도 살아계신데 이병철씨 왼팔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고, 왜정 때 공부도 많이 하신 분인데, (아버님이)그 분 댁에서 거처를 하고 있었는데, 누가 밀고를 했는지, 아니 밀고가 틀림없는 게 사실 누구인지도 대충 알고 있습니다만 그 분이 지금 살아있지도 않으니 됐고. 인민군 복장을 한 군인 셋이 (아버지가) 거기 있는 것을 알고 잡아갔는데, 마침 당시 아버지의 아버지뻘 되는 오명진씨란 분과 같이 잡혀 갔어요. 그 분도 삼일운동에 가담했고, 산청군유지로 도평의원까지 한 훌륭한 분입니다. 그런데 왜정시대 일본에 협력했다고 친일파로 몰려서 결국 국회의원은 못했지요. 그 후에 이승만 대통령이 포섭해서 일정시대 경찰한 분이라든가 관계있던 분들도 채용을 해서 대한독립촉성국민회라고 하나 그것을 만들어 단독 정부를 수립하셨죠. 거기에 적극 협력한 분들입니다.

문_ 밀고 했다는 분을 아는지?
답_ 밀고를 하했지 않았다으면, 서울 같은 넓은 바닥에서 시골의 인사가 숨어 있는 집에까지 찾아와서 잡아갈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 밀고라고 하는데, 사업상 라이벌로 있다가 해방되니까 한 쪽이 우익하면 나는 좌익 한다는 식으로 갈라져 결국은 못 배겨 서울로 간 거죠. 젊은 사람들은 산으로 가서 빨치산이 되기도 했하지만 아버지는 가족이 있으니 산으로 못 가니 사람 많은데 가면 못 찾는다고 서울로 도망을 간 거죠. 그래도 산청이면 산청, 진양이면 진양 한 고향 사람들이 만나면 서울에 와 있는 사람을 파악해서 밀고한 거죠. 추정이 되는 사람이 있지만 실명은 밝히기가 곤란하네요.



○ 납치 이유

답_ 자기네들하고는 전혀 다른 사상, 반동분자라고. 자본주의 잔재 색채가 농후한 인물이라고 잡아 간 거죠. 아버지는 납치 당시 쉰 세 살로 나이가 많으셨어요. 젊은 분들은 납북해 유용하게 사용하려고 했는지 몰라도 아버지는 벌써 연세가 쉰 셋 이셨으니 단지 살해 목적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남은 가족의 생활은?

<배우자와 8남매가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제대로 공부할 수도 없었음. 자녀 4형제가 모두 국군에 입대하여 생활했고, 배우자는 평생 납북된 남편을 그리워하다 1975년 사망함>

문_ 가정 형편은 어땠나요?
답_ 가정 형편은 형편이 없었죠. 아버지가 8남매를 두셨는데, 작년에 동생이 죽고 지금 7남매가 남아있죠. 우리가 하도 어릴 때 아버지가 잡혀가셨기 때문에 가족 모두 공부도 제대로 못했어요. 하나도 대학 나온 사람 없이, 형편이 없었어요. 제가 길에 나가서 공장 생활도 하고 했죠. 저는 군대에 입대를 했었는데 상이군인이라 현재는 보상금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제가 봉양하고 살다가 78살쯤에 돌아가셨어요.

문_ 어머니는 어떠셨나요?
답_ 어머니가 (아버님을 그리워한 것은) 말할 것도 없어요. 어머니 18번 노래가 '미아리 고개'인데 (흐느낌). (아버지가) 미아리 고개로 넘어간 그걸 생각해서 늘 그 노래를 부르곤 했어요. (눈물)

문_ 다른 형제들은?
답_ 시골에 살면 '우익이다' '민족진영이다' 해서 밤이면 빨갱이라는 공비들이 내려와서 불을 지르고 사람을 해치려고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나라를 위해 죽겠다고 해서 우리 4형제가 전부 군대에 다 갔어요. 저는 육군에 가고 바로 동생은 해군에 가서 대령까지 지냈어요. 그리고 그 밑에는 해군, 또 그 밑에는 공군을 가서 육해공군 갈라서 차례로 가서 지금 제대군인 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두 살 아래 동생은 작년에 폐암으로 세상을 떴어요.

그리고 제가 좀 아팠어요. 당시는 폐병이 걸리면 거의 다 죽었거든요. 제가 폐가 나빠 그 몸으로 열 식구를 이끌고 살아가려니 병도 잘 안 낫고 약도 잘 못 쓰고 그랬어요. 다행이 그 당시 스트렙토마이신이라고 폐결핵 약이 발명됐어요. 군병원을 통해 미군들이 시효가 넘었다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주워 파는 사람에게 약을 구해 주사를 맞았어요. 그러다 이내 파스라는 약이 나오고 기복이니 기흉흥이니 치료법이 개발됐을 때 제가 시험대에 올라 겨우 나았어요. 스무 살 즈음에 병이 걸려 10년 동안 치료하다가 나았는데 지금 만 77세까지 병이 안 도지는 걸 보면 과학의 힘이에요. 지금은 폐결핵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옛날에는 굉장히 무서운 병이었어요.



○ 정부의 노력

<없었음>

문_ 신고는 하셨나요?
답_ 신고를 해서 명단에 올라가 있죠.

문_ 찾으려는 노력은?
답_ 노력을 할 재간이 없죠. 잡혀간 거 뻔하고, 그놈들이 잡아갈 때는 살해하거나 이북으로 납북하려고 잡아간 거니 알래야 알 수도 없고, 먹고 살기 바빠 아무것도 손쓸 형편도 못됐어요. 그러던 중 회장님이 납북자 가족 협회를 조직하신다 해서 제가 올라가서 처음부터 참여를 했죠.

문_ 정부의 지원이나 노력은?
답_ 국가에서 해도 해도 너무하죠. 이런 법은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물어보기는커녕 미행을 해서 참 애 먹었습니다. 자진해서 월북한 거 아니냐? 그걸 납북이라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고 형사들이 늘 따라다니고. 다행히 6촌 처남이 경찰이라서 그 분이 많이 도움을 주셔서 잡혀가지는 않았어요.

문_ 독립운동도 하셨는데 유공자 지정이 안 되셨는지?
답_ 독립 운동을 한 분들은 왜놈들이 요시찰 인물이라 해서 그 행동을 늘 주시하거든요. 그러니 가족들이 생기면 자연히 가족을 보호해야 해서 본의 아니게 일본 정부에 협조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저희 아버지도 젊을 때는 3.1운동에 참여하고 징역까지 살았지만, 연세가 들고 가족을 가지고는 왜놈들의 탄압이 심해지니 겉으로는 협력하는 척하면서 면장하라면 하며 협조를 한 거죠. 지금도 아버지가 왜정시대 면장만 안했으면 애국지사로서 대통령 표창감은 돼요.
왜정시대 공무원은 지금과는 다릅니다. 특히 면장은 명예직으로서 그 지방의 인품이 훌륭하다고 존경받는 분은 일본말을 할 수 있건 없건, 실력이 있건 없건 일종의 추대형식으로 면장을 임명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공무원은 완전 공무원 아닙니까? 그런데도 과거 일본에 협조했다 해서 명예직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을 인정을 안 해 주는 거죠.



○ 연좌제 피해

<미행 및 월북을 의심하며 종종 물어옴>

답_ 크게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미행을 하고, 심심하면 오라고 해서 '납북된 것이 사실이냐? 자진 입북 아니냐?' 이런 식으로 묻고.

문_ 아버님이 사상적으로 어땠는지?
답_ 전혀 좌익하고는 (관계가 없어).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늘 집에 불을 지르고. (아버지는) 면에서는 제 1인자로, 오명진씨가 구내에서는 제 1인자로 숙질간에 힘을 합쳐 대한민국 수립에 이바지한 게 큽니다. 그 당시 혼돈 시기에 친일파니 뭐니 이런 소리 들어가며 단독정부를 반대하는 이들에 대항해 이승만씨를 적극 지지하던 분들입니다.



○ 호적정리

<1975년 납북자의 부인 별세 처리 중 함께 사망 신고 함>



○ 정부에 바라는 말

<피랍인 생사확인 및 유해 송환, 유족 생활 보상>

답_ 첫째는 납북된 사람의 가족에 좀 더 관심을 가져서 살아계신 분은 모셔 와야 되고,. 돌아가신 분은 시체라도, 유골이라도 모셔 와야 됩니다. 그것을 위해 통일부랄까 관계 부처당국에서 좀 더 열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은 보상차원에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봐요.


문_ 그리고 는 유족에 대해 생활을 보상해 줘야 해요.
답_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납북자 가족치고 옳게 제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가족이 수없이 많지만 우리 (납북인사)가족회 (가족협의회)에 가입을 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활에 너무 찌들리다보니 관심조차 없어요. 또 가입 해봤자 오히려 세상이 뒤집어지면 보복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해봤자 헛수고다'라는 생각에 가입하지 않는 분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친부자간이면 모르겠지만 한 다리만 건너 손자만 돼도 어릴 때 납북된 부모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으니 관심이 없어요. 나도 동생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몇 사람만 아버님 얘길 하고 눈물짓고 서명 운동에도 협조를 하지, 나머지는 관심이 없다고. 일체 서명운동에 일절 체 참여도 안하더라고요.



○ 피랍인에게 전하는 말

문_ 아버님에 대해 기억나시는 게 있다면?
답_ 평소에는 하도 아버님이 엄하셔서 앞에 나서기를 상당히 두려워했습니다. 일거수일투족 행동에 조금이라도 흐트러짐이 있으면 지적하고 야단을 치시기 때문에 아버님에게 애정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드니까 그게 부모님의 진짜 사랑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문_ 아버님께 하고 싶은 말
답_ 아버님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버지 생사도 모르고 이렇게 지냅니다. 아버지 가르침을 받고 동생들을 힘껏 돌봤습니다만 너무나 부족한 것 죄송합니다. (흐느낌)

문_ 더 하고 싶은 말?
답_ 정부에서 뭔가 좀 가시적인 유가족에 대한 정책을 편다면 아마 많은 분들이 가족협의회에 동참해서 일조할 것이라고 봐요. 그게 안 되니 '(노력)해봤자 헛고생이다' 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은 생각 안 하고 자기한테 돌아올 것만 생각한 사람이 그래요.